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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긁적 at 15:43 아직 연애는 하지 않는 .. by deulpul at 13:37 그런 점도 중요한 원인일 .. by deulpul at 13:34 아, 바로 맞추셨습니다... by deulpul at 13:27 김연아도 연예인에 넣어.. by 검투사 at 13:00 최근 등록된 트랙백
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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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점차 더워지기 시작하니 때이른 납량특집 한 편.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도 있지만, 밤에는 장성 축조 작업 말고도 온갖 일이 은밀하게 벌어진다. 어둠이 세상을 가리는 밤은 대체로 범죄에 취약하다. 따라서, 똑같은 단순 폭력도 해가 진 뒤 저지르면 판사는 좀더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 집을 떠난 사람이 밤을 보내기에 편한 곳은 각종 숙박업소다. 숙박업소란 다양한 사람이 와서 잠깐 머무르다 가는 곳. 글자 그대로 다양한 사람이 오며, 그 중에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도 온다. 밤과 숙박업소가 만나는 접점에는 가끔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다. 우선 다음 사건 기사들을 보자. 경기 청평 소재 B모텔 모텔 종업원(36), 새벽 2시경 모텔 107호 내에서 모텔의 대출관련 부채관계로 인해 추 모(여,48세)씨와 말다툼 도중 목을 졸라 질식시켜 살해함. 이모(33)씨,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P모텔에서 채팅 사이트에서 소개받은 A(18)양을 만나 미리 구입해둔 수갑을 채운 채 성관계를 가진 뒤 베개 등을 이용해 A양을 질식사시킴. 송모(36)씨, 저녁 7시 30분 경 종로구 낙원동 소재 ○○여관 ○○호실에서 윤모(4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함. 정모(37)씨, 오전 11시45분께 동대문구 제기1동 A모텔에서 내연녀 K(36)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K씨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함. 지난 20일 오후 3시 반쯤 수원 장안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조선족 근로자인 장모씨가 흉기에 여러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 모텔에서 벌어진 각종 살인 사건들이다. 잠깐 검색으로도 이 만큼 나왔으니, 제대로 검색하면 꽤 쏟아져 나올 것이다. 신문에도 잘 나지 않는 각종 자살 사건까지 더하면, 모텔방이 남몰래 지켜보는 임종은 상당할 것 같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남녀들이 마지막 장소로 찾는 곳도 주로 모텔. 그런데, 저 모텔의 저 방들은 시체를 치우고 핏자국을 지우고 다시 대실(貸室)을 할 것이 아닌가. 이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방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투숙객들은 시신이 누워 있던 딱 그 자리에 시신처럼 누워서 하룻밤을 보내는 꼴이 아닌가. 한국에서 지방 출장을 자주 다닌 탓에, 여기저기 모텔에 투숙할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인가 서산 쪽을 지나다 날이 저물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모텔을 숙소로 잡았다. 위치는 매우 좋았는데, 비록 논밭 가운데에 건물을 내기는 했어도 멀찌감치 서해 바다가 보일듯말듯 한 명당이었다. 다만, 한적한 곳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모텔이라 조용하기는 할지언정 좀 외지다는 생각은 들었다. 인근 농민에서 모텔 주인으로 전업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장이 주는 열쇠를 받아, 동료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완전 시골인데다 외지기까지 해서, 해가 떨어질 무렵 잠깐 모텔 뒤꼍으로 나와 서쪽을 바라본 것 말고는 저녁 내내 방에 틀어박혀 텔레비전만 보았다. 마침 맥주 하나 사 오지 않았는데, 아마 함께 간 동료가 술을 별로 즐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윽고 밤이 깊어 불을 끄고 텔레비전도 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도통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을 설치는 일은 일찌감치 떨쳐 버렸으니 그 이유는 아니다. 그냥 집에서 잠이 안들어 뒤척일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뭔가 매우 불편하고 매우 불쾌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옆에 동료가 자고 있으니 불 켜놓고 뭘 하기도 곤란한 상황. 뭔가 불편하고 음습한 느낌에 침윤되어, 침대 구석에 쪼그리고 누워서 시간만 어서 가기를 바라는 상황이 됐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동료의 눈이 빨갛다. 아하, 그도 밤새 잠 한 숨 못잤다고 한다. 내가 자고 있는 줄 알고 말은 못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불안하게 날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이 사실을 확인하고, 부리나케 짐을 챙겨서 도망치듯 모텔을 빠져나와버렸다. 나올 때 보니 투숙객은 우리 뿐이었고, 내실에는 주인장도 없었다. 차를 타고 서산 해안도로로 나오면서, 나와 동료는 그 모텔, 그 방에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과학적 증거 이딴 거 하나도 없지만, 우리는 한치의 의심없이 단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 못 잔 것 말고는 별 탈 없이 하룻밤을 보낸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삶이나 죽음이나 인생의 한 모습이므로, 주검을 앞에 놓고 먹고 마시고 할지언정 별나게 저어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다만 불행한 죽음들이 얽혀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과 장소는 언제나 좀 찜찜하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와서, '서산 모텔 살인사건' 따위 사건 기사를 뒤져볼까 생각도 했으나 그만두었다. 알면 더 찜찜할 것 같았다. 게다가, 강력 사건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모텔을 짓기 전부터 터가 나빴는지도 모른다. 여행이나 출장, 또는 각종 므흣한 목적으로 숙박업소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찜찜한 이야기만, 방도 뽑기다. 어떤 역사가 있는 방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이긴 하지만, 역시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의 말대로, 집보다 좋은 곳은 없는(There's no place like home) 모양이다. 집도 아무 특이한 역사를 가진 적이 없다는 전제 아래. 보너스 읽을거리: The Onion 기사 (픽션,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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