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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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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든 상대와 맞서 싸울 때 '밥은 꼭 먹어가며 싸워라'라고 격려해 준다. 잘 싸우기 위해서도 밥은 중요하다. 그러나 밥 먹는 일 자체가 싸움의 방식이 되는 상황은 참 슬프다.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없는지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즉 내가 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선택을 취하여 벌이는 싸움이기 때문에, 단식 투쟁은 뜻을 표현하는 것으로서는 매우 강도 높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도 있긴 하지만.
저 네 정치인은 한미 FTA 졸속 진행에 반대하여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뒤늦게 나선 것이 좀 안타깝지만, 우리는 늦어도 하는 것이 아예 안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네 사람 중 두 사람이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다. 한나라당 분들은 이걸 놓고 정치쇼라고 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 하는 분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너희들이 여의도에서 하는 일치고 정치쇼 아닌 게 있냐? 정치는 어떤 의미에서 쇼 비지니스다. 이런 건 생래적으로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실천하고 있을 터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 정치쇼 해도 이렇게만 해봐라. '대선을 위한 행보'라고 비판한다고도 한다. 그게 뭐 어때서? 어떤 넘은 운하에 올인하며 행보할 수도 있고 어떤 넘은 아빠에 올인하며 행보할 수도 있고 어떤 넘은 줄타기에 올인하며 행보할 수도 있고 어떤 넘은 단식에 올인하며 행보할 수도 있지. 다 나름대로 행보하는 거 아닌가? 중요한 것은 행보의 내용 아니냔 말이지.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을 좇아' '지역구민의 뜻을 받들어' 이 지롤 하는데, 지들도 입으로는 responsiveness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안다는 말이렷다. 그런데 왜 하는 일은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것은 그저 선거용 공염불 구두선이고, 속으로는 거꾸로 국민이 제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저 네 사람이 이 일만으로 모두 옳다거나 잘 한다거나 바르다거나 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사람도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를 수 없다. 저 중에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일에 대해서만은, 정부의 잘못을 열심히 지적하는 심상정 의원만큼이나 참 고맙다. [update] 국회의원들의 단식은 AP 기사가 되어 Forbes, Business Week, Huston Chronicle 같은 미국 언론에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저명한(prominent)' 국회의원이 셋이나, 그 중 둘은 각료 출신이고 대통령에 도전할 예정인 사람들이 FTA에 반대하여 단식을 벌이고 있는 이유와 상황을 상세히 서술했다. [update] 김과 천의 단식을 정치 술수로만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ㅈㅈㄷ이나 한나라당은 원래 그러니까 그렇다치고. 한미 FTA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제발 그냥 패쑤-. 1. 한미 FTA가 진작부터 정치 문제였음은 이미 다 드러난 바와 같다.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2. 두 사람이 정부 안에서 뭘 했냐구? 옆에 있는 사람도 모르게 시기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해 가며 얼렁뚱땅 시작한 게 한미 FTA. 좀 지나니까 대통령이 닥치고 올인하는 사업이 됐다. 나 같으면 어떻게 할까? 직소하고 짤려? 초기에 얼마나 내용을 꼭꼭 감추면서 추진해 왔는지 잘 알려진 사실 아닌가. 대통령이 좋은 거라고, 하면 짱이라고 주장하니 다들 그런 줄 알았지. 내용이야 알 수가 없으니까. 난다긴다 하며 정책 자문하는 경제학 교수들조차 몰랐다는 거 아닌가. 한미 FTA 심각한 문제 있다는 거 우리가 알게 된 게 얼마나 됐던가. 지금 와서 그 때 뭐했냐고 비난하는 것은 좀 비겁하지. 그렇다고는 해도 안에 있는 사람들로서 좀더 찬찬히 살펴 미리 문제를 지적했으면 모양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3. 단식이라는 방법이 맘에 안들어? 지금 대통령이 FTA를 밀고 나가는 기세를 봐라. 뭣도 모르는 동료 의원 오십 몇 %가 좋다고 헤헤거리는 거 봐라. 우리 같으면 뭘 할 수 있겠냐. 어느 때나 얼굴 마담들이 맡아줘야 할 상징적인 임무가 있는 거다. 시점이 좀 늦은 아쉬움은 든다는 건 위에서 말했고. 4. 진정성에 문제 있다는 생각 들 수도 있다. FTA가 급선무라면 일단 그건 나중에 씹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힘을 모으고 쟁점을 만들어야 할 때. 자빠져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표 구걸? 아니, 표 구걸 안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단 말이여? 선거 때 되면 왜 아이를 더 낳지 않았나 후회까지 한다는 게 정치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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