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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어제의 미국 선거. 투표함 뚜껑이 열리자 공화당도 뚜껑이 열렸다. 보도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표를 던진 주요한 기준으로 각종 스캔들과 이라크 전쟁을 꼽았다고 한다. 공화당 소속 의원과 주지사들이 연루된 추문들에 넌덜머리를 냈으며 지겨운 부시의 지겨운 전쟁에도 일침을 놓은 셈. 보도된 대로, 하원은 12년 만에 일찌감치 민주당에게 넘어갔고, 상원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당이 장악하게 될 것인지가 결정나지 않았다. 상원 구도를 최종 결정할 몬태나와 버지니아의 두 선거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화당 조지 앨런(George Allen) 현 상원의원과 민주당 짐 웨브(Jim Webb)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버지니아 선거구가 민주당에게 넘어가고, 그 결과 상원마저 통째로 민주당에게 빼앗기면 공화당은 땅을 치고 통곡할 것이다. 통곡은 주지사 출신 현 의원으로 온갖 기득권을 가진 공화당 후보 앨런의 아성이 흔들릴 조짐이 나왔을 때부터 시작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앨런의 아성이 흔들린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로 '마카카 스캔들'이다. 마카카 발언 이후 앨런의 지지는 급격히 떨어졌고, 누구나 해보나마나라고 예상하던 선거는 이번 선거에서 수만 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그리고 상원의 향배마저 결정되는) 가장 치열한 접전 지역이 됐다. 그 이면에는 인터넷과 블로그에서 벌어지는 정치 담론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 버지니아 선거가 정치에 블로그가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새로 증명해 준 역사적 사례라고까지 꼽기 시작한다. 대체 마카카 스캔들이 뭐길래? 지난 9월 초, 인터넷과 정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이 사건이 진지하게 거론된 적이 있었다. 당시 집에 와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해 둔 것을 올려 보자. 말 한 마디 잘못해 천냥빚을 지게 된 사나이가 있다.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 조지 앨런(공화당). 버지니아 주 주지사 출신이며, 상원의원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앨런은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하여 2008년 대통령 선거에도 뛰어들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8월11일, 11월 초 있게 될 선거에 대비해 버지니아 서쪽의 Breaks라는 촌구석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모인 지지자는 동부 시골 구석답게 오로지 백인들.이 때 앨런의 반대 진영인 민주당 짐 웨브 진영에서 웹 캠페인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S. R. 시다스(S. R. Sidarth)는 앨런의 캠페인 상황을 비디오로 찍고 있었다. 인도계 출신으로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서 나고 자란 20살의 시다스는 당시 자리에 존재했던 유일한 유색 인종이었다. 앨런은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며 시다스를 가리켜 두 차례 'macaca'라고 불렀다.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This fellow here, over here with the yellow shirt, macaca, or whatever his name is. He's with my opponent. He's following us around everywhere. And it's just great," Allen said, as his supporters began to laugh. After saying that Webb was raising money in California with a "bunch of Hollywood movie moguls," Allen said, "Let's give a welcome to macaca, here. Welcome to America and the real world of Virginia." Allen then began talking about the "war on terror." 마카카는 원숭이를 의미하는 말이며,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유색 이민자를 경멸할 때 쓰는 인종 비하 발언이기도 하다. (강조는 deulpul이 추가한 것) 그러니까 앨런은 백인 지지자 일색인 청중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저기 노란 옷을 입고 있는 저 친구 보이죠? 이름이 마카카인지 뭔지, 하여튼 저 친구는 상대편 진영에서 일하는 사람이죠. 우리가 어딜 가든 따라오거든요. 뭐 그건 좋습니다." (지지자들, 낄낄거리고 웃기 시작. 앨런, 상대인 민주당 후보가 할리우드에서 선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비난한 뒤) "자, 우리 저 마카카를 환영해 줍시다. 미국에 온 것을, 버지니아의 생생한 삶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앨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 위 사진은 당시 상황을 촬영한 장면)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시다스가 이 문제를 보고하고, 웨브 진영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앨런 진영은 앨런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사과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에, 앨런은 어쨌든 시다스가 모욕을 당했다면 이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마카카'가 대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앨런은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 아마 모호크(mohawk, 북미 인디언 모호크족) 같은 뜻이 아닐까. 우리 선거 진영의 참모 하나가, 우리를 항상 따라다니는 시다스의 헤어스타일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던 것 같다"라고 눙쳤다. 여기까지가 그 시점에서 주류 언론이 보도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이 문제는 바로 사그라들지 않았다. 블로그, 특히 민주당 성향의 정치 블로그들은 마카카가 원숭이라는 뜻이고, 이것이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발언이라고 강조했으며, 더 나아가 기막히게도 앨런의 어머니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튀니지 출신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사실은 폭로라고 할 것도 없었다. 원래 앨런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어머니가 (비록 백인이지만) 식민지 출신임을 강조하며,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을 자랑스럽다고 주장해 왔고, 또 어머니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말한 것도 드러났다. 블로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찾아내 다시 끄집어냈을 뿐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이 논란이 벌어진다는 사실, 앨런의 사과와 그의 해명, 기껏해야 이 말이 인종 차별 언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정도로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블로그를 비롯한 비주류 매체는 앨런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어머니가 이런 말을 흔하게 쓸 법한 북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사실, 앨런이 마카카를 모호크와 헷갈릴 리는 없다는 주장을 폈으며, 주류 언론이 이 논란을 보도하면서 앨런의 어머니 부분을 빠뜨린 것을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백인들로만 이루어진 청중 앞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유색인에 대해 "Welcome to America"라고 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인종 차별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일부 미국인에게는 인종적인 의미로 인식되는 남부연합기(旗)에 대한 앨런의 애호와 집착까지 거론되면서, 그는 인종주의자로 틀짓기되었다. 그리고, youTube가 있다. 문제의 마카카 발언은 youTube를 통해 생생한 형태로 급속히 전파되었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앨런의 모습은 바로 이 클립을 보고 있는 사람을 향해 그러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발언 직후 정치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 대부분은 앨런의 발언이 단순한 실수이며, 나중에 대선에 나간다면 문제가 될지언정 지금의 상원의원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인터넷의 영향을 제대로 보지 않은 지나친 낙관임이 곧 드러났다. 마카카 발언의 영향은 바로 나타났다. 인종 비하 발언에다 거짓말까지 한 게 드러나면서 (혹은 그런 것으로 인식되면서) 앨런의 지지는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현 의원으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앨런은 웨브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으나, 현재 거의 비슷한 상황이 됐고, 민주당에서는 버지니아의 앨런 지역구를 민주당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자리로 손꼽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다. 이 문제가 정보를 가진 일반 유권자(informed voter)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곳에서 엿볼 수 있다. 스캔들이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논의가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당한 수위에서 이루어지는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인터넷과 블로그가 정치 영역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버지니아의 앨런은 민주당에게 두려운 존재였지만, 이제 앨런은 새로운 정치 플레이어인 인터넷을 두려운 존재로 생각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한편, 솔직히, 뇌물을 먹든 성추행을 하든 선거에 나가면 다시 손쉽게 당선되는, 다시 말해 스캔들이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판에서 정치를 하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행복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유포리아(euphoria)를 끝내는 것은 한국 젊은 유권자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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