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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길을 앞에 놓고 고민하다, 조용하고 먼 길로 들어선다. 길 하나는 도시를 관통해 지나는데, 짧은 대신 번잡하고 피곤하다. 다른 하나는 도시를 외곽으로 에둘러 가는 길로서, 길지만 비교적 한적하다. 보통은 짧은 도시 관통길을 선택하는데, 오랜 운전 끝이라 1분이라도 줄이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하고 먼 길로 들어선다.
미국넘들이 '세마이(semi)'라고 부르는 산더미만한 대형 트럭 물결에 끼어, 내가 가는 것인지 그냥 끌려가는 것인지 모르게 달리다가, 겨우 한숨 돌릴 무렵에야 달이 보였다. 보름을 하루 남긴 만월이 왼쪽 차창 밖으로 훤하였다. 달만 휘영청 걸려 있으면 무미건조한 일, 구름이 적당히 드리워져 달빛을 되쏘고 있으니 그림이 괜찮았다. 이윽고 다른 길로 들어서 달을 등 뒤에 두고 북쪽으로 달린다. 이 길은 비교적 새로 닦인 길인데다, 밤에는 교통량이 거의 없다고 할 만큼 한적한 길이다. 그래도 명색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고속도로이므로 길은 시원하게 잘 뚫려 있다. 조용하고 고적하게 달리는데, 저 멀리 지평선 위 하늘에서 밝은 빛 하나가 쭉 꼬리를 물고 떨어져 사라진다. 잘못 보았나 했는데, 10분 쯤 뒤에 하늘 다른 곳에서 다시 빛이 하나 휙 내려와 지평선으로 떨어진다. 차를 달리면서 별똥별 떨어지는 것을 다 보다니! 그러고 보니, 이맘때는 페르세우스 유성(Perseid meteors)으로 해마다 우주쇼가 벌어지는 딱 그 즈음이다. 유성은 태양을 130년에 한 번씩 도는 '빠른거북 혜성(Comet Swift-Tuttle)'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다. 매해 8월 중순께 지구는 이 혜성의 궤도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지구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 속을 지나칠 때, 부스러기들이 초속 60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부딪치면서 별똥별의 장관이 벌어지게 된다. 페르세우스 유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유성이 페르세우스 자리 근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어릴 때 별똥별을 본 것은 언제나 여름밤이었던 것 같다. 여름밤에는 다른 계절보다 밖에 나와서 밤하늘을 볼 기회가 더 많아서였는지도 모르지만. 어머니와 손잡고 밤길을 걷다 멀리서 별똥별이 밝은 줄을 그으며 떨어져 내릴 때면, 어머니는 꼭 노래하듯이 "내일 아침 첫숟가락-" 하고 말씀하셨다. 별똥별을 보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밥을 먹을 때, 첫술을 뜨면서 그 이야기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따라서 나도 열심히 주문을 외웠지만, 그 다음날 아침이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머니도 잊으시는지, 첫숟가락에 그 말씀을 하시는 것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였다. 소원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페르세우스 유성은 오늘 밤이 피크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달이 밝은 때에 겹쳐서, 예년만큼 화려한 장관을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별똥별이 웬만큼 밝지 않고서는 밝은 달빛에 가려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대를 잘 고르면 한 시간에 스무 개 남짓은 볼 수 있다고 한다. 적당한 곳을 골라 저녁에 한번 나가보려고 한다. 혹시라도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빛줄기를 보게 되면, "내일 아침 첫씨리얼-" 이라도 열심히 외워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첫숟가락을 들면서, "내일 아침 첫숟가락-" 하시던, 이제는 그 때보다 두 배 정도 더 연세를 드신 한국의 어머니가 건강하시기를 유성에 빌어보려고 한다. 사진: 사진가 Thad V'Soske가 8월11일에 콜로라도에서 찍은 별똥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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