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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에 대한 소견과 그에 대한 댓글을 보고, 그동안 늘 생각하고 있는 점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어졌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의 아이디를 직접 옮겨온 것은, '애먼' 글에 달아주신 여러 분의 정성어린 댓글에 대해 반박하거나 처절한 저항의 몸부림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침 제가 한참 전부터 드리고 싶었던 말씀의 소재를 하나하나 딱 맞게 던져주고 계셔서입니다.
우선 '애먼' 의 씀씀이와 관련하여, ways 님 말씀대로 그냥 입말로 쓸 때는 지역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먼, 애만≒앰한, 애믄, 어먼, 어믄, 어만≒엄한" 등등의 발음이 날 수 있겠죠. 저도 항상 '애먼' 하고 정확히 발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글자로 표기할 때는 정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글맞춤법이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되' 수많은 제한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애먼' 을 사람마다 제각각 자기 편한대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면 말글이 해야 할 제 노릇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말이 됩니다. 을님이 손수 찾아주신 링크는 잘 보았습니다. 저 역시 '애매한' 과의 관련을 진작부터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는 좀 제한적으로 그렇게 쓰이는 것 같았습니다. 예컨대 뒤에 사람이 올 때에 잘 어울리는 식으로 말이죠. '애매한(앰한)' 이 '누명을 쓰거나 책망을 듣게 되어 억울한' 이란 뜻이므로, '애매한(앰한) 사람을 잡는다' 는 말은 되어도, '앰한 소리를 하고 있다', '앰한 상상이 된다' 는 말이 안될 것 같아요. 물론 이 경우 바른 말은 엉뚱하다는 뜻의 '애먼' 이 되겠죠. 앞의 '애먼' 글에서 잘못 쓰인 것으로 예를 들은 거의 전부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앰한' 자리에 '애먼' 이 가면 아무런 무리가 없지만, '애먼' 자리에 '앰한' 이 가면 뜻으로 보아 썩 어울리지 않는 결과가 되고 있네요. 결국, '애먼' 이 '앰한' 보다 그 뜻의 폭이 더 넓은 단어인 것 같습니다. 알고도 여러 이유로 변칙으로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르고 잘못 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요즈음 우리말 신세인 것 같습니다. '애먼' 글 본문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 이유 중 하나를, 언어를 왕성하게 습득해야 할 청소년기에 외국어 학습에 치여, 글자로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다시 말하면 책을 폭넓게 읽는) 기회를 점점 잃어버리고 고작해야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이 희희낙락하며 쓰고 있는 언어로 우리말을 배우는 지금의 비극에서 찾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애먼' 을 '엄한' 으로 잘못 쓰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쓰는 사람들도 대부분 다 잘 알고 있다고 하신 mammam 님 말씀이 정말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이건 단어를 꼬아 새로운 의미나 표기을 만드는, 예컨대 '햏자' '횽아' 따위에서와 같이, 쓰는 사람이 잘못이나 변칙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쓰는 경우와는 달리, 그냥 모르고, 혹은 맞는 말인 줄 알고 잘못 쓰는 것 경우가 태반인 것 같습니다. (알고 쓴다고 해서 칭찬받을 일이 아님도 명백한데, 이 점은 언젠가 저런 기괴한 단어에 대한 생각을 쓸 때 밝히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뭐가 맞고 뭐가 틀리는지를 모르게 되는 것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쓰기 때문이겠죠. 언어 생활이 투표로 대통령 뽑듯이 머릿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자주 보면 그게 맞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언어는 기본적으로 흉내(따라하기)로 습득되는 속성을 갖고 있고, 알에서 갓 깬 오리새끼가 첫눈에 띄는 것을 따라 나서듯이, 자주 보이는 걸 기준으로 여기고 자연스레 따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모르고 잘못 쓰는 말이 아무런 반성 없이 퍼지게 되면, Supasize 님이 말씀하신 대로, 바른 말을 쓰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못알아볼까봐 못쓰는 지경에 이르게 되겠지요. 해당 단어로서나, 또 그 단어 단어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우리말 전체로서나 모두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라진 우리말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 대목에서 이른바 '언어의 사회성' 을 떠올릴 분이 계시겠습니다만, 거기에 대한 제 대답은, 개인의 게으른 언어 생활을 사회성 운운으로 떠넘기거나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 되겠습니다. 국어 사전 갖고 계세요? 인터넷이나 컴퓨터 사전으로 단어를 쉽게 찾게 되기 이전에, 당신의 책상에, 영어 사전 옆에 국어 사전이 있었나요? 영어 사전 만큼 손때가 묻어 있나요? 다 아는 말인데 왜 사전이 필요하냐구요? 다 알아서 그렇게 틀리게 쓰나요? 영어는 정통 아메리칸 영어를 찾고 단어 토씨 하나 틀리는 것에도 눈에 불을 켜면서, 우리말에는 어찌 그리 관대하게 사회성, 역사성을 인정하나요? 그냥 내가 입으로 한국말 비스무레한 것을 말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어 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한국인이므로 당연히 한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모한 착각입니다. 영어를 쓰는 미국 사람들이 모두 쓰고읽는 영어까지 잘하는 것이 아님은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오로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어 사전을 바꿀만큼 한국어 전문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 말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저나 당신이나 모두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또 이오덕 선생 같은 좋은 본보기를 찾아 따라하고 흉내내어야 합니다. 저도 아직 까마득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한국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잘하는 사람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웃기는 지경이 된 이유가 어디 있을까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요. 사투리에 대해 지적해주신 을님 말씀대로, 사투리는 그 나름으로 중요한 언어 재산이고, 저 역시 이문구나 조정래에서 볼 수 있는 사투리 표현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사투리인지도 모르고, 더구나 제 표현 놔두고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말과 혼동해서 쓰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말의 자원을 줄이는 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장면' 이 아니라 '짜장면' 이라고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 글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발음하고 있고, 그걸 그렇게 표기하면 안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쓴다고 해서 다른 말과, 예컨대 짬뽕과 혼동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자장면, 좌장면, 쫘장면, 짜장멘, 짜짱면 등등으로 다르게 발음하는 바람에, 입말로 소리내는 것과는 좀 다르더라도 어느 한 규준이 있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기준 으로 볼 때, '애먼' 을 '엄한' 으로 써서는 안되는 이유는 명백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괄호(括弧)를 '가로' 라고 쓰고, '가늠할 수 있다' 를 '간음할 수 있다' 로 쓴다고 해서 (둘 다 버젓한 컴퓨터 관련 잡지 사이트에서 실제로 본 잘못들) 가로에 괄호의 뜻이 첨가되어야 하거나 간음에 가늠의 뜻이 첨가되어야 하겠습니까? 잘못 쓰는 것은 잘못 쓰는 거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하는 거죠. 국어 사전이 전질 30권짜리 고어(古語) 사전으로 전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언어는 사회성,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중고등 교과서적인 명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처럼 온갖 외국어에 포위되어 정체성조차 흐려져 가고 있는 한국어 처지에서는 조금 더 '엄한' 기준이 필요하고 조금 더 진지한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 공간인 블로그 같은 곳에서조차 언어의 순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저도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고, 그래도 역시 틀리고 잘못 쓰고 있는 말 많지요. 다만, 우리말에 대한 자세, 송강호 식으로 강조해 말씀드린다면, 우우우우우리말에 대한, 대한, 대한, 대대대대대한 자세, 그래, 자세다, 자세! 이걸 말씀드린 겁니다. 여기까지 써두고 저장해 놨는데, 뒤에 덧글이 더 붙었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으로 제 생각은 다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끔 언어에 관한 한 극보수주의자로 외람되게 손가락질 받는데, 그 손가락질을 고맙고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꼴보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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