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인사 by deulpul

어제 이곳은 Labor Day, 휴일임과 동시에 비공식적으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기나긴 여름,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도 결국 끝나갑니다. 끝난 뒤 생각하면 한없이 짧게만 느껴지는 것도 여전합니다.

낮의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그 위세가 7, 8월에 비할 바 못되고,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꽤 서늘한 것이, 틀림없는 가을의 조짐입니다. 성급하게 불그레한 색이 들기 시작하는 가로수들에서도 가을 냄새가 솔솔 풍겨납니다.

철들 무렵부터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 좋아하는 색깔은 보라색을 꼽아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 가지의 분위기가 적당히 어울리는 것도 같습니다. 색상환에서 보라색과 반대쪽에 위치하는 색은 연두색. 봄의 그 파릇파릇한 신록 색깔입니다. 가을의 이미지인 보라색은 적당히 묵직하고 기품 있지만, 춥고 외롭습니다.

비록 몇 년 되지 않지만 추운 데 살다보니 사지를 펴고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계절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이제 서리 내린 잎사귀들이 봄꽃보다 더 붉게 주변을 물들이고, 그 중 여럿이 휘영청 달 아래 아스팔트를 뒹굴게 되면, 그 나름으로 또 이 계절이 좋아지게 되겠지만, 여하튼 지금은 새로 오는 계절보다 보내야 하는 계절이 더 아쉽습니다.

이번 가을엔 하늘이 얼마나 높아질지, 말이 얼마나 살찔지 알 수 없습니다. 하늘보다는 저의 뜻이 높아지길 바라고 말보다는 저의 마음이 더 살찌기를 바라는 것이 새 계절에 부치는 작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당신께 말씀드렸듯이, 몸과 마음이 바쁜 속에서도 높은 '생산성' 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깨어 있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deulpul.egloos.com/tb/1124229 [도움말]

덧글

  • 2005/09/13 07:5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5/09/13 08:19 # 답글

    정신없군요. 노는 날이긴 해도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으니 저런 게 다 헷갈리네요. 감사드립니다.
  • Hikaru 2005/09/13 10:04 # 답글

    지금 한국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비가 한 차례, 두 차례 오면서 기온은 계속 떨어지겠죠.
    무성한 여름도 아쉽지만, 온 몸을 감싸는 따뜻한 옷들을 어서 입고싶어집니다.
  • 지아쿨 2005/09/14 22:38 # 답글

    이제 돌아오신 건가요, 아님 잠시 수면 위로 산소공급하러 올라오신 건가요? 암튼 들풀님을 다시 뵙게 돼서 참 좋습니다. 반가움은 기본이고요.^^
    제가 사는 곳도 제법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 오늘은 긴팔옷을 꺼내 입었어요. 제가 추위를 좀 타거든요. 그러면서 겨울을 좋아하는 걸 보면 무슨 조화인지... 참 저도 보라색 마니아예요.
  • happyalo 2005/09/23 21:00 # 답글

    하늘보다는 저의 뜻이 높아지길 바라고 말보다는 저의 마음이 더 살찌기를 바라는 것 <- 저도요.
덧글 입력 영역


Ads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