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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미국과의 FTA가 발휘하게 될 실제적 파괴력을, 지적재산권 중 일부만을 예로 들어 그려봤는데, 실감 나는 예를 찾다보니 새발의 피 같은 사례를 든 느낌이 있다.
나의 어머니는 형제가 많아서, 내게는 이종사촌이 좀 많다. 어머니가 첫째라, 이 사촌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적게는 세 살에서부터 많게는 열 대여섯 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 사이에 오밀조밀 몰려 있다. 이 사촌 동생들 중 대부분이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하는 시기쯤 되어서 IMF 사태가 터졌다. 취업은 갑자기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하늘의 별따기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했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으며, 겨우 살아남은 기업도 구조 조정한다면서 사람을 뭉텅뭉텅 잘라내는 마당이었다. 이 때 대학을 졸업했거나 이후로 졸업한 사촌들은 취업을 할 수가 없었다. 기업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사촌들은 각종 시험 예비군으로 들어가거나 알바와 다름없는 일용직으로 들어갔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일인데, 이들은 대부분 아직도 무척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불안한 삶 때문에 결혼 같은 대사가 파행인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과도 연락이 안되는 아들마저 있다. 대학 졸업장 팽개치고 몸 팔아가며 장사나 하는 사촌이 그나마 형편이 좀 낫다. 어머니는 형제들과 전화하시고 나서 언제나 큰 한숨을 내리쏟으신다. 어머니 연배의 부모님 세대가 바라는 게 뭐 있겠는가. 아들 딸들이 공부 잘 하다 마치면 그럴 듯한 직장 잡아서 제 앞가림 하는 것을 지켜보시는 것 아니겠나. 이런 소박한 희망을 이루기가 불가능해졌다. 일 하고 싶어도 일 할 수가 없는 비자발적 청년 실업은 우리 집안에서 이렇게 실감나게 전개되었다. 한미FTA, '자유화 광신도'들이 불러온 망령 꼼꼼히 읽기를 권해드리는 글이다. 더하면 군더더기지만, 다시 좀 풀어보자. 한미FTA 찬성 측으로 출연한 통상관료 출신 인사는 우리 것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여는 것이 협상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시장을 열어줄 경우 ▲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소비자 이익 증진 ▲ 효율적인 구조조정 촉진 ▲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 ▲ 싼 수입품으로 소비자가 이익을 얻고 소비지출을 절감하면 그것이 투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등의 생각입니다. 1.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소비자 이익 증진이란, 다시 말해 한국산에 비해 값이 싼 외제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니 소비자가 선택할 여지가 많아지고, 돈을 절약하니 이익이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국민을 오로지 제품 소비자로만 인식할 때 성립할 수 있는 말이다. 이들은 한국산이 외국산에 밀려 도태되고 외제가 범람하는 상황을 소비자 이익 증진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산이 도태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해당 제품을 만드는 한국 기업이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국민은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외제품이 밀려올 때, 당장은 약간의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예컨대, 1백원짜리 연필을 80원에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윽고 회사가 외국과의 경쟁에 밀려 도산하거나 기업 규모가 축소되어 회사에서 잘리면 한국 노동자는 80원의 구매력조차 가질 수 없다. 외제품이 밀려올 때, 예컨대 우리는 7천만원짜리 BMW를 5천만원에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계열사가 도산할 경우,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BMW가 7천만원이든 5천만원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정규 노동자도 그런데 일용직,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상업을 한다면? 구멍가게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소비자 이익 증진'을 위해 잇달아 들어오는 대형 유통망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외국 유통업체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법적, 재정적 규제도 할 수 없게 되므로 글자 그대로 계급장 떼고 싸워야 하는데, 싸워서 당해낼 수가 없다. 월마트 같은 대형 업체가 중소도시의 유통까지 완전 장악하고 로컬 스토어들은 몰락하는 미국 상황의 재판이다. 별다른 완충장치 없이 한미 FTA가 추진하는 방향처럼 외국산 제품이 그냥 밀려오면, 한국에서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생업 접어야 하는 게 농민만이 아닌 것이다. 노동 시장이 불안해지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비고용부문, 예컨대 내 사촌들 같은 청년 실업자들은 갈 데가 아예 없어진다. 군대나 가서 말뚝박기 전에는. 자유주의에 경도된 정부는 이 부분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이익이 증진'되는 것은 한국 소비자=노동자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황금 시장을 새로 만난 미국 기업일 뿐이다. 2. 이렇게 망하지 않으려면 경쟁력을 갖추라고 한다. 오히려 체질 개선하고 경쟁력 갖출 기회라고 선전하기도 한다. 자, 경쟁이 되겠는가?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 붙어서 경쟁하고 이길 수 있는 분야가 몇 개나 되겠는가. 윗 글에서도 지적하지만,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영화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게 정부 생각이다. 한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한국 정부가 이 따위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3. 국내 산업 경쟁력이 향상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90이 쓰러져도 10 정도는 과실을 따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중심을 어디다 두어야 하느냐이다. 다른 건 다 몰라도 한미 FTA의 결과 빈부 격차, 소득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소득 격차가 커 사회문제화하는 상황인데, 이를 더 부채질하는 결과가 된다. 정부의 시각으로 보면 예컨대, 상위 10명이 소득 10을 가져 100 나머지 90명이 소득 2를 가져 180 합은 280 인 상황에서 FTA를 강행해, 상위 10명의 소득이 50으로 늘어나 500 나머지 90명의 소득이 심지어 -2로 줄어 -180 그래도 320으로 국부 증가, 앗싸!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믿기지 않는가? 미국과 NAFTA 하고 나서 엉망이 된 멕시코가 성공이라고 강변하는 정부 주장의 핵심은 바로 이 점이다. 4. '싼 수입품으로 소비자가 이익을 얻고 소비지출을 절감하면 그것이 투자로 전환'이라는 생각을 제 정신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거꾸로, 내수가 부진하고 국내 기업이 도산하면 투자고 나발이고 먹고살기도 전전긍긍할 판이라는 생각은 안드는지. 5. 자, 그럼 우리 기업은 미국 소비자한테 똑같이 팔아먹고 잘 나가면 되지 않는가. FTA는 쌍무 협정인데, 우리 기업이 잘 하면 미국 기업들도 도산시킬 수 있는 거 아닌가. 웃기지 말라고 하자. 체급이 천양지차인데도 온갖 기술 다 동원해 있는대로 줘 패는 이종격투기 붙여보자고 주장하는 넘들이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6. 자, 여기서 말씀드린 것은 공공 부문이라든가 투자자 제소라든가 하는 온갖 독소 조항은 다 빼고, 정부가 자기 입으로 하는 말만 봐도 이렇다는 것이다. 정부가 '엄청난 효과'라고 이야기하는 것의 내용이 대충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아니거나 딴 게 또 있다면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7. 나는 지금 30대 안팎에서 고생하는 사촌들 밑으로는 별다른 친척이 없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대학을 다니거나 곧 대학에 들어가거나 곧 대학에서 나올 후배들, 또 그 밑으로의 후배들이 앞으로 겪을지도 모를 어려움은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앞으로 우리 후배들은 맥도널드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햄버거나 굽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 기업에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나온 사람들은 교외에 갈비집나 다닥다닥 내고 서로 싸우다 망하고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꼴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 우리가 실제로 본 모습이다. 그 중 소수는 물론 잘 나가겠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는 위에 인용한 글을 참고해 주세요. [update] 전체적 평가 중 하나인 다음 글도 참고: 한미 FTA와 두 개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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