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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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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엔 눈이 참 많이도 오신다. 겨울에는 흐린 날만 있는 것인지, 짱짱한 햇볕 본 지가 언젠가 모르겠다. 햇볕이라봐야 가냘픈 예각으로나 겨우 지표와 만날테니, 빛이 난다고 눈구름의 음기가 쉽게 가시지는 않겠지.
날은 대개 꽁꽁 춥고 아주 가끔씩 해빙점 가까이 올라가니, 눈도 저희들끼리 제대로 끌어 안지를 못한다. 하늘에서 부서지고 공중에서 부서지고 땅에 내려와서도 부서진다. 메마른 눈은 나무도 한 켜 덮지 못한다. 물이 얼어 생긴 눈에서 습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눈에 마음이 실리지 않아서인가. "오늘이 제가 형님을 처음 만난 날이에요. 해마다 오늘은 눈이 와요." 그녀는 남의 이야기처럼 말했다. 다방 밖에서 개찰을 알리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렸다. 찻값을 치르고 돌아서니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앞에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수산의 <대설부(待雪賦)> 에서 그녀는 그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며 "해마다 오늘은 눈이 와요" 라고, 남의 이야기처럼 말한다. "눈은 안 오려나 보죠?" "올 거예요." "왜요." "겨울이니까." 겨울이니까 오는 눈은 그녀가 기다리는 눈이 아니다. 그네가 기다리는 눈은 그와 함께 오는 눈, 그의 뽀얀 입김 사이로 흩날리는 눈, 그의 발자국이 새겨진 눈이다. 그녀에게 눈은 그와 함께로서만 눈인 것이다. 이미 죽음 너머로 사라진 그를 생각하는 한, 해마다 돌아오는 그를 처음 만난 그 날은 영원히 펑펑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 될 것이다. 날이 차다. 다방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앞에 쏟아지던 것 같은 함박눈 대신, 차디차게 부서진 눈이 가늘게 내린다. 저희끼리 끌어 안지 못하는 저 건조한 눈을 보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안으로부터 온기를 퍼올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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