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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미국 시청자들은 부엌에서 밥을 준비하면서도 텔레비전에서 뭘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미국 가정의 부엌 한 구석에 소형 텔레비전이 자리한 지는 이미 오래이므로, 밥을 준비하고 먹는 공간에 텔레비전이 틈입한 것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엌 식탁 위가 아니라 냉장고 안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냉장고 안에 예쁘게 놓인 달걀들이다.
미국 CBS 방송은 이번 가을에 자기네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홍보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시청자의 식탁 위에 오르는 달걀의 껍질에 방송 프로그램들을 새기는 광고를 쓰기로 한 것.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달걀이 그것이다. 이 달걀에는 CBS가 이번 가을에 방영할 간판 프로그램의 로고가 달걀과 연관지은 홍보 문구와 함께 새겨져 있다. 이 달걀은 수퍼마켓에서 팔리는 보통 달걀이다. 다만 달걀의 포장 과정에서 레이저로 CBS 광고를 새기는 에칭 작업을 거쳤다는 것이 다르다. CBS가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시장에 내어놓을 CBS 달걀은 모두 3천5백만 개다. 미국인 8.5명당 한 개 꼴이다. 달걀 광고를 기획한 CBS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달걀 광고의 강력한 침투성(intrusiveness). 텔레비전 광고는 채널을 확 돌려버리면 되고, 신문 광고도 페이지를 휙 넘기면 그만이지만, 달걀을 갖고 요리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만지고 들여다 보아야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달걀은 소비자의 눈을 적어도 세 번 잡아끌게 된다고 한다. 달걀을 살 때 깨진 것이 없나 확인하게 되고, 요리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낼 때도 주목해야 하며, 팬 위에서 껍질을 깰 때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달걀 광고 기법에 대해 미국 언론은 재빨리 egg와 advertising을 합친 egg-vertising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원래 달걀에 레이저로 글자를 새기는 기법은 달걀이 언제 생산된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어 불안해하는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즉, 막 생산된 달걀을 씻고 포장할 때 레이저로 유효 기간을 확실하게 새겨 넣음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받도록 한 것. 에칭 기법은 EggFusion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했다고 하는데, 이 회사는 작년부터 에칭 달걀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달걀은 세척과 검사 과정을 거친 뒤 포장되기 직전에 레이저로 원하는 글자를 새기도록 되어 있다. 레이저 작업 시간은 달걀 하나당 0.034~0.073초로,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도 짧다. 조각되는 깊이는 달걀 껍질 두께의 5% 정도다. 달걀에는 고유 번호가 찍히는데, 이 번호를 집어넣으면 내가 산 달걀이 어디서 생산됐는지,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쳤는지 모조리 알 수 있는 My Fresh Egg라는 웹사이트도 있다. 사람 눈이 닿는 곳이면 모두 광고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시대에, 소비자 손이 직접 닿는 달걀 껍질의 단아한 타원형 공간이 그냥 버려져 있을 리 없다. EggFusion은 곧 달걀 껍질을 광고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레이저를 이용하여 광고주의 로고와 상표를 넣는 방식. 그 효과를 눈여겨 본 CBS가 자기네 가을 프로그램을 각 가정에 밀어넣을 유력한 수단으로 점찍게 된 것. 대중 매체와 광고로 넘쳐나는 시대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광고를 보고 살아야 하고, 또 그래서 웬만한 광고에는 면역까지 생기는 판이다. CBS는 부엌에까지 자기네 프로그램을 밀고 들어간 것에 즐거워하고 있지만, 조용한 요리 공간에까지 광고를 밀어넣는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도 나올 만하다. 어쨌든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겠다. 이 Egg-vertising 소식을 담은 한 외국 블로그의 밑에 달린 댓글들도 역시 기발하다. "How egg-citing!!" "Eggcellent" "Eggstraordinary" 참고 기사: NYT 사진: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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