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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여름방학은 학생에게는 축복이고 학부모에게는 골칫덩이다. 학교에서 풀려나 자유로와진 학생들을 어떻게 잡도리할 것인가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학부모에게 떨어지는 방학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온갖 학원이며 과외로 아이들을 떠넘길 수도 없는 일.
이런 미국 학부모들에게 인기있는 방학 프로그램 중 하나는 각종 사회단체나 교육기관에서 여는 여러가지 캠프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체험을 통해 배우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설되는 이런 캠프는, 짧게는 하루짜리에서부터 며칠씩 숙식을 함께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된다. 방학 초에 학부모와 자녀는 머리를 맞대고 적당한 캠프를 함께 고른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친구와 함께 산과 들을 누비면서 산교육을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하루짜리 캠프에 보낸 첼라가 기대한 것도 이같은 교육적 효과였다. 그러나 얼굴에 검정 얼룩칠을 한 아이들을 보는 순간, 그녀의 이같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캠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나간 첼라 앞에 나타난 두 아들은 모두 얼굴에 검은 얼룩칠을 하고 있었다. 무슨 얼룩이냐고 물었더니 작은 아들이 대답했다: "우리, 이스라엘군 놀이를 하고 놀았어요." 큰 아들 역시 비슷한 '훈련' 을 받았으며, 이 훈련 중에는 실제와 비슷하게 생긴 총을 쏘는 과정까지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캠프는 한 유태인단체가 주최한 여름 캠프. 캠프 참가자는 주로 유태인계 학생들이고, 첼라와 그녀의 아이들도 유태인이지만, 첼라는 이같은 교육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군사 교육을 가르치다니. 더구나 캠프 이름은 '평화의 캠프' (Camp Shalom) 라고 붙여 놓고 말이다. 첼라는 인권을 탄압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군을 미화하는 내용이 캠프에서 가르쳐지고, 자신의 아이들이 그런 이스라엘군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러나 첼라가 캠프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를 했을 때, 담당자는 그게 무슨 대수길래 그리 호들갑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첼라의 우려는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같은 캠프에 아들을 보낸 다른 학부모 수전은 아들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캠프 중에 어떤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려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군인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단지 명령에 복종할 뿐이다!" 하고 말했어요. 우리들은 그 담부터 모두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맹목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것. - 이것은 수전이 평소 자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정반대였던 것이다. 첼라와 수전 모두 '캠프 샬롬' 이 매우 좋은 캠프 프로그램이라고 인정한다. 그리고, 이 캠프가 유태인 단체에서 주관하는 것이니만큼, 이스라엘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군사적 신념을 주입하려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아랍계 미국인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조지는 이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만일 어떤 이슬람교 단체가 캠프를 열고, 학생들에게 아랍인들의 군사 행동을 미화하는 언급을 손톱만큼이라도 했다고 쳐보세요. 어떤 난리가 벌어질지 뻔하지 않습니까? 엄청난 항의가 밀려들고 큰 물의를 빚을텐데, 이건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죠. 이스라엘식 군사 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래야 하구요." 이런 소식을 듣자니, 과거 한국 학생 거개가 수년 동안 강제로 받아야 했던 군사 교육 생각이 난다. 군복을 입고 지휘봉을 들고 다니던 교련 선생한테 뺨을 맞고 '쪼인트' 를 까이고 엉덩이를 빳다로 얻어맞고 먼지 바닥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우리는 알게모르게 명령과 복종, 강압과 타율적 질서, "안되면 되게 하라" 에서부터 "말로 안되면 패면 된다" 에 이르는 온갖 비인간적 군사 규범을 조금씩 체화해오지 않았는가. 짧게는 수개월에서부터 수십개월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강압적 규범에 몸과 마음을 아예 푹 담갔다 나오는 건 빼놓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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