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장
이 블로그의 글들 VI 이 블로그의 글들 V 이 블로그의 글들 IV 이 블로그의 글들 III 이 블로그의 글들 II 이 블로그의 글들 I ※ 예전 글들의 카테고리 분류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테고리
때時 일事 (Issues)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美 나라國 (USA) 갈硏 궁구할究 (Study) 흩을散 글월文 (Prose) 욀諷 찌를刺 (Satire) 짧을短 생각想 (Piece) 낱個 사람人 (Personal) 연결連 이을續 (Series) 섞일雜 끓일湯 (Others) 두二 바퀴輪(MCycle) 최근 등록된 덧글
네, 그런 점에서 '아무나'..
by deulpul at 12/27 아, 정말 그런 기능이 .. by deulpul at 12/27 예술이죠! 예술도 그냥 .. by deulpul at 12/27 블로그 인터뷰 문의한 사.. by 서혜영 at 12/27 "그림의 떡 이미지"가 마.. by 꿀꺽~ at 12/27 최근 등록된 트랙백
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by 민노씨.네 일년이 다 된 글인데 새삼.. by 물리학 흠냐, 울 마눌은 백설공.. by 뒤돌아 보지 않는다, 후.. 검찰과 기자, 국민 세금.. by 자그니의 시크릿 스크립팅.. 전국국어대회 '4대강' 토.. by Green Monkey Blog** 태그
|
최근 중국에서 미담 하나가 전해졌다. 중병을 앓고 있는 한 소녀를 위해 북방의 한 도시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소녀의 소원인 천안문 국기 게양식을 거짓으로 연출해 보였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은 몇 가지 점에서 시사적이다.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단 많은 사람은 중병 걸린 소녀의 마지막 소원이란 게 어떻게 수천리 떨어진 북경 천안문의 국기 게양식 따위를 보는 것이 될 수 있나 하고 의문을 표시했다. 때문에, 정치적인 쇼다, 파시즘이다, 국가주의 분위기가 풍긴다, 공산주의 세뇌교육의 일환이다는 등등의 혐의가 걸렸다. 그리고, 이게 통째로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이런 의심과 주장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상식으로 보건대, 큰 병에 걸린 여덟살짜리 소녀가 간절히 원하는 바람이라는 게 고작 국기 게양을 구경하는 것이라니. 우리 상식으로 보건대,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뭔가 의도적이며 뭔가 국민교육헌장틱한 냄새가 난다. 우리 상식으로 보건대, 이 이야기는 아예 거짓이거나, 소녀가 국기 게양을 보고싶어 하는 게 마지막 소원으로 과장되었거나, 설사 그게 사실이라도 국가 이데올로기를 고취하기 위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과 주장은 중국 국민에게 '천안문 광장의 국기 게양'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결과다. 나 자신, 북경 천안문의 국기 게양식을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내 눈으로 구경한 적이 없으니, 그것을 보고 쓴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천안문 광장에 가서 정말 13억 중국인들의 소원이 천안문 광장의 국기게양식을 보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새벽 4시에 택시를 타고서 천안문 광장으로 향하였다. 천안문 광장에 도착한 우리 앞에 보이는 것은 새까맣게 모인 인파들과 계속 몰려드는 차량들이었다. 우리도 급한 마음에 급히 택시에서 내려서 카메라를 들고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천안문 광장을 뛰어 갔으나 인파에 가려서 촬영을 하기 힘들어 보였다. (...) 이번 국기게양식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란것은 국기게양식을 보러오는 중국인의 수와 계층이었다. 몇 천명에 달하는 중국인, 어린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까지..온 가족이 국기게양식을 보러 온 경우도 있었다. 이 글은 '13억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어하는' 이라는 좀 과장된 단서를 달긴 했지만, 북경의 국기 게양식에 대해, 외국인의 상식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인의 정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드넓은 광장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신새벽에 벌어지는 천안문의 국기 게양식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는 구경거리지만, 중국 각처에서 올라온 내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성지 순례와 같은 필수 코스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중국인의 바람 자체가 국가 전체주의 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사실은 사실이다. 우리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을 부정할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한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통절할듯 슬퍼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을 보며 남한 일각에서는, 그것이 연출된 것이거나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앞다투어 표현하는 조작된 슬픔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애도는 그만치 우리 상식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이 어버이 수령론 세뇌에 의한 것이든 북한 주민의 자발적 존경에서 나온 것이든간에, 우리의 상식과는 관계없이 사실은 사실인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이란 그처럼 제한적이다. 고작 두어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만나는 사회나, 심지어 넘어지면 코는 고사하고 무릎팍이나 깨질 정도로 가까운 데 있는 휴전선만 넘어가더라도, 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우리가 가진 상식이란 도움이 되기보다 도통 소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들이 그들 방식으로 교육받아 왔듯이 우리도 우리 방식으로 교육받아 왔고 교육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 울타리만 넘어서면 내가 모르는 수많은 세상이 있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내게는 비상식으로 보이는 것들이 상식으로 통할 수도 있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 수업을 들을 때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내가 12년 개근을 했다고 하니까 볼리비아에서 온 한 여학생이 쌩거짓말이라고 강짜를 부리는 거다. 이유가 볼 만한데, 자신은 코흘리개일 때부터 월요일에 학교를 가본 적이 없다는 거다. 자기만 그런 게 아니고 자기 나라에서는 무슨 개근 이딴 개념 자체가 없단다. 개근상장 모아다 보여줄 수도 없으니, 그래라 넌 너 편한대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 하고 지나려는데, 이 여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을 부르더니 의기양양하게 물어본다. "얘가 지금 자기가 12년동안 학교를 하루도 안빼먹고 다녔대요.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어요?" 당시 선생님은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교수님으로, 오랫동안 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쳐 왔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학생 사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정통한 소식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그 할머니 교수가 볼리비아의 반항녀에게 한 말은 이렇다. "너가 몰라서 그러는데, 아시아에서는 일주일에 6일씩 십 몇 년 동안 학교를 매일 빠지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단다." 나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내기 하기를 좋아한다. 특별히 도박벽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기로 매듭지어지는 이야기 방식의 미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떠한 일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상황이라고 치자. 의견이 다르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 벌어지는 논쟁은 백날 해봐야 소용없다. 문희준이 문선대로 갔는지 수송대로 갔는지 백날 싸워봐야 무슨 소용 있겠나. 입만 아프고 의만 상한다. 이렇게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맥주 두어 병 내기거리로 돌려놓고, 얼른 연예인의 병역 문제 이딴 걸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기에서 잘 진다. 내기는 자주 하면서 승률이 낮은 편이다. 동물적인 삶(음...)의 반복 속에서 총기(음?)가 흐려져 가기 때문인가? 그런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가진 상식이 세상을 설명하는 데 점점 무력한 일이 자주 벌어지고, 그런데도 오히려 내 상식에 대한 나의 믿음은 더욱 강해져 가기 때문이다. 내가 잘 모르는 세상 일을 내 상식만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다가는 하릴없이 맥주나 열심히 사대야 하는 것이다. 내 울타리만 넘어서면 내가 모르는 수많은 세상이 있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내게는 비상식으로 보이는 것들이 상식으로 통할 수도 있다. 잘 모르는 세상에 대해 판단할 때 신중하고 겸허해야 할 일. 최근 승률이 부쩍 떨어진 스스로를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