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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가르치게 할수없다"…재계도 姜교수 언행 우려 표명
'시장경제 이해 못한 학생은 거른다?' 동국대 '술렁' 사기업들의 모임인 대한상공회의소의 부회장 김상렬이라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강(정구) 교수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인식이다.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강당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기업 채용 때 대학수업 내용 등을 참고하도록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꾹 눌러 참고, 되도록이면 점잖게 말해보자. 바야흐로 이제 자본은 대학의 사상과 학문까지도 통제하겠다는 것인가. 김상렬(오른쪽)의 발언은 바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떳떳하게, 노골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상이나 인물을 자기 영역(기업)도 아닌 대학에서 제거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 문을 막 나서는 젊은이들의 사상을 검열하겠다는 것이다. 김상렬의 말이 비록 헛소리일지언정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현실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힘? 취업에 목숨 걸어야 하는 대학생들은 상공업자에 대하여 언제나 약자고, 이들을 마음대로 골라 쓸 수 있는 상공업자는 언제나 힘을 가진 강자다. 이 힘을 무기로 하여, 한 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역이고 또 그래야 하는 대학 안의 사상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정인을 찍어서 제거하는 방식으로. 여기서 강정구의 생각에 동의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김상렬류가 구두선처럼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시장 경제, 자본주의 경제 말고도 수많은 생각과 사상과 디자인이 혼재하고 있는 이 사회를 온전히 돈의 힘을 빌어 획일화시켜 보겠다는 저 유치하면서도 가증스러운 하급 유신공무원다운 발상이다. 노름을 하거나 무슨무슨 경쟁이 붙었을 때, 두둑한 주머니를 배경으로 하여 돈으로 쳐바르며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돈 놓고 돈 먹는 판에서 가장 힘이 있는 무기는 역시 돈이다. 돈 놓고 돈 먹는 자본주의 판에서도 가장 힘이 있는 넘들은 역시 돈있는 넘들이다. 힘있는 넘이 돈으로 쳐바르며 달려들 때, 힘없는 넘은 죽거나 순종해야 한다. 이렇게 돈주머니를 배경삼아 무리하게 달려드는 넘들을 보면 우리는 '돈지랄 한다' 고 말한다. 김상렬이라는 자가 상근부회장으로 되어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무엇을 하는 집단인가. 대한상공회의소의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설립 목적은 다음과 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회원의 공동이익을 꾀하고 상공업에 관한 회원의 의견 및 건의 등을 종합·조정하여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에 이를 건의함으로써 상공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진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이 단체를 규정하고 있는 법(法)인 상공회의소법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제4조(설립목적) 상공회의소는 관할구역의 상공업계를 대표하여 그 권익을 대변하고 회원에게 기술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회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높임으로써 상공업의 발전을 꾀함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보시다시피 이 단체는 국가 기관도 아니고 공공 단체도 아닌, 그저 일반 상공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공동으로 관철하기 위해 결성한 이익집단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국가의 미래 따위보다는 상공업자들의 더 많은 돈벌이('경제적 지위'), 더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명예('사회적 지위') 같은 것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물론 주요한 기업들이 망라되어 있으므로 산업자원부 같은 정부 부서와 땅 속 깊은 곳에서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헛소리를 내뱉고 있는 저 김상렬이라는 자도 산업자원부 출신 공무원이다. 이렇게 이익 단체를 꾸려 서로서로 더 잘먹고 더 잘살기를 도모하는 상공업자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강정구의 주장은 마음에 안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은 취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암시는 너무나 유치하고 노골적인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라. 해마다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 중 강정구의 수업을 들은 사람이 몇 %나 되겠는가. 강정구가 속해 있는 대학의 학생들 모두를 취업 규제 대상자로 할 것인가? 게다가, 김상렬이 명목으로 내세운, 이른바 '시장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은 헛소리 중에서도 가장 헛소리라 하겠다. 강정구의 수업을 듣는 것과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담 스미스가 주 내용인 경제학개론 수업 A+를 받은 학생도 강정구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 강정구가 자신의 생각을 학교 수업에서 떠들어 편다는 근거도 없다. 이런 억지를 내세우며 용을 쓰는 이유는 딱 한 가지, 강정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강정구다. 그러나 내일은 진중권이 될지도 모르고 또 다른 어떤 교수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 교수든 상공업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그 수업을 들은 학생은 취업시키지 않겠다" 고 협박하게 될 것이다. 도둑질도 자꾸 하면 재미가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대학에는 자본주의형, 그것도 천민자본주의형, 혹은 상공회의소형 인간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의 와드 처칠 교수가, 미국은 9.11 공격을 받아 싸며, WTC나 펜타곤의 희생자들도 모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이 처칠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 이들이 내세우던 말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주립대 교수가 그같은 발언을 하도록 용인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동국대는 국립대가 아니며, 강정구의 월급을 주는 데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아니다. 김상렬의 헛소리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부분은 학생들의 취업을 볼모로 하여 강정구를,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상을 제거하겠다는 위협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보다 취업에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하는 작금의 대학생 신세도 딱한데, 이런 처지를 약점으로 잡아 협박까지 한다. 가증스럽다. 제발 먹고사는 것 가지고 좀 그러지 마라. 치사하고 더럽다. 한국의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대형 취업 준비학원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지만, 김상렬 따위의 수작은 이같은 퇴락을 더욱 부채질한다. 대체 앞으로 우리 대학에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상과 아이디어가 살아남을 것인가. 한 사회에서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수백만 명이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숨막히지 않은가. 상공회의소형 인간들은 도저히 짐작조차 하지 못할 똘레랑스라는 미덕이 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과 사상도 그 자체로 존재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야 남도 나의 생각과 사상을 인정해준다. 사람이란 모두 생각이 다르게 마련이고 달라야 한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의 생각과 상대의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도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윗 기사를 보다보니 김상렬의 헛소리에 대해 어떤 철없는 친구들은 "기업이 자기 마음대로 사람 뽑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고 한다고 한다. 현대의 기업은 자기 마음대로 사람 뽑고 마음대로 좀 쓰다가 마음대로 짤라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기업이란 기업 밖의 사회적 자원에 의존하고 있고, 이러한 점 때문에 기업이 수행하여야 할 사회적 의무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노동, 취업의 영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로 가장 아쉬운 것은 동국대의 처신이다. 학교 당국이 강정구의 생각에 동의하든 하지않든,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고 사상의 자유 시장 (free marketplace of idea) 을 조성하는 것은 대학의 특권이자 의무다.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지켜야 한다. 대학 밖에서 나오는 헛소리에 대해 따끔하고 견결하게 일침을 놓을 수 있는 줏대 있는 처신이 아쉽다. 와드 처칠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을 때, 특히 대통령급이라 할 수 있는 주지사조차 처칠 교수를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처칠이 몸담고 있던 콜로라도 주립대의 총장이 "대학이란 사상의 자유를 그 존재 이유로 하는 곳" 이라며 이를 간단히 묵살해버린 것은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김상렬은 시장경제만 떠벌이지 말고 또다른 시장인 사상의 자유시장도 좀 연구해 보기 바란다. 낯짝: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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