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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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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알과 고환(睾丸)을 놓고 단어 선택을 고민하다, 단순히 한자어라고 좀더 고상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못된 편견이지 싶어 그냥 아름다운(?) 우리말인 불알로 간다.)
아주 어렸을 때 교과서인가 어디에선가 본 이야기. 한 어린이(철수라고 하자)는 수영을 못한다.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싶긴 하지만, 물이 무섭기도 하고 스스로 수영에 젬병이라고 지레 겁을 먹어서, 물가 근처엔 잘 가지도 않는다. 어느 날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네로 놀러갔다가, 아이들과 어울려 시냇가에 가야 할 판이 벌어졌다. 울상을 짓고 있는데 삼촌이 나타났다. 그가 철수에게 내민 것은 옛날 엽전 하나. 그 엽전만 잘 차고 있으면 수영이 저절로 되는 희한한 물건이었다. 엽전을 지니고 수영을 해봤더니 과연 물이 그다지 무섭지도 않고 헤엄도 잘 쳐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헤엄치기를 배우던 어느 날, 철수는 문득 엽전을 잃어버린 지 한참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그렇게 된다.) 빔 벤더스가 만든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에서, 쿠바의 원로 음악가 그룹인 이 클럽의 싱어 이브라힘 페레르는 자신이 항상 작은 목각상을 갖고 다닌다고 말한다. 자기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인데, 불우한 삶을 보내다 말년에 쿠바를 대표하는 가수로 화려한 재기를 한 행운을 페레는 그 목각상에 돌린다. 너댓 해 전, 미국 보스턴에서 1백만달러짜리 즉석복권을 긁어 벼락부자가 된 이탈리아 출신 식당 웨이터 마우리지오 바돌레이토는 자신의 엄청난 행운이 자기가 항상 갖고 다니던 열쇠고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어머니로부터 받았다는 이 열쇠고리의 펜던트에는 '기적은 이루어진다' (Miracles Do Happen) 라고 씌어 있었다. <신념의 마력> (The Magic of Believing) 을 쓴 브리스톨에 따르면, 사람은 스스로 설정하는 자기 이미지대로 창조되며, 따라서 확고한 목적의식과 이상을 갖고 있으면 또 그렇게 되어 간다고 한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이서, 그의 책은 수십년 동안 베스트 셀러가 됐다. 스스로의 신념과 자기 확신,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할 때, 적당한 상징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철수의 엽전이나 페레르의 목각상, 바돌레이토의 열쇠고리처럼. 그런데 이런 건 어떨까. 여성이 자신감과 당당함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의 생식기 - 불알을 달고 다닌다면 말이다. 물론 진짜가 아니라 진짜를 형상화한 마스코트 형태다. 미국의 한 귀금속 업체는 고환을 작게 디자인한 목걸이를 만들어 팔고 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이 불알은 순은제로 만들어져 있으며, 값은 대략 55달러 정도다. 아무리 작고 귀엽게(?) 만들었어도 그 모양이 썩 아름답지는 않은데다, 웹사이트에 실린 제품 소개 글의 메세지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망태기에 들어 있는 바로 그것의 핵심 - 힘, 배짱, 독립성, 과감성.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손으로 빚은 순은제 불알을 당신의 목에 거는 순간, 당신의 친구는 질투할 것이며 당신의 적은 두려워할 것입니다. 이 목걸이를 하고 못돼먹은 상사와도 당당히 맞서세요. 밖으로 내놓고 다니기가 창피하세요? 당신의 힘을 반드시 드러낼 필요는 없답니다. 옷 속에 숨겨 놓아도 당신은 그 존재를 느끼니까요. 이 순은제 불알을 파는 광고 사이트에는 strength, guts(용기, 배짱), independence, feisty(기운찬, 혈기왕성한), tenacious(완강한, 집요한) 같은 단어가 난무한다. 물건을 팔기 위한 상업적 광고 문안이긴 하지만, 남성 생식기에서 힘과 자신감을 추출해 내는 것은 성 편견의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홈페이지에 실린 고객 사진에는 남성이 이 목걸이를 하고 있는 장면도 등장하지만 (대체 불알이 서너 개씩 필요한 넘들은 뭐냐), 목걸이 디자인에서부터 제품 소개에 이르기까지 이 제품이 겨냥하고 있는 소비자층은 여성임이 명백해 보인다. 무엇을 몸에 붙이고 다니든 그건 철저히 개성이고 개인의 선택이며, 이 작은 목걸이를 통해 진짜 힘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좋겠지만, 어쨌든 어떤 여성이 불알을 목에 달랑달랑거리고 있으면 다시 한번 보게 될 것 같다. 영어권 넘들이 가끔 하는 말 "Get some balls!" 에서의 ball 역시 불알이다. 이 말은 의기소침해 있거나 소극적인 태도의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하며 "남자답게 좀 해봐!" 할 때 쓰는 말인데, 가지라고 해도 불알이 생길 턱이 없는 여자 친구들끼리도 쓰는 관용어다. 물론 여기서도 불알은 적극성이나 용기, 자신감의 상징으로 쓰인다. 남성성과 적극성, 용기를 동일시한 편견이 작용한 관용구. 불알이 정자와 남성 호르몬을 만드는, 남성성 측면에서 중요한 기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알에서 용기와 자신감이 분비되어 나온다는 생물학적 발견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또 고대로부터 남근(男根)이 다산이나 풍요의 상징이 되어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고대적 멘탈리티의 반영이라 할 것이다. 여성에게 정신적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모조 불알을 달아준다는 발상은 유치하고 엽기적이면서 편견스럽다. 모조품이 아닌 진짜 불알을 달고 다니는 남성조차 자신감 넘치고 힘찬 태도로 세상을 살아내기 어려울 때가 허다한데 말이다. 사진: 해당 업체 웹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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