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0월에, 세계보도사진 50주년을 기념해서 네덜란드에서 만든 우표다. 50년 동안 세계보도사진 대상(World Press Photo of the Year)을 받은 모든 작품이 작은 우표가 되어 담겨 있다. 전지 시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낱개 우표 하나하나의 값은 일반 우편 요금인 39 유로센트로 찍혀 있다.
마이크로필름실에서 네덜란드 신문 작업을 하다, 한 타블로이드 판형 신문 1면에 크게 실린 이 우표 사진을 발견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우표 전지는 보도 사진을 기리는 뜻에서 신문 1면에 실릴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 전지의 첫판은 WPP 본부가 있는 암스텔담에서 열린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1967년 보도사진 대상을 받은 Co Rentmeester에게 헌정됐다. 우표로 찍힌 각 대상 수상작들은 비록 크기는 작아도 보도 사진이 담고 있는 강력한 힘이 그대로 생생히 느껴지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얼핏 보아도, 베트콩 포로 머리에 총을 당기는 베트남 병사 사진, 아비규환 지옥을 나체로 뛰쳐나오는 베트남 소녀 사진,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탱크를 가로막은 청년 사진 같이 이제는 보도 사진 교과서에나 실릴 만한 사진들이 즐비하다. 한국에서 찍힌 것도 하나 있다. 격동의 87년, 부정투표에 항의해 시위하다 잡혀간 아들을 찾으며 전경 방패 앞에서 울부짖는 어머니 사진이 그 해 대상을 받았다. 저 우표에도 왼쪽 아래 큼직하게 들어가 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라크 포로 아비와 그 아들 사진도 눈에 띈다.
아쉽게도 모든 사진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우표 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WPP 사이트에 가면 각 수상작과 작품에 얽힌 간단한 메모를 볼 수 있다. 수상 사진들은 하나하나 그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뒷이야기도 참 흥미진진하다.
오랜만에 전지 형태로 된 기념 우표를 보자니, 기념 우표를 사겠다고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가서 줄서서 기다리던 일이 생각난다. 취미 쓰는 난에 독서, 음악감상이면 평범이요, 우표 수집 정도 되어야 뭔가 좀 튀어 보이는, 참 취미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인기 우표는 대통령 취임 기념이나 외국 누구누구가 와서 기념으로 발행한 우표였다. 참 얼굴도 지겹게도 많이 나왔다. 지금 한국의 집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텐데, 어머니가 진작에 대통령 얼굴 뒷짝에 침 퉤퉤 발라 써버리셨을지도 모른다. 위에 사진으로 보인 우표 같은 전지라면 지금도 우체국 앞에 새벽에 나가 줄 서서 기다려 사고 싶다. 없는 것 없다는 eBay에도 저건 없구나.
사진: WPP 홈페이지
(추가) 허헛. eBay에는 없어도 한국엔 있구나. 여기 가니 네덜란드 우표 시리즈 중의 하나로 팔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몇 장 사서 액자에 예쁘게 넣어, 사진 하시는 백OO님이나 김OO님 댁에나 들고 갔으면 좋으련만.




덧글
Hikaru 2006/11/03 16:48 # 답글
저 초등학생 시절 동네 문방구에 세계 우표 모조품을 팔고 있었어요.그래서 우표스크랩북 작은 걸 하나 사서 거기에 모조우표랑 한국 우표, 받은 우편물에 붙어있던 알록달록한 우표랑 크리스카스 씰까지 다 모아놨었죠.
세계우표박람회 이런거 하면 가봐야겠어요. 그럼 또 보고싶은 사진이나 알고싶은 인물들이 한가득 생기겠죠. 안그래도 많은데 말이에요^^;
deulpul 2006/11/04 07:12 # 답글
우표첩 하나 없는 집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콘 아이스크림에도 낯선 외국 우표가 한 장씩 끼어있었던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 씰도 고이 모셔놨던 생각 납니다. 크리스카스는 아무래도 맥주 이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