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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한참 위인 선배 한 분은 온라인으로 연애를 시작하여 결혼까지 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활동을 통해 만나고 결혼을 한 초기 몇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때문에, 결혼 초기에 여기저기 잡지에까지 등장했다.
이 분들이 서로를 알게 된 것은 이른바 피씨 통신인 하이텔의 한 동호회였다. '피씨 통신으로 연애한다' '통신으로 결혼한 커플' 같은 말이 낯설디 낯설어서, 무슨 나쁜 짓 하는 것처럼 들릴 때였다. 나의 대학 친구 중 한 명은 채팅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주례로 모실 교수님에게는 다른 사람 소개로 만났다고 대충 이야기해 둔 모양이었다. 결혼식 당일, 교수님을 모시고 예식장에 가는 임무가 나에게 떨어졌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 얼결에, 그 친구가 온라인을 통해 사람을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길 해드리게 되었다. 교수님은 차창 밖을 가만히 쳐다보시다가 "그 놈 그거, '접속'이구나" 하셨다.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접속>을 떠올리신 것이다. 연세 드신 교수님의 입에서 나온 '접속'이란 말이 신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 채팅 사이트가 있었다. 주로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이는 마이너 채팅 사이트였는데, 문 닫은 지 오래 됐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정이 끈끈해서, 한국에서 수해가 났을 때 '모모 채팅 사이트 사용자 일동'이라는 엽기적인 타이틀로 고국에 수재의연금까지 보내기도 했다. 관리자가 없다시피 한 사이트여서, 오로지 참여자만으로 이런 해괴한 일을 해냈다. 이 사이트에서도 커플이 셋 탄생했는데, 그 중 하나는 무려 뉴욕에 사는 남성과 뉴질랜드에 사는 여성이었다. 까마득하게 먼 거리에 사는 남녀가 얼굴도 모른 채 (지금처럼 화상채팅도 없었으니) 마음을 나누다 결혼까지 했다. 마음을 나누다라기보다는 박터지게 싸우다가라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물론 사진은 보았겠고, 결혼하기 전에 직접 만나보기도 했겠지만. 개인적으로 지켜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통해 맺어진 쌍도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블로그를 매개로 하여 결혼까지 이르는 쌍도 생겨나고 있다. 개인의 삶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선남선녀가 만나는 방식 역시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고 할 만하다. 시작은 온라인으로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참으로 창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다. 꼭 이런 나뿐 사람들이 있다! 좋은 데(?) 쓰라고 만들어 둔 피씨 통신이며 인터넷이며 블로그를 악용(?)하여 연애하고 결혼하시는 나뿐 사람들! 나빠요! (배가 아파서... 왜 아픈진 모르겠지만) 연애, 결혼 이야기는 낚시성 여담이고,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부분. 나의 온라인 친구는 몇 명일까. '친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지겠지만, 그냥 내가 친구라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을 헤아려 보기로 하자. 다만, 오프로 관계가 시작된 사람은 안된다. 온라인으로 시작했으면 오프로 발전했어도 상관없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인터넷 이용자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온라인 친구는 평균 4.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 중에서 1.6명을 실제로 오프로도 만났다고 한다. 미국의 Center for the Digital Future가 미국인 2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온라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인 중 43%가, 사이버 상의 인간 관계가 실제 관계만큼 중요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비슷한 조사를 했다면 수치가 훨씬 높게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인터넷도 소셜 네트워크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긴 하지만, 온-오프를 통틀어 미국의 온라인 활동은 아직 한국에 쨉이 안되는 것 같다. 특히, 온라인에서 비롯되어 오프로 확장되는 관계의 진보(퇴보?)는 지리적 이유 때문에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경향 각처에서 수많은 벙개와 정모가 벌어지는 곳, 몇 시간 차만 달리면 다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오프라인 인간 관계는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는 여러 모로 흥미진진한 주제다. 어쨌거나, '접속'이 현실화할 조건이 듬뿍듬뿍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모두 총력을 모아 일로 매진하시기 바란다. 하긴 똑같은 이유로... 현피도 종종 벌어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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