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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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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영을 배울 때 말입니다.
어릴 때 말고 다 커서 헤엄치기를 좀 본격적으로 배우려고 작정하면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우선 수영 강습부터 끊어놓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스포츠 매장에 가서 보기 좋은 수영복을 고르는 게 첫째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없는 시간을 짜내느라 시간표 짜는 데 골몰합니다. 어떤 사람은 수영과 관련한 책부터 사모으기 시작합니다. (드물게는 저걸 동시에 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맨 마지막 형(型) 입니다. 의욕과 관심이 생기면 자료 수집부터 시작합니다. 뭔 일이든 시작하려면 우선 화끈하게 사고부터 쳐야 함을 알면서도, 천성 탓인지 마음에 비해 손발이 좀 늦습니다. 그래서, 팍팍 밀어부치는 추진력은 떨어지지만 실수는 크게 안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 간격, 심장(欲)과 머리(考)와 손발(行)이 제각기 따로 노는 그 시차 동안은 상당히 괴롭습니다. 하긴 어떨 땐 그 괴로움도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 아... 헤엄치기를 배우려고 하고 있는 중은 아닙니다. 2.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 관계는 좀 특이한 데가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오로지 보여주는 텍스트(혹은 이미지)로만 교류가 이루어지는 게 한 원인일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가 온라인 영역에서 갑자기 사라지면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전화로나 다른 어떤 통신 수단으로 근황을 확인할 수도 없구요. 어떨 때 보면, 오프라인에서와는 또다른 따끈따끈하고 가축적인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이 온라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 삶에서 누군가와 의절하거나 혹은 세상과 절연할 때 필요한 정서적 에너지의 1%도 못되는 에너지로 손쉽게 관계가 끊어질 수 있으니, 온라인 세계의 교류란 작은 물방울 하나에 구멍이 뚫리는 습자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예전에 '삐삐'(pager) 가 원거리 통신의 주요 수단이던 시절, 부재중 음성 녹음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몰라...) 누군가에게 삐삐를 쳤는데 응답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음성으로 녹음을 남기는 것이죠. - 고객의 음성 사서함에 다섯 개의 메세지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 "OO야... 너 어딨냐? 요즘 바쁘냐? 여기 다들 기다리니까 얼른 전화좀 해라, 임마... 끊을께." "오빠... 왜 요즘 전화 안받아? 사무실에도 맨날 없다고 그러네... 보고싶으니 전화좀 해줘요." "아빠다. 집에 좀 들어와라. 얼굴 잊겠다." "안녕하세요? 무랑루즈카페 김마담이에요, 호호호... 외상값 좀 갚으셔야죠? 한번 오세요." "OO냐? 또 난데, 우리 지금 딴 데로 자리 옮기거든. 어디로 가냐면 말야... (야, 어디로 갈꺼야? (와글와글) 어? 거기? 야, 거긴 물이 안좋잖아. (시끌벅적) 어? 거기?...) 야, 가만있어봐. 좀 있다가 다시 전화할께." (제 경우를 예로 든 것이 아님.) 실화로 기억하는데, 어떤 청년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나서, 사람은 갔지만 음성 녹음 시스템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그의 쾌활한 목소리를 듣고 듣고 또 들으며 슬퍼하던 가족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홈페이지든 싸이든 블로그든 게시판이든 간에, 자신의 생각과 움직임을 생생하게 그려둔 공개 기록이 차고 넘치는 온라인 시절이란, 그 청년처럼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기가 더욱 어렵게 된 때가 아닌가 합니다. 나와 함께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의 '뒤에' 나의 무엇인가가 남는다는 것은, 가끔 좀 부담스럽습니다. 이 즈음에서, 양영순의 명작 <아색기가> 시리즈 중, 갑자기 저격을 당해 죽게 된 청년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짜내 필사의 노력으로... 자기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음란물을 지우느라 애쓰는 장면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헤헷. 4.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Hikaru님, 안부 물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장 벌여놓은 일이 한달 쯤 뒤엔 마무리될 것이므로, 그 때 다시 신나게 헛말질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헛손질, 헛발질이 있는데 헛말질이 없으리란 법은 없죠. 맥주가 조금 줄고 대신 담배가 조금 늘고, 운동을 좀 건너뛰고 있으며, 혼자 지내는 시간이 좀 많아졌습니다. 가만히 앉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담배를 피우노라면, 고독이 인간을 최후로 완성시켜 준다는, 아주 옛날에 새기고 다니던 그런 치기어린 글귀들도 가끔씩 떠오르곤 합니다.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만, carpe diem... 이 더한층 간절한 표어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삶의 모토인 和而不同 과 거의 동격에 오를 지경.) 언젠가 블로그에, 바빠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큰소리 뻥뻥 쳐놨는데, 과연 그런가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개인이 관여하고 있는 전 영역에서 동시에 엄청난 생산물을 쏟아내는 형태는 아닌 것이 아닐까 하고 스스로 타협하는 중입니다. 5.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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