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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었다
정권 선전 매체 <국정 브리핑>이 <뉴욕 타임즈>에서 찾아낸 보물찾기다. 외신에서 이렇게 쥐꼬리만한 부분을 찾아내 빨간줄까지 쳐 가면서 잘했다고 강변해야 하는 정부 신세가 측은하기조차 하다. 남의 정부라면 비웃어주기나 할텐데. 하는 모양을 보니, 앞으로도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기만할 생각인 듯하다. <국정 브리핑>이 전체 문맥을 무시하고 저 구석탱이에서 찾아내 무릎을 치며 빨간줄을 친 부분을 원 기사에서 문맥과 함께 다시 제대로 읽어 보자. In Washington, Democratic leaders warned that any deal on trade with South Korea would have to include protections for labor rights and the environment and safeguards against piracy of copyrights before Congress would approve it. Separate discussions on such safeguards are under way between the administration and Congress. In a letter on Wednesday to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Susan C. Schwab, the speaker of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Nancy Pelosi, and other senior Democrats criticized the administration’s negotiating tactics, calling for “significant course correction” from a “one-way street” in Seoul’s favor. The proposed deal “is completely inadequate in the face of Korea’s longstanding iron curtain to American manufactured products,” especially United States cars, the letter said. Last year, 4,000 American cars were sold in South Korea, while South Korea exported 800,000 vehicles to the United States. 워싱턴에서 민주당 지도자들은, 한국과의 무역 협상이 의회 비준을 얻으려면 미국 노동자를 보호할 방안과 한국의 저작권 침해를 막을 안전판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러한 조항에 대한 개별적 논의를 벌이고 있다. 수요일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수전 슈워브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를 비롯한 민주당 주요 의원들은 서울에 유리한 "일방적 진행"을 "상당히 수정"하라고 요구하며 미국 정부의 협상 전략을 비판했다. 서한에서 이들은, 현재(3월28일 당시) 제안된 협상안은 미국 공산품에 대한 한국의 오래된 장벽을 허무는 데 전적으로 부족하며, 특히 미국산 자동차에 대하여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미국 자동차는 한국에서 4천 대가 팔렸으며, 한국은 80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1. 문맥을 보면 미국 의회 관계자들은 자동차나 저작권 같은 몇 가지 부분을 콕 찍어 이야기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정 부분에서 협상이 미진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나오는 비판처럼 "퍼주기" "몰아주기" "조공 협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나? 한마디로, 이익이 덜 나오는 곳을 두들겨 더 짜내자는 것 아닌가. 이게 협상 전반이 "한국에 의해 끌려다닌다"는 불만으로 읽힌단 말인가. "협상 주도권이 한국에 있다"는 근거란 말인가. 이런 기사를 근거로 해서 <국정 브리핑>은 제목을 "협상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었다"라고 하고 부제를 "뉴욕 타임즈 "한국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주고...""라고 달았다. 정신 차려라. 한국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준다고 탄식하는 게 아니라, 더 짜낼 데를 못 짜낸다고 협상 당사자들을 다그치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 주장은 <뉴욕 타임즈>가 한 게 아니라, 협상의 이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의회 관계자들이 한 말을 따옴표로 인용한 것이다. <국정 브리핑>이 한 것처럼 저렇게 부제를 달아 놓으면, 꼭 미국 언론이 협상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처럼 속이는 꼴이 된다. 한국의 일부 보수 언론이 외신을 인용하는 전통적 방식처럼 말이지. <뉴욕 타임즈>가 "one-way street"이라고 따옴표를 쳐 둔 이유가 어디 있겠냐. 이 부분을 놓고 <국정 브리핑>은 "미국 언론의 반응을 보면 그동안의 협상이 얼마나 우리에게 실속협상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 언론의 보도를 활용해 사기쳐오던 적과 싸우면서 적으로부터 배웠는가. 이젠 적이 아니라 끈끈한 동지가 돼버렸지만. 2.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측은 미국 의회 지도자들이다. 미국 정부의 대외 협상에서 이들의 역할은, 미국 자본의 압력을 그대로 받아 그것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 다시 말해, 의원들의 주장은 사실은 미국 자동차 업계 등 관련 업계의 주장이라는 뜻이다. 미국 정치인들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에 집착해 왔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 문만 열리면 황금 시장이니까. <뉴욕 타임즈> 기사에 나오는 대로, 미국차는 한국에서 4천 대 팔리고 한국차는 80만 대를 미국에서 판다. 이걸 '4천 vs 80만'의 구도로 보이고 싶어하는 게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략이고 미국 협상단의 희망 사항이다. 터무니없이 불균형한 무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시장이 다르다. 한국차가 미국에서 얼마나 죽쑤고 있는지는 누구나 다 아실 것이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본다. 한국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데 있어 한미 FTA로 더 내려갈 관세 같은 것도 없지만, FTA로 무슨 제도적 덕을 본다고 해도 차가 안팔리는데 어쩌냐. 그런데 미국차는 한국 문만 열었다 하면 대박난다. 결국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미국 의회의 압력은, 협상이 한국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좀더 뜯어먹을 수 있는데 왜 못 밀어붙이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의 서한, 즉 미국 의회가 자동차와 관련하여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의미로 보낸 윗 서한에 대한 연합뉴스 기사 '펠로시 등 백악관에 한미FTA 협상 `깊은 우려` 서한'을 읽어보면 이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3. <국정 브리핑>은 "이 신문은 “한미FTA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상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시 정부가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struggled to complete a deal)"고 전했다"라고 하여, 마치 한국이 협상을 주도하며 한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으므로 미국측이 무척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양 호도한다. 이 부분에 대한 <뉴욕 타임즈> 본문은 "Washington struggled to complete a deal that could be used as a model for other Asian countries"이다. 그 문맥은 NAFTA 이래 최대 협상인 한국과의 협상에서, 미국 이익이 최대한 관철될 수 있도록 시범 케이스를 만들어놔야 다른 국가들도 함부로 개기지 못할 것이며, 이런 모델을 만들기 위해 죽어라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리드이므로, 뒤에서 이야기할, 미국 업계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암시한다. 이게 '한국이 주도하는 협상'에 질질 끌려가면서 죽지 못해 협상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이나. 4. 정권 홍보지는 이 <뉴욕 타임즈> 기사를 갖고 이따위 장난이나 칠 게 아니라, 이 기사에서 정작 제대로 배워야 할 게 하나 있다. 기사를 보면, 미국 정부와 무역대표부는 의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며 협상안을 상의하고 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한테는 상대방이지만, 정말 제대로 일 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나라 이익을 관철하는데, 이해 당사자에게 진행을 보고하고 의견을 청취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안이 있을 수 있나. 이런 것이나 좀 배워라. 국민에게도, 국회에게도 쉬쉬해가며 다 퍼다주고 나서 잘했다고 억지춘향이나 하지 말고. 5. 자, 백번 양보하여, 미국 의회가 정부에 대해 자동차 같은 일부 공산품에서 "한국에 끌려간다"고 비판한 것이 "한국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쳐보자. 한국에서는 미국 의원들의 목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반대가 국회며 국민으로부터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미국 의원이 '쇼'일 망정 캐피톨 앞에서 단식한다는 이야기 들어봤나? 그럼, <국정 브리핑> 주장대로 하자면, 이것은 협상이 미국 주도로 나가고 한국 정부가 질질 끌려간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지 않는가. 자승자박도 유분수다. 6. <국정 브리핑>은 "미국 정부가 협상 타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보면 협상연장이 ‘굴욕’이라는 일부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고 옹졸한 것이었는지 실소를 짓게 된다"라고 썼다. 정권 선전 매체이므로, 이런 주장은 정부 생각으로 봐도 되겠지? 당신들은 '굴욕 협상'에 반대하며 분노하고 저항하는 국민을 보며 실소나 짓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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