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터스 by deulpul

선정성 논란 '섹시 레스토랑' <후터스> 개업 첫 날 풍경

한국에 후터스가 생겼다고 한다. 종업원의 옷차림을 놓고 선정적이냐 아니냐 하는 게 논란거리인가보다. 후터스를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웃기지만, 한국의 요식업계에서 선정성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니 소가 웃겠다. 논란할 게 뭐 있어? 일단 허가 나서 개업했으면, 가고 싶은 넘은 가고 말고 싶은 넘은 마는 거지. 선정적이다 못해 성적적인 데가 차고 넘치는 곳에서.

내가 사는 곳에도 후터스가 있다(오른쪽). 차 타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이 곳에 지금까지 두 번 가봤다. 한 번은 같이 지내던 친구가 다른 곳으로 떠나는 전날, 몇이서 환송 술자리를 가졌을 때이고, 다른 한 번은 서넛이 조용히 이야기할 곳을 찾아서였다. 핑계가 아니고 진짜다. 술집이란 게 대부분 스포츠바 형태인 이 동네에서는 술 마시면서 조용히 이야기할 곳 찾기가 무척 어렵다.

처음 보면 낯설고 신기해 보이기는 한다. 널찍하고 전등불 휘황한 곳에서 종업원이 저희들끼리 신나서 놀고 있는 모습이 한 번은 볼만하다.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놀기도 하고 훌라후프도 돌리고 풍선으로 장난도 친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이 식당 내지 술집의 주인공은 손님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종업원들이 가끔 재롱을 떨어 눈길을 끌긴 했어도 손님들이 우르르 모여 일제히 종업원들을 구경하는 일 따위는 드물었다는 것. 다들 자기 일들 하더라. 한국에서 했다는 것처럼, 종업원들이 일제히 '어서오세요!'를 외치는 것 같은 건 없었는데, 다행이었다. 손님 중에는 여성도 많았다.

첫 번째 갔을 때는 함께 갔던 사람들이 종업원들과 사진도 찍고 했지만, 두 번째에는 우리 할 일만 열심히 했다. 내가 10대 청소년이 아니라서 그런지, 몸매 좋고 짧은 옷을 입은 후터스 걸은 신경 쓰이지도 않더라. 특이해 보이긴 했지만, 롤러블레이드를 씽씽 타고 주문을 받으러 다니는 그이들보다 벽에 붙은 후터스의 역사나 기념품 같은 게 더 관심을 끌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여하튼 그렇게 두 번 가고 다시는 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술과 음식이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술은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맥주 한 가지가 없어져서 몇 년 단골집 출입을 삼갈 정도로 예민한 게 사람 입맛인데, 완전 대중 브랜드 몇 개로 만족하시라는 건 너무 막가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술 만들고 마시는 것으로는 미국 어디에도 지지 않는다고 소문난 동네의 술집치고는 폭거가 아닐 수 없었다.

음식은 예컨대 닭고기 요리인 윙 같은 경우 너무 기름지고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었다. 뭐, 그 집 요리를 다 시켜 먹어본 건 아니고, 또 입맛에 맞으면 괜찮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눈이 행복하다고 배가 저절로 불러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것은, 10대 청소년스러이 혈기방자한 후배들도 별로 안가는 것을 봐도 알 만하다.

후터스는 말하자면, 눈요기로 장사하자는 컨셉인데, 눈요기 좀 떨어져도 술집 밥집 본연의 기능에 더 충실해 주는 게 고맙다. 게다가, 우리 정서에는 훌렁 벗(다시피하)고 씩씩하고 천연덕스럽게 크하하학거리는 후터스 걸보다는 몇 겹으로 총총히 감고 웃을 듯 말 듯 웃는 순이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어쨌든 별로 갈 데는 못된다는 게 내 판단. 술집이란 게 술 마시러 가는 곳이고, 훌러덩미끈한 사람을 보려면 무랑루즈 가서 캉캉춤이나 보면 되는 것이다. 음... 오래 전 일이라 기억에만 의존해 쓰다보니 사실과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 <오마이뉴스> 기자처럼 누가 취재나 좀 보내줬으면 좋겠지만.

한국판 후터스도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포지셔닝이 모호하다. 눈요기=선정성, 이 '선정성'이 좀 어중간하다. 밥집치고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선정성으로 승부 거는 술집치고는 지나치게 덜 선정적이다. 업주측이 억지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초등학생 아이들 손잡고 연로하신 부모님 모시고 가는 개념방출재기발랄한 사람이 많을 것 같지도 않고, 한편으로는 후터스와는 게임도 안되게 본격적으로 '선정적인 술집'이 널리고 널린 게 한국 사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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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harlie 2007/01/20 10:54 # 답글

    게다가 그 선정성이 오히려 궁금해서 가보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수도 있고요.. '오빠 거기 갔다면서/간다면서! 실망이야!' ..같은거요. 그런데 여성단체의 촛불시위는 언제쯤 한다나요? (....)
  • deulpul 2007/01/20 13:15 # 답글

    아하!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야들야들 쪽으로 광고해 놓으면, 사람들이 눈치 보여서 못 가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딜레마군요.
  • 2007/01/22 12:0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민 2007/01/22 22:06 # 답글

    이글루스top100을통해서넘어왔습니다(.. *) 축하드려요. 링크살짝걸고자주자주들리겠습니다<- / 아까 m사시선xx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나오더군요. 뭐 사진찍는 사람하고.. 뭐랄까, 어머님들이 많이 꺼려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 deulpul 2007/01/24 09:28 # 답글

    고맙고 반갑습니다. 'm사시선xx'을 한참만에 해독 성공! 하하-. 음... 제가 여자라도 가족을 모두 데리고 밥 먹으러 갈 것 같지는 않고, 남친이나 앤과 둘이서 가고 싶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특이한 여자라서 그런가... 여하튼 외국물이 국내로 봇물 쏟아지듯 들어오는 판이라도,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으면 싶은 종류입니다.
  • alto 2007/01/25 13:30 # 삭제 답글

    맥주집은 맥주가 맛있어야 하는데요 저 집의 맥주맛이 궁금하군요.
  • deulpul 2007/01/26 14:29 # 답글

    가보자는 말씀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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