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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미 FTA 정국에서 인지적 혼란을 겪고 있을 듯한 층이 있다. 바로 노무현 지지자 중에서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흔들림 없이 반대해온 분들이다.
몇 년만 거슬러올라가 보자. 대선 1년 전만 해도 주요 주자로 거명조차 되지 않던 노무현은 불과 몇 개월만에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것을 노무현 개인의 인기만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그보다 노무현은 진보의 담지자로 해석되고 인식되어, 진보 성향의 지지층을 일거에 획득했으며, 결국 승리했다. 노무현이 이렇게 진보의 담지자로 자리매김한 주요 이유는 미국에 대한 독자적인 듯한 태도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과 대결 의식이었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져 왔나. 조중동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국민의 다수가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려고 쿠데타 선동까지 서슴지 않았으며, 벌레 보듯 대하며 기회만 있으면 트집을 잡으려 애썼다. 이에 대해 노무현은 타협하거나 수그리지 않고 견결히 맞서 싸웠는데, 예컨대 언론의 과도한 권력을 제한하고 대항 어용 언론을 만들었으며 문제가 있으면 소송까지 불사하고 적극 대처해 왔다. 노무현과 조중동은 출발에서부터 현재까지 각자의 존재 자체가 상대를 부정하는 테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테제로서의 노무현을 지지해온 분들이 있다. 조중동 및 한나라당만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현재 노무현을 지지하는 층은 조중동(및 한나라당)을 싫어해서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과 노무현을 지지해서 조중동(및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들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딱 부러지게 쪼개지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개념상으로 그렇게 나누어 보자. 여기서 후자, 즉 개인으로서의 노무현, 노무현의 어떤 인간적 측면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의 임기 말까지, 또 그 너머까지 흔들림 없이 노무현을 지지할 이들이다. 이들은 예컨대 노무현이 한나라당에 입당한다고 해도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고 믿고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에게 있어 이런 '인간적 지지층'은 지지 세력의 핵이다. 이 반대쪽에서 이들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측은 노무현이 어떠한 일을 해도 싫어하는 사람들, 예컨대 조중동 같은 부류다. 이 둘은 쌍이다. 이들 말고 전자, 즉 보수 세력이나 조중동, 한나라당을 싫어해서 노무현을 지지해온 이들을 보자. 노무현 정권의 수립 과정을 고려하면, 이들이 후자(인간적 지지층)보다 많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노무현에게 남아 있는 이성적 지지 세력이기도 하다. 이들은 노무현을 지지하기 때문에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반대해온 게 아니라, 조중동과 한나라당을 반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극적 부정으로 등장한 노무현을 지향점으로 삼게 된 사람들이다. 물론 이 중에서는 이념적 지지가 인간적 지지로 변질해 나간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어쨌든 한미 FTA 정국에서 혼란을 겪고 있거나 겪고 있을 듯한 사람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조중동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해 왔나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다. 생각해 보라. 이들 처지에서 볼 때, 지금껏 조중동이 잘 한다는 말 들을 일 하나라도 했었나.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언론 노릇을 해왔나. 나라를 위해 따끔하게 야단치고 정론 직필로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적이 있었나.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한 적 있었나. 노무현이 청와대에 들어 간 2003년 2월 이래,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돌보느라 각종 개혁의 발목을 잡아내리려 한 것 뿐이지 않은가. 이것이 노무현 지지자들의 이유 있는 비판이다. 예컨대 바로 한 달 전만 해도, 노무현 4년을 평가하는 특집에서 한 신문은 '노무현 정권이 시대착오적이고 무능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실패한 정부'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홍보 담당자는 "지난 4년 대통령과 정부에 저주 아니면 욕만 해댔다"라며 "지난 4년치 신문 분석을 바탕으로 제 주장의 논거를 대라면 댈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반발했다. 주목할 부분은 저 신문이 저렇게 '저주 아니면 욕'을 해댄 시점은 노무현이 열나게 추진하던 한미 FTA의 막바지였다는 점이다. 뚜껑을 열고 나니 완전 칭찬 일색이지만, 바로 한달 전만 해도 욕을 해댔다. 이거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건 나중에 다른 글에서 살펴보자. 자, 이렇게 4년 동안 줄기차게 저주 아니면 욕만 해대던 조중동이 한미 FTA 뚜껑이 열리자 갑자기 노무현을 적극 지지한다. 그들과 배경을 함께 하는 한나라당도 갑자기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 당의 한 국회의원으로, 그 더러운 이름 입에 올리기조차 수치스러운 한 국회의원은 곧 노무현에게 뽀뽀라도 하러 나설 듯 보인다. 이것은 이성적인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심각한 인지 불균형 상황을 낳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두 가지 믿음, 혹은 태도가 지금까지는 일관성을 갖고 있었으나, 갑자기 서로 상충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파란 선은 지지 혹은 긍정을 의미하고 빨간 선은 반대, 혹은 부정을 의미한다. 오른쪽 그림은 교과서적인 불균형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인지적 긴장이 발생하게 된다. ![]() 이같은 인지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인지 부조화 상황에 대한 해결을 빌려 유추하면 다음과 같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내가 보기에 이보다 더 전형적인 인지 불균형 사례는 지지자-노무현-한미FTA 사이의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나중에 기회 있으면 일별.) [update] 그러고 보니, 조중동 열혈 독자들도 인지 불균형을 겪고 있겠구나... 허허허. [update] 제길... 제목이 너무 낚시성이었나. 수정했습니다. 원래 붙인 제목은 '노무현 지지자의 인지 불균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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