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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왼쪽 끝에서 시작하는 life span 에서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며, 그것은 또 자신의 오른쪽보다 왼쪽의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자신보다 왼쪽에 서 있는 사람(세대)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정돈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하므로, 자신이 세상과 조직에서 맨 왼쪽에 서 있지 않는 한, 누구나 자신의 왼쪽과 살아나가기 위한 나름의 방식을 가져야 하며, 그로써 밖으로는 물의를 빚지 않고 안으로는 스스로 편안한 평상심을 유지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 방법이야 수십 가지로 나열될 수 있겠지만, 이를 시니컬하게 간추려보면 대개 다음과 같이 된다. 1.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하게 마련이며, 인류의 실수는 개인의 영역에서 다시 자연스러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들이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꿰매려 달려들거나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더라도 그냥 두고 볼 일이다. 오른쪽에 선 이의 선의는 왼쪽에 선 이에 의해 대개 잔소리나 간섭으로 이해되며, 그럴 때 양측의 관계에 의해 새로이 규정되는 오른쪽의 선의란 없느니만 못한 것이거나, 적어도 있으나마나한 것이 된다.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게 마련인 인간은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우게 마련이며, 어쨌거나 누구에게나 시행착오는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안타깝고 답답하고 기가 막혀도 그냥 지긋이 두고 볼 일이다. 그들을 위해서나 당신을 위해서나. 오직 귀 있는 이에게만 말할진저. 2. 말 수를 줄인다. 말이 많아지면 쓸 말이 적어진다. 누구에게나 그러하지만, 오른쪽에 선 이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조언이 많아지면 잔소리가 되고, 주장이 많아지면 독단이 되며, 비판이 많아지면 푸념이 되고, 유머가 많아지면 주책이 된다. 나이가 들면서 귀는 점점 키우고 입은 점점 줄인다. 항상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문한다. 인간의 담론이란 본질적으로 경험의 되새김이며, 따라서 말 수를 줄인다는 것은 경험의 노출을 억제한다는 뜻이 된다. 특히, 오른쪽에 선 이의 혀를 점점 강하게 지배하는 것은 경험이게 마련이므로, 경험의 부피가 두터워질수록 그것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안에서 마구 뛰쳐나오지 않도록 근신해야 하는 것이다. 젊은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와 얼마나 장렬하게 싸웠는가를 화려하게 떠벌인대도, 풍찬노숙 수십 년에 투구쇠는 닳고 무뎌진 창에 피더께가 켜켜이 쌓인 당신은 녹슨 갑옷 속에서 가만히 들어줄 일이다. 3. 그렇다고 해도 무거워지지 않도록 한다. 오른쪽의 무거움이란 대개 진지함으로 해석되기보다 무료함으로 해석되며, 이러한 해석이 누적되면 회식 뒤 노래방에도 따라가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말 수를 줄이면서도 무거워지지 않아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여야 한다. 4. 말 수를 줄이는 가벼운 방법 중 하나는 묻는 것이다. 물어서 즐겁고 (오른쪽) 대답하면서 즐거운 (왼쪽) 질문형 대화의 미덕을 빨리 체득한다. 많이 묻고 짧게 대답한다. 5. 상처 받는 데 익숙해진다. 대저 세상에 인간형이란 다양하게 마련이며, 그 중 어떤 인간형은 천성적으로 대들고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류가 있다. 이러한 류가 가하는 할큄이란, 그 타력은 똑같다 하더라도, 오른쪽으로부터 오는 것보다 왼쪽으로부터 오는 것이 더 심한 상처를 주는데, 그 이유는 흔히 상처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반대는 비늘로 덮인 뱀 가죽을 거꾸로 쓰다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납득한 뒤 말하기보다 말하고 나서 납득하는 이들의 무신경한 발톱에 상처받지 않도록, 혹은 그 상처에 익숙해지도록 애쓸 일이다. 뭐, 대개 상처란 오로지 밖에서 오는 것 같아도, 안의 독소가 함께 줄탁동기해야 비로소 덧나며 괴로운 존재가 되는 법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6. 이쯤에서, 나는 나의 오른쪽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스스로 물어본다. 위치를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역지사지 능력은 원숭이와 당신을 구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며, 많은 경우 인간끼리의 삶을 원활하고 물의없이 풀어나가도록 하는 훌륭한 미덕이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잘 안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7. 가장 이상적으로는 오른쪽과 왼쪽의 구분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상당한 위험을 동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왼쪽에 선 이가 좌우 구분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면, 세상은 앞에서는 젊잔다거나 꿋꿋하다거나 똑똑하다고 하고 뒤에서는 겉늙었다거나 건방지다거나 싸가지가 없다고 말한다. 오른쪽에 선 이가 좌우 구분을 버리면, 세상은 앞에서는 젊게 산다거나 생각이 열렸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철이 없다거나 나이 값을 하지 못한다고 비웃는다. 따라서 이 방법은 at your own risk 로 해야 한다고 하겠다. 8.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유유상종이 있겠다. 일부러 그러하지 않더라도, 단세포의 미물조차 저에게 편안한 환경을 찾아 움직이는 법이므로, 겨드랑이 밑에 같은 색 깃털을 간직한 이들끼리 모이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혹은 자연적으로 생물스러운 것이라 하겠다. 역을 피하고 순을 좇으며, 왼쪽-오른쪽을 통틀어 자신과 비슷한 류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내가 주는 상처도, 내가 받는 상처도 대폭 줄이며, 비록 인간 관계가 협소해진다 해도, 적어도 마음만은 편안하게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 짧은 인생, 다 데리고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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