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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한다. 내가 하는 게 아니고 도서관에서 함께 일하는 일본인 친구 이사다.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 중에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이 친구, 성격도 그리 싹싹하지 못하다. 이사를 며칠 앞두고도 도와줄 일손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살림이 단촐하다고는 해도, 아이가 둘 있는 네 식구 살림이다. U-Haul 트럭을 하나 빌려서 둘이서 나르자니 이사에는 웬만큼 이력이 나 있는 나도 땀깨나 쏟는다. 혼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짐은 둘이서 나른다. 짐을 들고 집과 트럭을 몇 번 오가다 보니 특이하면서도 일관된 현상이 하나 발견된다. 양쪽의 무게가 차이가 나는 짐, 예컨대 한쪽에만 서랍이 달린 책상 같은 짐. 무거운 쪽, 예컨대 서랍이 달려 있는 쪽은 반드시 내가 들고 있다. 내가 무거운 쪽을 일부러 의도하지도 않고 그가 눈치 봐 가며 가벼운 쪽을 선택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희한하게 그렇게 된다. "너 아냐...? 이상하게 무거운 쪽이 꼭 나한테로 온다..." 젊은 언어학자인 그의 대답은 이렇다: "이건 원초적 본능이야." 무슨 놈의 본능이 이렇단 말인가. 그의 본능이야, 무의식중에도 힘 덜 들고 가벼운 쪽을 찾아 챙기는 본능이니 그럴듯하다손 치더라도, 무거운 쪽으로 손이 가는 본능이란 대체 뭐냐. 원초적 본능이라면 대개 몸을 잘 보존하는 쪽으로 작용해야 할 일이 아닌가. 몸을 혹사하고 그 결과 이삼일 끙끙거리게 만드는 이 본능이란 대체 뭐냐. 자학적 본능?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표내려는 과시적 본능? 나로서는 자학이고 과시고 나발이고, 얼른 짐이나 후딱 트럭에 실리기만을 간절히 바랐는데도 말이다. 알 수 없다. 아무래도 나의 삶에는 항상 무거운 쪽을 이고지고 살아야 하는 원초적 본능 비스무레한 것이 얽혀 있는 모양이다. 성격도 그리 싹싹하지 못한 일본인 친구의 설명에 따르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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