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장
이 블로그의 글들 VI 이 블로그의 글들 V 이 블로그의 글들 IV 이 블로그의 글들 III 이 블로그의 글들 II 이 블로그의 글들 I ※ 예전 글들의 카테고리 분류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테고리
때時 일事 (Issues)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美 나라國 (USA) 갈硏 궁구할究 (Study) 흩을散 글월文 (Prose) 욀諷 찌를刺 (Satire) 짧을短 생각想 (Piece) 낱個 사람人 (Personal) 연결連 이을續 (Series) 섞일雜 끓일湯 (Others) 두二 바퀴輪(MCycle) 최근 등록된 덧글
넵. 원인이기도 하고 결..
by 긁적 at 15:43 아직 연애는 하지 않는 .. by deulpul at 13:37 그런 점도 중요한 원인일 .. by deulpul at 13:34 아, 바로 맞추셨습니다... by deulpul at 13:27 김연아도 연예인에 넣어.. by 검투사 at 13:00 최근 등록된 트랙백
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by 민노씨.네 일년이 다 된 글인데 새삼.. by 물리학 흠냐, 울 마눌은 백설공.. by 뒤돌아 보지 않는다, 후.. 검찰과 기자, 국민 세금.. by 자그니의 시크릿 스크립팅.. 전국국어대회 '4대강' 토.. by Green Monkey Blog** 태그
|
언젠가 문상하러 간 자리에서 귀동냥한 이야기다. 다 아시는 대로, 상가를 찾은 문상객에게는 엄숙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을 입은 가족이 지나치게 상심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적당히 시끌벅적하게 만들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주어진다. 옆자리의 문상객 일행이 소줏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화제를 나누다가, 갑자기 화장실 이야기로 열띤 토론을 벌인 것도 아마 그런 의식의 끝자락에서였을 것이다.
문상객 1: 근데 말야, 요즘 사촌 동생넘이 올라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 넘이 아침에 한 번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몰라요. 가뜩이나 바쁜 아침에. 문상객 2: 그래? 변빈가? 문상객 1: 그거 뿐이면 말도 안해. 화장지 한 통이 이틀도 못 가. 이 넘이 한 번 일을 보면 절반을 변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거라. 문상객 3: 맞아! 요즘 애들 대체 뭐 아까운 줄 모른다구. 그거 딱 세 칸이면 되잖아. 문상객 2: 야야. 무슨 토끼 똥구멍이냐? 세 칸이게. 적어도 한 발은 되야지. 문상객 1: 한 발? 문상객 2: 엉. 그러니까, 난 휴지를 이쪽 손에서 저쪽 손만큼의 거리로 재서 잘라 쓴다구. 그거면 끝이야. 문상객 4: 별 놈 다 있네. 넌 똥 누다가 원단 길이 재고 있냐? 그냥 손바닥에 둘둘둘 서너 번 감으면 딱이지. 문상객 3: 얘들 봐라? 쟤 사촌 같은 넘들이 여기 또 있네. 그렇게 퍼다 쓰면 화장지가 남아나냐? 문상객 4: 얌마. 아무리 그래도 세 칸으로 일을 어케 보냐. 손에라도 묻으면 아무리 씻어도 밥 먹을 때 찝찝하잖아. 문상객 3: 더럽게 묻긴 왜 묻냐. 글구, 왼손으로 하는데, 뭐가 밥 먹을 때 찝찝해? 어차피 씻을 건데. 문상객 1: 엉? 왼손으로 닦아? 왼손으로 하면 좀 불편하지 않나?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이야기가 계속되다 보니, 이 문상객 일행 중에는 화장실에서 일 보고 뒷처리하는 데도 세 칸으로 하는 넘, 둘둘둘로 하는 넘, 변기통 위에 앉아서 원단 재고 있는 넘, 화장지 절반을 처넣는 넘이 있을 뿐 아니라, 왼손으로 하는 넘, 오른손으로 하는 넘에 앞으로 하는 넘, 뒤로 하는 넘이 있어 투 바이 투(2 X 2)로 네 가지 경우가 등장하였고, 냄새 난다고 계속 물 내리는 넘이 자원 절약 환경주의자와 싸우기 시작하였으며, 마지막 속곳을 허벅지에 걸치는 넘, 무릎 밑에 걸치는 넘, 발목까지 내리는 넘, 불편해서 반드시 몸에서 떼어 놓아야 편하게 일을 보는 넘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이 차차로 밝혀짐으로써, 옆에서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노하우로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는 넘들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모두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며, 따라서 다른 사람도 모두 자기가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발견하고 서로서로 신기해 하더라는 점이다. 나중에 친구 여럿 모이면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제로 하여 즉석 서베이를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사람 사는 방식이 얼마나 서로 다른지 놀라실 것이다. 예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빈민층 취재를 나간 한 사진기자가 슬럼 주택가에서 어린이들 사진을 찍다가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뒷머리를 맞아 코마가 된 사진기자는 다행히도 입원한 지 몇 주 뒤 정신을 되찾았다. 그러나 머리 충격으로 인해 지력은 형편없이 떨어졌으며, 힘겨운 재활 치료가 시작됐다. 일상 생활에서 꼭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는 그를 위해, 간호사가 샤워기 옆에다가 샤워할 때 씻어야 할 것을 조목조목 순서대로 적어 붙여두었다.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나 수업, 예컨대 <샤워의 정석 1> <샤워 완전 정복> <종합 샤워> <핵심 샤워> <20년간 샤워 총정리> 같은 것이란 존재할 리 없으니, 사진기자의 샤워 목록에 기록된 순서는 바로 간호사 개인의 샤워 순서일 것이었다. 사진에서 본 그 목록의 순서는 나의 순서와도 꽤 달라서 신기하게 생각했다. 문상객의 화장실 토론의 주제를 조금 더 확장하면 1) 이를 닦을 때 아래/위로 하는가, 좌/우로 하는가, 나선형으로 하는가; 2) 다 닦고 난 칫솔은 어떻게 씻는가; 3) 샤워할 때 머리 먼저 감고 몸을 씻는가, 몸 먼저 씻고 머리 감는가; 4) 샤워를 끝내면 수건으로 어디부터 닦는가... 등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런 것의 공통점은 '한 번 배우면 평생 간다'는 점이다. 화장실 안에서 벌이는 일은, 아주 어릴 때 학습받은 뒤 평생을 같은 패턴으로 반복하며 살게 마련인 것들이다. 같은 행위의 반복은 곧 습관으로 굳어지고, 그 습관은 곧잘 신념이라든가 규범의 탈을 쓰게 된다 (치약 튜브 짜는 습관이 달라 다투는 신혼부부를 상기해 보라). 화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인 용무이므로, 남과 비교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 예컨대, 여러 명이 모여 서로 관찰하며 단체로 똥을 누는 경우란 대체로 드물다고 할 수 있으며, 공중목욕탕에서도 남이 몸을 씻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다가는 오해나 사기 딱 좋으니, 남과 비교하기란 그다지 용이치 않다. 이 때문에, 잘못된 습관을 갖고 있어도 수정받을 기회가 드물다. 이를 열심히 닦는데도 충치가 생겨서 고생하던 나는 내 치솔질 방법이 매우 불완전하고 잘못된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뒤늦게란 치과에 돈깨나 퍼다주고 나서란 뜻이다. 한갓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도 사람에 따라 이렇게 천양지차일진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하거나 조금 더 허리상학적인 쪽으로 올라오면 어떤 상황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같은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며,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한 몸뚱이에 붙어 있는 오른손과 왼손도 자세히 보면 다르다. 불행히도, 다르다는 것이 모두 개별적으로 옳음을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여하튼 인간은 애초부터 서로서로 다르게 생겨먹은 것 같고, 이 점을 넉넉히 인정해야 인간 사이에 오해와 편견과 증오가 줄어들 것 같다. 인간 일반에 대한 미움이 자꾸 솔솔 피어나는 요즘이라, 스스로 경계하는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