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생각은 한기자가 죽어라 선수들의 엽기적인 모습만 찍는다고 독자들이 오해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대포알이 달린 카메라를 들고 그라운드에 나간 한기자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입술이 뒤집어지고 눈이 희번덕한 사진만 찍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사진기자와 꼭같이 뷰파인더를 보며 주요한 순간을 기다리다가 셔터를 누른다. 그의 카메라에는 다른 사진기자들이 찍은 것처럼 '정상적인' 사진도 많이 있다. 독자들은 그가 엽기적인 장면만을 기막히게 잡아낸다고 생각하지만, 엽기적인 장면은 그가 찍은 수많은 경기 사진 중 일부다.
운동 경기를 찍는 사진기자들은 고속으로 움직이는 경기에서 좋은 장면을 잡기 위해 1초에 대여섯 장씩 찍히는 연속촬영을 할 수밖에 없다. 좀 과장하자면 중요한 순간에는 거의 동화상을 찍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DVD 같이 디지털 매체에 담긴 영화를 정지시켜 가며 본 사람이라면, 꽃미남 꽃미녀들이 정지 화면에서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잘 아실 것이다. 한기자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몇백 분의 일 초 속도로 연사로 찍힌 사진 중에는 당연히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기묘묘한 장면이 끼어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카메라로 사진 찍든말든 온몸 다바쳐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더 그렇다.
사진부 데스크에서 사진을 거르는 과정에서 이런 사진들은 보통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잘못 찍은 사진'인 것이다. 카메라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 몰두해야 하는 선수들이 꽃단장 하고 카메라 앞에서 간살을 부리는 패션 모델처럼 나올 수는 없는 일. 아무리 그렇더라도, 관중과 독자들이 갖고 있는 선수의 이미지를 해칠 정도로 나온 사진을 지면에 싣지는 않는다. 비슷한 앵글에서 잡은 사진 중, 스포츠를 잘 표현하면서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도 비교적 말끔하게 나온 사진들이 선택되어 지면에 오른다.
그런데 한기자의 사진은 이렇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사진을 오히려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주목을 받은 경우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한기자가 엽기 사진기자거나 '안티 기자'라기보다, 연합뉴스 사진부에서 스포츠를 담당하는 데스크가 엽기적이거나 안티라고 해야 더 바른 말이 아닐까 싶다. 엽기를 모티브로 하여 한기자를 상품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한기자 사진의 장점은 스포츠와 그에 몰두하는 선수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휴먼 드라마라고 한다. 휴먼 드라마가 코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곧잘 전쟁으로 묘사되고 실제로 전쟁이 되기도 하는 스포츠 속에서 순간의 웃음을 잡아내는 한기자와 그의 데스크는 익살스런 재능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한기자의 사진은 스포츠가 가진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피사체가 엔터테인먼트니 그걸 영상으로 옮긴 사진도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은 적당한 궁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사진기자나 데스크라면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릴 사진을 활용해 성공하고 있으니 (이것도 성공이라면), 신선한 시도이고 발랄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기자 사진의 단점은 선수들의 진지한 노력을 말초적인 흥미거리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스포츠 포토저널리즘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거나 팀의 공동 목표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선수들의 진지한 노력을 영상으로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 첫 목적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한기자의 사진 속에서 그런 것을 찾기는 어렵다. 이것은 스포츠 포토저널리즘, 좀 넓게 보아 포토저널리즘의 본령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하는 문제다. 한기자가 사진을 시작할 때, 독자가 한번 킥킥 웃고 마는 사진을 찍으려고 이 길에 들어섰던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어쨌거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한기자(와 그 데스크)는 사진기자계, 포토저널리즘계의 귀여니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덧글
연필광대 2006/06/23 15:21 # 답글
하하, 사진계의 귀여니...적확한 표현이라 사료됩니다. ^^deulpul 2006/06/24 09:32 # 답글
사진을 보니 귀여니처럼... 귀엽게 생기셨습니다...........2006/06/24 15:2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몽상쟁이 2006/06/24 17:45 # 답글
그래도 귀여니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부분에 더 많이 쓰이지 않나...-_-;서하 2006/06/24 21:24 # 답글
이 분의 사진들이 기사에 날 정도로 인기를 얻으셨더군요. 기자 성격이 유쾌하다보니 선수들 뿐 아니라 자신의 사진도 코믹하게 찍어놓았던 것이 참 재미있었지요. 분명 진지한 면이 떨어지긴 하지만 선수들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순간 캡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진들이었지요^^바리바리 2006/06/24 21:59 # 답글
귀여니는 아니죠..guss 2006/06/24 22:13 # 답글
바리바리 님이 맞아요. :-)귀여니는 문학계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지만 한상균 씨는 스포츠 사진을 풍성하게 하면 풍성하게 했진 좀먹지는 않잖아요. :-)
guss 2006/06/24 22:15 # 답글
음.. 여담이지만 울고 있는 이천수 선수 사진 한상균 씨가 찍었더군요..비피더스 2006/06/24 22:20 # 삭제 답글
그래도 귀여니나 한기자님이나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크게 파동을 일으킨 점에서는 일맥상통 하는걸지도요 :Dazreal 2006/06/24 22:35 # 삭제 답글
야구는 스포츠도 아니라는 말에 확 깬 사람입니다.-_-^세류 2006/06/24 23:24 # 답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귀여니라는 표현은 아닌거 같네요 ^_^;;◆박군 2006/06/24 23:56 # 답글
귀여니는 아니죠...;;샤갈이나 제임스 조이스라고 하면 모를까.
일심도지우 2006/06/25 01:33 # 답글
한상균? 이름부터가 마음에 안드는deulpul 2006/06/25 04:14 # 답글
비공개님: 감사합니다. 님도요!몽상쟁이: 비판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팬도 있어요... 제가 쓴 맥락은 본문에서 다 보여드렸음.
서하: 선수들을 친근하게, 순간 포착의 중요성 모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바리바리: 그냥 제가 보기엔 그렇다는 뜻.
guss: 헛, 좀먹는다는 과격한 표현을 쓰시다니. 귀여니님 팬이 들으면 어쩌시려구. 한기자가 기기묘묘한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는 것은 본문에서 드린 말씀.
비피더스: 네, 그 비슷한 점에서 그렇게 보이는군요.
azreal: 본인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되는 맥락이기도 하네요. 저는 미식축구는 스포츠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도망간다)
세류: 네, 귀여니라는 표현도 제 개인적인 의견~ 하하.
◆박군: 글쎄, 제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사옵니다, 물론. 한기자를 로버트 카파나 유진 스미스로 보시는 것도 개인의 자유~.
일심도지우: 좋은 균도 많습니다. 바로 위에 비피더스님처럼 말이죠... 하하-.
ㄷㄱ 2006/06/25 11:20 # 삭제 답글
열심히 운동하다보면 일그러지게 나올수도있는데 당사자들에게 창피감을 느낄수있는 사진을 찍다니 난 쓰레기라고 봅니다.누가 그렇게 찍힌 사진을 보면 좋아하겠습니까?운동선수?연예인 다 사람입니다.사람.deulpul 2006/06/25 12:11 # 답글
왠지 피해자이신 것 같은 포스가... 하하. 그... ㅆㄹㄱ 라는 표현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만, 것도 물론 제 생각.네모스카이시어 2006/06/25 21:33 # 답글
남기신 덧글 읽었습니다. 제가 의도를 약간 오해한 셈이군요. 역시 타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건 힘들어요.그리고 덧글에 대한 허락이 필요할 이유도 없겠지만 덧글을 아예 받지 않을 셈이였다면 덧글을 달 수 없게 했었을겁니다. 나중에 올리신 덧글은 기우였어요.
은하 2006/06/25 21:49 # 답글
와 재미있네요. 조삼모사 패러디에도 나온 한상균 기자님 ㅋㅋ 그러나 역시 데스크의 농간이란 점은 분명하겠죠;;;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희화하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가식없이 전력투구하는 모습에서 선수들의 열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독자들이 킥킥 웃고만 끝날 것이 아니면 될 거 같아요.
유군 2006/06/26 01:22 # 답글
이오공감에서 보고 왔습니다~전 이분 몹시 좋던데요 :)
안티라서가 아니라, 왠지 그냥 마음에 듭니다. ㅋㅋ
deulpul 2006/06/26 02:22 # 답글
네모스카이시어: 고맙습니다. 제가 좀 불명확하게 쓰기도 했네요. 댓글은, 첫 번째를 쓸데없이 붙인 게 아닌가 걱정되서 두 번째를 붙인 건데, 그것도 쓸데없었네요, 하하-.은하: 데스크의 역할에 주목해 주셔서 기쁩니다. 그게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던 중요한 포인트.
유군: 정말, 공개되는 사진들은 일정한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른바 '안티'라는 것은 그냥 웃자고 붙이는 딱지겠죠? 설마 진짜 그렇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까...
레디오스 2006/06/26 07:34 # 답글
특정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해서 이윤세씨와 한상균씨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제가 알고 있는 정보, 그리고 본문의 글에서 deulpul님이 밝히신대로 한상균 기자는 '기본적 사진'을 찍을 줄 압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진 속에서 변형을 꾀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윤세씨의 경우, 아직 일반적인 맞춤법도 모두 익히지 못한 작가입니다. 코드의 흥행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순수창작을 의심받는 이야기 구성도 논란이 되고 있죠.
레디오스 2006/06/26 07:35 # 답글
한상균 기자의 새로운 것과 이윤세씨의 새로운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한상균 기자의 경우, 유행하지 않았던 코드를 꺼냈는데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반면, 이윤세씨의 경우는 당시 또래의 아마츄어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이모티콘 삽입 문장에 동참했는데, 다른 작가들보다 먼저 출판하여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쪽은 창조과정에서의 운빨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동참과정에서의 운빨이죠.일단은 기본을 갖춘 분이 변형을 꾀한 것과 기본을 갖추지 않은 채 변형을 꾀하던 분이 서로 비교된다면 한쪽은 모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꾸준하게 정밀데생을 하며 기본을 수련한 피카소의 추상화가, 어느 이름모를 대학의 1학년생이 잘난 척 하려고 그린 추상화와 비교되는 꼴이라고 봅니다.
deulpul 2006/06/26 07:56 # 답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을 그렇게 시시콜콜히 비교하기 시작하면 도토리 키재기시키는 꼴밖에 안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도토리여서가 아니라 비교하는 사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죠. 어떤 분은 귀여니의 미덕을 지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한기자를 피카소에 비유하다니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겠어요? 오히려 중요한 것은, 두 경우 모두 전에는 전혀 인기를 얻는 아이템들이 아니었는데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는 현상과, 그 인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그 점에서 저는 '특정한 공통점 하나'가 아니라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부분이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여니'란 말에 집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한기자와 귀여니가 꼭 이런 점에서 꼭 이렇게 똑같다고 쓴 게 아니라 상징적 의미로 쓴 정도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그저그런사람 2006/06/26 15:56 # 답글
한상균기자...안티기자 안티기자 그러지만 그래도 새로운 면모를 잡아내서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은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deulpul 2006/06/28 06:48 # 답글
안티 운운은 사실도 아닌 것처럼 보일 뿐더러, 말 자체도 보기 싫습니다. 그의 사진 중에서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것은 가볍고 즐거운 이미지가 대세인 시대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