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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방학이라 고향집으로 낙향을 한다. 가는 길에 산천 경개좋고 바람 시원한 곳을 여기저기 들러 노닐다 보니 여비가 떨어졌다. 시골 친구 집엘 들렀다가 자기 집으로 가려는데, 열차표를 살 돈이 없다. 할 수 없이 이 청년, 삥차를 타기로 한다. 역은 바야흐로 한 시간에 기차 하나 지나갈까말까 하는 시골 간이역. 너무 식은죽 먹기로 생각했던 것일까.
기차가 도착한다는 신호가 오자, 표 팔고 개찰까지 혼자 다 하는 늙수구레한 역장이 개찰을 시작했다. 청년은 역사 옆의 선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기회를 살펴 개찰구를 통하지 않고 플랫폼으로 나갔다. 웬걸, 눈치라고는 콧털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어수룩한 역장께서 갑자기 호각을 삑 분다. 딱 걸렸다. 도착한 기차는 바로 떠나고, 청년은 역장에게 덜미를 잡혀 사무실로 끌려왔다. 죄송합니다, 봐주세요를 연발하는 청년에게 역장은 젊은 늠이 그래, 공차를 타려고 해? 하던 끝에, 이 말을 내놓았다. "생긴 건 꼭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한총련처럼 생겨갖구 실화다. 참고로, 며칠 동안 무전여행하다시피 여기저기 돌아다닌 청년의 몰골이 어떠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참고로, 저 청년은 한총련하고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늙은 역장님이 인식하고 있는 한총련이다. 이 역장님이 한총련을 직접 경험한 일은 평생 없었을 것이다. 한때는 달리던 기차도 세우고 타고 내리고 했다지만, 이 시골 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은 없다. 역장님이 한총련에 대해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대중 매체에서 보도된 것에 바탕한 이미지다.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란, 며칠 동안 무전여행하며 몰골이 피폐해진 저 청년의 덥수룩한 머리나 땟국물 흐르는 얼굴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매체에서 쏟아내는 틀에 짜인 메세지의 세례를 받다 보면, 의식과 인식이 자연스레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생생하게 육화(personification, incarnation)까지 된다. [미디어 메세지 → 모르는 것에 대한 왜곡된 인식 → 생생한 이미지] 가 될 수도 있고, [미디어 메세지 + 개인적 가치관 = 생생한 이미지] 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저런 꼴을 하고 저런 짓을 하다 잡히면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생긴 건 꼭 노사모처럼 생겨갖구!" 이런 말 해주시는 역장님은 안계실까? "생긴 건 꼭 한기총처럼 생겨갖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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