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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논문이므로 재미없습니다. 자장면은 짜장면으로 씁니다.)
짜장면과 짬뽕은 오래 전부터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로 사랑받아 왔다. 일찌기 현진건은 단편소설 <운수좋은 달>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짜장면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1924, p. 37) 이와 유사하게 김상용은 시 <창으로 남을 내겠소>에서 창(窓)으로 남(南)을 내겠소. / 밭이 한참갈이 / 괭이로 파고 /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짬뽕이 다 끓걸랑 /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 울지요. (1934, p. 11) 하고 읊으며 평화로운 전원적 삶에 대한 소망을 짬뽕으로 집약시켜 표현하고 있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음식인 자장몐(炸酱面)에서 유래한 음식이나, 20세기 초에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던 중국인 화교에 의해 한국화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신문성, 1974). 한편 짬뽕은 그 정확한 연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식품영양학계에서는 일본어 잠퐁(ちゃんぽん)이 그 출처라고 추정하고 있다(홍명복, 1979). 일각에서는 짬뽕의 매운 맛 때문에, 연원에 상관없이 한국화한 토착 중국 음식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정몽중, 1985). 한 식당에서 동시에 제공되는 이 두 음식은 식사자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한 인정투쟁을 벌이며 오랜 경쟁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배가 고파 중국 음식점에 들어간 식사자는 둘 중 무엇을 시켜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 빈번히 직면하게 되었다. 예컨대 경남 김해의 한 중국집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7%가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갈등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야래향, 2006). 현대 가요인 <몽고반점>에서는 이를 여러분 짜장 좋아해? 아니-. 그럼 뭐 좋아해? 짬뽕! 이라고 묘사하여,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갈등과 식사자의 고민을 형상화하기도 하였다(루이스, 1999). 짜장면과 짬뽕이 빚어내는 갈등은 흔히 밥 먹으러 간 사람들을 짜장파와 짬뽕파로 분열시켜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상황까지 곧잘 만들어 냈다(김훈, <빗살무늬 식기의 추억>, 1995). 이런 상황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다투다 격한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하는 논쟁 발전 형태의 대표적 사례가 되어 인터넷에 회자되기도 하였다(작자 미상, <게시판에서 싸움나는 순서>, 2001). 이처럼 짜장면과 짬뽕이 한국 서민 외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두 음식 간의 갈등이 오래도록 한국 사회를 짓눌러왔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식품영양학계와 심리학계, 정신의학계에서 깊은 관심을 쏟아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본 연구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관련 연구를 되짚어보고 그 한계를 밝혀서, 앞으로 좀더 본격적인 연구를 촉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짜장면과 짬뽕의 선택 상황에서 식사자가 겪는 갈등에 대한 연구는 결국 '왜 식사자는 짜장면/짬뽕을 선택하는가'(RQ: Why does a hungry man choose Jjajangmyon or Jjampong?)라는 연구 질문으로 귀착된다. 이러한 연구 질문은 '식사자의 짜장면/짬뽕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정리될 수도 있다. 이러한 주제는 주로 인간의 심리와 그 행태에 주목하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실증적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로 손꼽히는 것은 안정안, 이을롱, 하동구(1968)의 참여 관찰 보고다. 연구자들은 무작위 추출된 서울시내 초등학교 5곳의 졸업식이 끝난 뒤, 학교 주변 중국집에 종업원으로 가장하여 하루 동안 근무하며 손님들의 주문 행태를 조사하였다. 이들은 전체 피관찰 식사자 497명 중에서 51%가 짜장면/간짜장/삼선짜장 등 짜장 관련 식사를, 28%가 짬뽕을, 15%가 우동/볶음밥 등 기타 음식을 시켜 먹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나머지 6%는 옆에서 단무지만 먹었다고 한다. 이 조사는 짜장면/짬뽕 갈등 관련 실태를 현장에서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비록 인구 특성별이나 시간대별, 지역별 구분 조사는 하지 않았으나 이 분야 연구의 초석을 놓은 획기적인 탐색적 연구(exploratory study)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연구는 짜장면과 짬뽕이 5대 3의 비율로 선택된다는 이른바 '5:3 원칙'으로 정리되었다. 한편 이 연구는 연구자가 연구 과정에서 중국집 알바를 뛰는 형태로 스스로 펀드를 조성해 연구비를 충당한 최초의 사례로도 높게 평가된다. 한편 차범군와 차둘이(1969)는 안정안 등의 연구가 초등학교 인접 지역에서만 수행됨으로써 보편적 결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및 일반 회사 주변 지역의 중국집을 각각 2곳씩 선정하여 안정안 등의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조사하였다. 그 결과 전체에서 짜장면과 짬뽕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조금 내려갔으나, 두 음식 간의 비율은 여전히 5대 3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안 등의 연구가 차범군 등의 연구로 비교적 안정적인 타당성(validity)를 확보한 것으로 검증되자, 연구자들은 좀더 통제된 상태에서 식사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하기 위해 실험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운제(1973)는 짜장면/짬뽕 선택이 식사 메뉴의 접근성(availability)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실험에 적용하였다. 한 집단에게는 짜장면이 빠진 메뉴를 제공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짬뽕이 빠진 메뉴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짜장이 없는 집단: 짜장=0% 짬뽕=55% 기타=45% 짬뽕이 없는 집단: 짜장=59% 짬뽕=0% 기타=41% 이를 근거로 이운제는 상대 메뉴의 접근성이 식사자의 메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짜장면보다 짬뽕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 즉 짜장면이 제공되지 않을 때 짬뽕의 비율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나 짬뽕이 제공되지 않을 때 짜장면의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짬뽕의 충성도가 짜장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vulnerable)는 것이다. 한편 아두보(1977)는 주변의 환경이 식사자의 메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 아래, 집단 1의 피실험자는 혼자서 메뉴를 골라 식사를 하게 하고, 집단 2의 피실험자는 손님을 가장한 연구원 8명이 모두 짜장면을 먹는 식당에서 주문을, 그룹 3의 피실험자는 연구원들이 모두 짬뽕을 먹는 식당에서 주문을 하게 하였다. 그 결과, 집단 1의 경우 5대 3의 원칙이 유지되었으나 집단 2의 경우 7대1, 집단 3의 경우 2대6으로 각각 큰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아두보는 식사자들이 주변의 압력(peer pressure)을 메뉴 선택에 반영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이천숙(1978)은 주변 환경의 구체적 특성이 식사자의 짜장면/짬뽕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정보 제공자 신뢰(source credibility) 가설을 세웠다. 네 가지 조합으로 구성된 실험에서, 집단 1, 2의 실험자는 비교적 매력적으로 생긴 사람들 속에서 메뉴를 선택하게 하고, 집단 3, 4의 실험자는 비교적 덜 매력적으로 생긴 사람들 속에서 메뉴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결과는 같은 짜장면/짬뽕을 먹는 집단 속이라도 그들의 매력도에 따라 피실험자들은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짜장면을 먹는 덜 매력적인 사람들 속에서 짜장을 선택하는 피실험자는 55% 정도였으나, 짜장면을 먹는 매력적인 사람들 속에서는 89%가 짜장면을 선택했다. 반면, 메뉴판에서 해당 메뉴의 가시성(visibility)나 순서(order effect)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형(1989)은 집단 1에게는 짜장면이 크고 눈에 띄게 표시된 메뉴판을 제공하고 집단 2에게는 짬뽕이 부각된 메뉴판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메뉴 선택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두 짜장과 짬뽕의 순서를 바꾸어 제공하는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홍(1994)은 식사자의 후각적 인지가 메뉴 선택에 큐(cue)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집단 1에게는 짜장면 냄새만 나는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도록 하였고, 집단 2에게는 짬뽕 냄새만 나는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도록 하였다. 그 결과, 식사자들은 메뉴 선택 전에 인지한 후각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자들은 메뉴 선택에 따른 보상(reward)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였다. 박지선과 조재신(2001)이 수행한 실험 연구에서, 집단 1 식사자들은 주문하기 직전에, 짜장면을 주문하면 볶음밥 한 공기를 덤으로 받는다는 정보를 받았다. 집단 2 식사자에게는 짬뽕을 주문할 때만 볶음밥 한 공기를 준다는 정보를 주었다. 박지선 등은 짜장면과 짬뽕 선택에서 보상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송종군과 김상신(2002)은 메뉴 선택에 처벌(punishment)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보았다. 이들은 집단 1 사람에게는 짜장을 시키면 바퀴벌레가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주고, 집단 2 사람에게는 짬뽕 속에 바퀴벌레가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준 뒤 메뉴를 선택케 했다. 놀랍게도 바퀴벌레가 있든말든 두 집단 모두 원래의 5대 3 비율에 거의 근접한 메뉴 선택 행태를 보였다. 송종군 등은 실험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짜장면/짬뽕에 실제로 바퀴벌레를 집어넣어 보았다. 이들의 연구는 나중에 연구윤리심사위원회(IRB)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우리는 왜 짜장면을 선택하는가. 혹은 짬뽕을 선택하는가.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의 조각들을 찾아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실험 결과들은 비결정적이거나(inconclusive) 비일관적이다(inconsistent). 우리는 여전히 이 복잡한 사회 현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연구는 세 가지 방향에서 이 퍼즐을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식사자 개인 특성과 메뉴 선택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탐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음식의 특성상 개인 취향이 그 선호도와 메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바, 가족력을 비롯한 개인의 배경을 철저히 규명하면 새로운 단서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둘째, 그 동안의 연구는 짜장면과 짬뽕의 상호 관계에만 집중했으며 다른 메뉴들은 무시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식사자는 많은 메뉴 중에서 두 메뉴를 고르게 된다. 메뉴 다양성이나 다른 메뉴의 매력 같은 상황적 요소(situational factor)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셋째, 좀더 폭넓은 사회심리적 접근도 중요하다. 모두에 언급한 대로 짜장면과 짬뽕은 한국 서민의 외식에서 상징적 존재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단순히 폐쇄된 실험실 상황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좀더 보편적이고 문화적인 배경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연구가 인접 학문과의 협조를 통해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것이다. 참고문헌 김상용 (1934), '창으로 남을 내겠소'. <문학> Vol. 2, 11. 김 훈 (1995), <빗살무늬 식기의 추억>. 서울: 문학마을. 루이스 (1999), <몽고반점>. 서울: 마포구 아현동. 박주형 (1989), '왜 눈에 안띄지?: 메뉴 가시성과 올바른 위치 선택', <주부생활> Vol. 50, 별책부록. 박지선, 조재신 (2001), '그러면 걍 굶든가: 메뉴 선택에 미치는 보상의 영향', <조삼모사저널> Vol.2, 3-11. 송종군, 김상신 (2002), <바퀴벌레를 죽이는 100가지 방법>. 서울: 도서출판 세스코. 신문성 (1974), <동북공정 거사와 짜장면의 비밀>. 서울: 도서출판 주윤발. 아두보 (1977), 'Burning mid-field: Peer pressure in soccer and jjajangmyon', <Sunday Seoul> 안정안, 이을롱, 하동구 (1968), '중국 음식의 선호도 연구'. <한국식도락학보> Vol. 8, 28-37. 야래향, <중화요리집에서 한번쯤 경험해본 최고의 갈등은?>. 2006년 6월 접속. 이운제 (1973), 'The effect of availability on favored dishes choice', <Journal of I AM A SCI JOURNAL> 이천숙 (1978), '얼짱이 좋아: 주변의 매력적 요소가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 <건강 다이제스트> Vol. 86, 120-127. 이 홍 (1994), 'Food scent and perceived environmental cues in menu selecting', <Science plus Nature> 작자미상, '게시판에서 싸움나는 순서'. 인터넷 여기저기. 정몽중 (1985), <짬뽕국물건너간 대권>. 서울: 축국대학교 출판부. 차범군, 차둘이 (1969), '달리면서 연구하는 중국 음식의 선호도', <한국식도락학보> Vol.9, 86-95. 현진건 (1924), '운수좋은 달'. <개벽> Vol. 48, 37-52. 홍명복 (1979), <갤럭시보며 먹어요: 오타쿠의 야식 백과사전> 서울: 폐인출판사.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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