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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데이트 상대 모르는 게 藥"
온통 온라인 시대다. 사람도 온라인으로 만나 사귀는 세상. 온라인 하다 관계가 분홍색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관계를 전제로 온라인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다. 온갖 형태의 미팅에서 맞선까지, 사귐을 전제로 하여 남녀가 만나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천지인 한국에서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랄 것이 없지만(있나...?), 미국에서는 꽤 활황이다. 다인종에다 취향이 다양한 인구 특성에 맞춰, '아시아계 전문' '크리스찬 전문' 식으로 특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 온라인 데이트에서의 작업이 열나게 해봤자 말짱 꽝이라는 연구다. 외국 기사를 경유해 들어온 연합뉴스 기사다. 사람을 사귈 때, 서로 알아가면 갈수록 정이 새록새록 솟고 서로를 이해하며 호감이 높아지......... ㄹ까? 대부분 그렇다고 믿고 사는데, 이 연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정이 떨어지고 비호감에다 혐오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연구자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노튼 교수가 좌장이고, MIT와 보스턴 대학의 교수가 하나씩 참여했는데, 모두 MIT의 미디어 랩 출신이거나 포닥을 한 사람이다. 이렇게, 빵빵한 저자 소개를 앞에서 먼저 콱 박는 이유는 십중팔구 앞으로 할 말에 권위를 싣기 위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거 없다. 이런 빵빵한 사람들도 이렇게 재미나는 연구를 하며 논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밝혔다. 논다기보다 거액 프로젝트 같기는 하지만. 여하튼, 온라인을 파는 학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들 모두 소장 학자다. 연구는 eHarmony.com나 Match.com 같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참여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왜 고객들이 그렇게 빨리 온라인 데이트에 흥미를 잃어버리는지 궁금해 하는 사이트측의 고민이 연구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키 크고 날씬한 퀸카 킹카라고 뻥을 치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면 깨게 마련이라는 것 같은, 기사에 실린 연구자들의 잡설은 빼고, 논문만 살펴보자. 발표 논문은 설문조사와 실험 5개를 묶은 형태로 되어 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연구 참여자를 사전 조사한 결과, 참여자들은 상대방의 성격을 더 많이 알수록 더 호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상식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였다. 각기 다른 갯수의 성격 묘사가 쓰여 있는 문서를 보여주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측정했을 때, 성격의 갯수가 많은 문서를 본 사람일수록 더 비호감으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상대방의 성격 두 가지를 아는 사람보다 열 가지를 아는 사람이 상대방에 대해 훨씬 더 비호감이라고 답했다는 것. 왜 그런가 봤더니, 상대방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자기 성격과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즉 상대방에 대한 정보 증가 --> 차이 인식의 증가 --> 비호감 증가의 경로다. 직접 만나고 나면 어떨까. 연구자들은 앞으로 데이트를 하게 될 사람들과 데이트를 하고 온 사람들을 따로 조사했다. 그 결과, 상대에 대한 정보: 데이트 전 < 데이트 후 상대에 대한 호감: 데이트 전 > 데이트 후 상대와 성격이 같다는 인식: 데이트 전 > 데이트 후 이 되어, 역시 상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싫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른쪽 그래프). 이 연구의 교훈은... 1. 가까스로 작업에 성공해 오프로 만나기로 했다. 나가보니, 도망치고 싶다... 와 같은 경우를 겪어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결정적 변수는 외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외모에 상관없이, 심지어는 외모를 보지 않고 진행되는 온라인 사귐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싫어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온라인 친구란 딱 3개월씩만 사귀고 끊어야 하는 것일까. 2. 사귀면 사귈수록 나와 비슷한 점이 발견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다. 그보다는 사귀면 사귈수록 나와는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일반적이다. 누구나 상대방을 처음 만날 때는 자기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마련이며, 상대방도 나와 눈높이가 비슷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비슷할 것이다'에서 출발하므로, 다행히 실제로 비슷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달라도 손해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게 마련. 더구나 남녀는 더 다르게 마련. 그러니까, '작업'이란 기본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이벤트인 것이다. 이런 정서적 손해가 신경쓰이거나 귀찮거나 두려워서 작업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프로 작업남 작업녀는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다. (남녀가 다르게 마련이라는 것은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신혼여행 가서 대판 싸우는 커플이 드물지 않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신혼여행이란 (대부분의 경우) 두 사람이 처음으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기회이며, 따라서 바로 옆에서 속속들이 관찰할 상황이 벌어지며, 그 결과 전에는 몰랐던 기기묘묘한 현상을 발견하고 실망하거나 화내거나 토라지는 것이다. 3.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싫어진다는 이 연구에서, 정보와 비호감을 매개하는 핵심은 '저 넘은 나와 다르다'는 인식이다. 그러니까, 다르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 일단 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는 있다. 다르다는 인식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연구에서 제시한 것은 바로 모호함(ambiguity). 모호함은 나와 비슷하다는 인식을 낳고, 비슷함은 호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4. 그런데,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나와 다르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나하고 함께 사는 것도 지겨운데, 사귀는 사람마저 나랑 똑같으면 재미가 덜할 것 같기도 하다. 저 연구에서는 '나하고 다르다'(dissimilarity)가 '꼴보기 싫다'로 연결되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실제는 정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간에서 다른 변수가 작용할 수도 있을 가능성. 5. 이런 추론도 할 수 있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회원이 데이트를 하고 나면 호감도가 뚝뚝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오프(현실)에서 인기가 많고 다양한(?) 교제를 하고 있는 사람은 온라인 데이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다. 즉 온라인 데이트 참여자는 이성적 매력이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온라인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회원료를 지불하고 있으므로, 온라인으로 만날 상대에 대한 기대는 높다. 이런 사람 둘이 카페에서 장미꽃을 들고 만난다. 비극이 벌어지는 것은 예정된 운명인 것 같다. 그러나, 위 연구에서는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지 않고 가상으로만 제시했을 때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상대방의 외모나 매력과는 관계없이, 많이 알면 알수록 무조건 싫어진다고 한다. 6. 자, 여기서 '많이 알면 알수록'의 정도가 중요하다. 연구에서 쓰인 방법은 상대의 성격을 한두 가지에서부터 열 가지로 표현한 내용을 놓고 호감, 비호감을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까, '알면 알수록'의 최대치는 예컨대 '내성적이다' '성격이 급하다'는 식의 성격 열 가지인 것이다(실험에서 쓰인 성격(trait) 항목은 귀찮아서 안찾아 봤다). 이걸 실제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다르게 마련이다. 연인이든 친구든, 사귀다 보면 자꾸 차이가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성공한 사귐이란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달라보이더라도, 작은 계기 하나를 고리로 하여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것이 사람의 사귐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는 오른쪽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처음 만나면 낯설어서, 만날 때마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하지만(빨간 부분), 이 기간을 넘기고 자꾸 만나며 소통하다 보면 서로를 점차 이해하면서 깊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파란 부분). 살다보니 정든다든가,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든가 하는 게 이런 거 아닐까. 위 연구는 빨간 부분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 그렇더라도 위 연구는 작업 초기의 전략 전술 측면에서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즉 공통점을 찾아내 집중 공략하고, 차이는 되도록 은닉(?)하라는 것이다. 차이를 드러내면 호감도가 떨어진다. 연구자들의 결론 중 하나는, 따라서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얻거나 매력을 유지하려면 정보를 다 꺼내 보이지 말고 모호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비주의 최고? 여하튼 온라인이든 오프든 첫 만남 자리에서는 자신의 취향, 성격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공개하면 좋지 않다는 정도로 핵심 체크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보편적인 취향의 화제, 예컨대 관객 200만 돌파 영화 따위를 꺼내놓는 것으로 응용. 상대가 오타쿠임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절대 오타쿠 본성을 드러내면 안된다. (연구 비평을 하다보니, 어쩐지 자꾸 작업 교과서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작업 삘이 나는 연구만 기사화하는 언론 탓이라나.) 8. 연구자들이 대안으로 권하는 것은... 뭐랄까 좀 그렇다. 아바타 같은 것을 활용하여 상대에게 관계의 현실감을 부여하고, 그림으로나마 매력을 전달하라는 것. 사진 주고 받으라는 말은 없으니 안습이다. 9. 시대의 추세를 고려할 때, 사마형 꽃미남, 완소남, 훈남 스타일의 남성이나 떨녀, 끌녀, 흔들녀, 얼짱, 몸짱 여성은 지금까지 떠든 이야기에 별로 신경쓸 필요 없다에 한 표. 세상은 불공평하군. 참고 : 이 블로그에서 쥔장의 정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7번에 나타난 위 연구의 결론과 아무 상관이 없음. 첫째 그래프, 논문: Norton, M. I., Frost, J. H., & Ariely, D. (2007). Less is more: The lure of ambiguity, or why familiarity breeds contemp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97-105.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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