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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인쇄 매체의 기사를 보노라면 가끔 우리식 기사와는 좀 다른 투로 시작하는 기사를 발견하게 된다. 건조하고 단순하게 시작하는 우리식 기사 작성법과는 달리, 기사 초입에서 풍자, 해학, 관조, 야유, 온정 등의 다양한 맛을 살짝 풍기는 양념을 좀 치는 것이다. 숨가쁜 보도 기사인 스트레이트 뉴스보다는 숨이 좀 덜 찬 기획 기사(feature story)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지만, 종종 스트레이트 뉴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리드는 독자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기사에 색깔을 입히려는 노력이 기사 작성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저널리즘에서 가끔 비판대에 오르는 항목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사용하여 오히려 판에 박힌 클리셰가 된다든가, 독자를 곧바로 기사 핵심으로 끌고 들어가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든가 하는 게 이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기사에 더 정이 간다. 어쨌든 읽을 맛이 있고, 건조한 기사에서도 기자의 취향이나 색깔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캐나다 동북부 뉴펀들랜드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발행되는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다. 리드뿐 아니라 아예 전문을 다 훑어보자.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다 살다 보면 도무지 일이 안 풀리는 날이 있다. 포트 앵기쉬에 사는 해롤드 나이팅게일씨는 최근 이런 사실을 뻐저리게 겪었다. 포트 앵기쉬 어부들에게 이번 조업철은 재앙과 같은 것이 되고 있다. 이번 시즌 내내 어부 나이팅게일씨가 잡은 것은 대구 아홉 마리 뿐이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범피 뱅크스 부근에서 17만 파운드의 대구를 잡아 올렸는데, 올해엔 본전도 못건졌다.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삯빨래나 해야 할지..."라고 말했다. 대구 아홉 마리를 잡기 위해서 나이팅게일씨는 연료값으로 423달러, 조업 허가를 받는 데 2천150달러, 배를 수리하는 데 4천670달러, 새 그물을 사는 데 1천200달러를 썼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금요일, 그는 31년 어부 생활 중에 최악의 사태를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 날, 그는 부인에게 마지막으로 그물을 걷으러 나가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배와 어업 장비 일체를 팔겠다는 광고를 쓴 뒤, <개미 버드> (Gammy Bird) 신문사에 광고를 보내라고 부인에게 부탁해 놓았다. 나이팅게일씨와 선원 네 명은 오전 내내 그물을 끌어올렸으나, 그물은 텅 빈 채로 올라왔다. 항구로 돌아올 때쯤에는 바람이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했다. 잔잔한 바다에 물결이 높아지더니, 파도가 밀려와 뱃고물의 갑판을 서너 차례 후려쳤다. 포트 앵기쉬 항구를 바로 코앞에 두고 배는 우현으로 기울기 시작하다 손쓸 틈도 없이 가라앉았다. 가까스로 인근 평저선에 기어오른 나이팅게일 선장과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배는 물결 너머로 사라졌으며, 그들은 하릴없이 해안으로 돌아왔다. 배는 보험에 들어 있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씨는 "기가 막힌 것은 배가 텅 비었는데도 가라앉았다는 사실이다. 만일 만선이 되어서 무게를 못이겨 가라앉았다면 속이라도 편했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배를 팔겠다는 광고를 취소했다. (원문은 맨 아래) 이 기사는 한 어부가 겪은 불행한 일상을 담담하게 쓴 기사다. 철저히 팩트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자제하여 독자의 정서를 강요하려는 노력을 배제했다. 기사에서 기자 개인의 느낌을 직접 드러낸 형용사는 '재앙스러운' (disasterous) 딱 하나다. 그런데도 기사는 크나큰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사 전체에서 늙은 어부의 절망이 물씬물씬 피어오른다.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던 배의 갑판에 달랑 대구 아홉 마리가 굴러다니는 모습, 이 대구를 바라보며 꽁초가 다 타들어가도록 하염없이 담배나 피우는 모습, 유일한 생계 수단이자 동반자인 배가 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아야 하는 모습, 차라리 배가 고기로 가득 차 가라앉았다면 속이나 편했겠다는 어부의 심정, 팔기로 한 광고를 취소하는 전화 속에서 울릴 것 같은 체념의 목소리 같은 것이 하나하나 상상이 된다. 글이, 특히 기사와 같은 건조하기 짝이없는 보도문이 그 소재와 구성에 따라 얼마나 큰 울림을 울려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기사를 예컨대 뉴펀들랜드 어업청이나 포트 앵기쉬 수산국 같은 곳에서 받아온 자료에만 의존해 썼다면 기사는 영 딴판이었을 것이다. 예컨대, 대구잡이가 한창이어야 할 포트 앵기쉬의 조업 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펀들랜드 어업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대구잡이철이 시작된 이래 포트 앵기쉬 연안에서 잡은 대구는 모두 3톤으로, 당초 계획인 2,500톤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어민들은 해마다 대구잡이철에 선박당 5톤 가량의 대구를 잡아올림으로써 수익을 올려 왔다. 이번 시즌에 조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배들은 평균 3킬로그램의 대구를 잡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대구 9마리에 해당하는 무게다. 대구잡이가 예년에 훨씬 못미침에 따라 이 지역 경제도 큰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업청은 XXXX 해류의 이상 역류로 어종이 캐나다 인근 해역으로 밀려오지 않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조업이 저조한 가운데, 일기 불순으로 인해 배가 침몰되는 사고까지 벌어지고 있어 어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구잡이철이 시작된 이래 사고를 겪은 소형 선박은 지금까지 모두 6척으로 파악됐다. 정도의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내용 하나하나는 기가 막힌 불행인데, 이런 불행이 그냥 통계 숫자로 찌그러뜨려져 묘사되었다. 독자가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그 사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떤지 기자가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크게 의심이 되는 기사다. 이것은 기사를 특정한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episodic형 기사와 전체 양상을 포괄적으로 파악하려는 thematic형 기사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발로 취재해서 쓴 기사와 책상에 앉아 보도자료로만 쓴 기사의 차이이기도 하다. 부두에 나가, 텅 빈 배로 돌아오는 어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얼굴에 팬 굵은 주름을 살펴 보고, 그들의 시름을 은유하는 듯한 탁한 바다와 잿빛 하늘을 주의 깊게 보고, 부두를 덮고 있는 우울한 냄새까지 세심하게 맡은 뒤, 이 모든 것을 잘 섞어 충분히 곰삭일 때 비로소 위에 인용한 기사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리드 문장으로 쓴 "There are some days it just doesn't pay to get up"이 평범한 듯하면서도 깊은 숭늉 같은 맛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을 꽤 살아온 사람이 가지고 있음직한 관조가 묻어나온다. 사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현장에서 뼈가 굵은 노련한 베테랑 기자라고 볼 수는 없다. 36세라는 나이도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겪어온 삶을 조금 살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지방 신문의 지면 한 귀퉁이에 이 기사를 써낸 사람은 쿼일(Quoyle)이라는 기자다. 이 사내는 그 자신이 길지 않은 인생에 몰아친 몇 번의 파도에 휩쓸려 한없는 나락의 바다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조금씩 헤어나오는 중이었다. 나락의 바다에 빠졌다기보다, 그의 인생 자체가 좌절과 절망이었다. 그는 불행과 좌절의 절정에서, 피신하듯, 부유하듯, 하릴없이 평저선을 향해 헤엄치듯 뉴욕을 떠나 뉴펀들랜드로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 우연히 작은 지역 신문에서 이름 없는 기자가 되었다. 독자들의 눈을 잡아 끄는 교통사고나 찾아서 보도하던 쿼일 기자의 담당 업무에는 항만청에서 나오는 보도자료 '항해 뉴스'를 보고 기사를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배를 찾아 나서서 기사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윽고 단순한 항만 출입 자료로부터 따뜻한 피와 더운 살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캐내기 시작했다. 자, 이쯤에서 눈치를 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저 명기사에 달린 바이라인은 쿼일 기자지만, 실제로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작가 애니 프루(Annie Proulx)다. 그렇다. 이 기사는 실제로 신문에 실린 기사가 아니라, 애니 프루가 1993년에 쓴 소설 <항해 뉴스> (The Shipping News)에 등장하는 것으로, 주인공 쿼일이 지역 신문 <개미 버드> (Gammy Bird)에 써낸 기사 중 하나다.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작가가 쓴 기사라서 픽션 같은 냄새가 났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1935년생인 프루는 저널리스트로 인생을 시작했으며, 자기 이름을 단 소설집을 낸 것은 그이의 나이 57세 때였다. 그 전까지 그는 수많은 기사와 논픽션을 써왔다. 프루에 대한 책 <애니 프루를 이해하기> (Understanding Annie Proulx)를 쓴 캐런 루드(Karen Rood)는, 프루가 인생의 뒷쪽에서 빛나는 작품들을 연이어 세상에 내놓은 것은 그가 20년 가까이 사람과 자연을 관찰하며 '습작'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기사나 논픽션이 창작을 위한 습작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프루의 글은 창작문으로서뿐 아니라 보도 기사로도 오래 단련되어 온 것이다. (여담이지만, 40대 후반에 소설가로 새 인생을 시작하고 50대 후반에 첫 작품집을 낸 프루의 삶이 놀랍지 않은가. 대기만성인지, 그는 소설가로서 많은 상을 휩쓸었다. 인생은 정말 60부터인 모양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프루의 세밀한 관찰과 묘사는 1997년에 쓴 단편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 옛날, 나에게 이따금씩 좋은 책을 소개해 주던 한 친구가 광화문 근처 어딘가에서 밥을 먹으며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데 조용히 읽음직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조용히 즐겁게 읽고 잘 간직해 두었으며, 그 뒤 <브로크백 마운틴>이 영화화되었듯이, 2001년에 소설 <항해 뉴스>는 같은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는 좋았지만, 역시 소설과 영화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게다가, 저런 기사의 맛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기사든 소설이든 사진이든, 발이 움직여야 좋은 글과 그림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기자나 작가는 화이트칼라 사무직이라기보다 거친 세상에서 기름밥 먹고 온몸으로 부대끼며 사는 육체 노동자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글의 깊이는 사유의 깊이를 반영하지만, 글의 너비는 체험의 너비를 거울처럼 정직하게 반영하는 것 같다. 머리 속에서만 나온 명문 미문이 달콤하기는 하나 진정한 울림을 주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창작문이든 기사든 말이다. 프루가 쓰고 쿼일이 옮겨 적은, "살다 보면 도무지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 있다"로 시작하는 기사가 생생하게 읽히는 것은, 발로 세상을 관찰해온 작가가 탄생시킨 발로 뛰는 기자가 쓴 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Good-bye to All That There are some days it just doesn't pay to get up. Harold Nightingale of Port Anguish knows this better than anyone. It's been a disastrous fishing season for Port Anguish fishermen. Harold Nightingale has caught exactly nine cod all season long. "Two years ago," he said, "we took 170,000 pounds of cod off Bumpy Banks. This year - less than zero. I dunno what I'm going to do. Take in washing, maybe." To get the nine cod Mr. Nightingale spent $423 on gas, $2,150 on licenses, $4,670 on boat repair and refit, $1,200on new nets. To make matters worse, he has suffered the worst case of sea-pups in his 31 years of fishing. "Wrists swelled up to my elbows," he said. Last Friday Harold Nightingale had enough. He told his wife he was going out to haul his traps for the last time. He wrote out an advertisement for this boat and gear and asked her to place it in the Gammy Bird. He and his four-men crew spent the morning hauling traps (all were empty) and were on their way back in when the wind increased slightly. A moderate sea built up and several waves broke over the aft deck. Just outside the entrance of Port Anguish harbor the boat heeled over to starboard and did not recover. Skipper Nightingale and the crew managed to scramble into the dories and abandon the sinking boat. The vessel disappeared beneath the waves and they headed for shore. The boat was not insured. "The worst of it is that she sank under the weigh of empty traps. I would have taken a little comfort if it had been a load of fish." On his arrival at home Mr. Nightingale canceled his classified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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