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空如)는 한국나라 때 사람으로 자는 휴경(休輕)이다. 약관에 이르러 차 맛을 알게 된 이래 매양 차와 더불어 벗하기를 즐겨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가로되 차와 공여는 한 뿌리에서 난 두 가지라고 하였다. 또 차를 마시되 오직 한 종류의 차만 애음하였으니, 사람들이 이를 가로되 차에 신의가 있다고 하였다. 일찌기 수수한 화차(花茶)에서 화려한 용정(龍井)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여 보았으나, 차제에 오룡(烏龍)만을 취하여 아끼고 즐기기를 제 식구와 같이 하였다.
때에 한 차 상인이 한국나라를 지나다, 공여가 차를 좋아하여 다부(茶夫)로 불린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가 차 꾸러미를 내놓으며 가로되,
"이것은 먼 서역에서 들어온 귀한 차로, 한 번 마시면 귀가 뚫리고 두 번 마시면 기가 뚫리는 현묘한 차다. 이제 당신이 차를 좋아한다고 세상이 칭송하는고로, 내가 대가 없이 이 차를 당신에게 맛보이려 한다."
하였다. 공여가 가만히 듣고 나서 말하기를,
"뜻은 고마우나 가하지 아니하다. 멀리서 들어온 것이 나의 입에 맞을지도 의문이거니와, 내 일찌기 한 차를 취하여 스스로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으니 어찌 낯선 맛에 내 혀를 허하리오."
하고 물리쳤다. 상인이 굴하지 않고 가로되,
"나 역시 차와 벗한 지 오랜 동안에 이 차와 같이 신묘한 것은 보지 못했다. 그 맛과 향기를 이 세상에 당할 차가 없으므로 내가 당신에게 긴히 알려주는 것이다. 원컨대 계제에 무미한 옛 차를 버리고 이 차로 바꾸는 것이 어떠한가?"
하고 다시 권하였다. 이에 공여가 가로되,
"당신의 몸에는 당신의 옷이 맞고 내 몸에는 내 옷이 맞는 것처럼, 당신의 혀에는 당신의 차가 맞고 내 혀에는 내 차가 맞노라. 당신은 당신의 차를 즐기는 것으로 족하며, 나는 나의 차를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당신에게 당신의 신묘한 차가 소중한 것처럼, 내게는 나의 수수한 차가 소중하노라."
하였다. 상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이 차를 마시지 않으면 차 맛을 모르는 것과 같으며, 세상을 살아도 산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당신이 오랫동안 차를 마셔왔다고 하나, 이 차를 마시지 못하였으므로 맹물을 마셔온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청컨대 한 번 맛보기를 바랄 따름이다."
하였다. 공여가
"성인이 이르시기를, 지혜로운 자는 미혹되지 아니한다(知者不惑) 하셨다. 내가 생각컨대, 지혜롭고 의로운 자는 남을 미혹하지도 아니할 것이다. 부디 물러가기를 바라노라."
하였다. 상인이 이를 못 들은 체하고 이윽고 자기 차통에서 다기를 꺼내 음다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공여가
"애재라 애재라, 차를 마시는 자의 우둔함이여, 그 사람됨이 차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하고 탄식한 뒤, 상인의 차통을 댓돌에 내던져 깨뜨려 버렸다.
때에 한 차 상인이 한국나라를 지나다, 공여가 차를 좋아하여 다부(茶夫)로 불린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가 차 꾸러미를 내놓으며 가로되,
"이것은 먼 서역에서 들어온 귀한 차로, 한 번 마시면 귀가 뚫리고 두 번 마시면 기가 뚫리는 현묘한 차다. 이제 당신이 차를 좋아한다고 세상이 칭송하는고로, 내가 대가 없이 이 차를 당신에게 맛보이려 한다."
하였다. 공여가 가만히 듣고 나서 말하기를,
"뜻은 고마우나 가하지 아니하다. 멀리서 들어온 것이 나의 입에 맞을지도 의문이거니와, 내 일찌기 한 차를 취하여 스스로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으니 어찌 낯선 맛에 내 혀를 허하리오."
하고 물리쳤다. 상인이 굴하지 않고 가로되,
"나 역시 차와 벗한 지 오랜 동안에 이 차와 같이 신묘한 것은 보지 못했다. 그 맛과 향기를 이 세상에 당할 차가 없으므로 내가 당신에게 긴히 알려주는 것이다. 원컨대 계제에 무미한 옛 차를 버리고 이 차로 바꾸는 것이 어떠한가?"
하고 다시 권하였다. 이에 공여가 가로되,
"당신의 몸에는 당신의 옷이 맞고 내 몸에는 내 옷이 맞는 것처럼, 당신의 혀에는 당신의 차가 맞고 내 혀에는 내 차가 맞노라. 당신은 당신의 차를 즐기는 것으로 족하며, 나는 나의 차를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당신에게 당신의 신묘한 차가 소중한 것처럼, 내게는 나의 수수한 차가 소중하노라."
하였다. 상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이 차를 마시지 않으면 차 맛을 모르는 것과 같으며, 세상을 살아도 산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당신이 오랫동안 차를 마셔왔다고 하나, 이 차를 마시지 못하였으므로 맹물을 마셔온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청컨대 한 번 맛보기를 바랄 따름이다."
하였다. 공여가
"성인이 이르시기를, 지혜로운 자는 미혹되지 아니한다(知者不惑) 하셨다. 내가 생각컨대, 지혜롭고 의로운 자는 남을 미혹하지도 아니할 것이다. 부디 물러가기를 바라노라."
하였다. 상인이 이를 못 들은 체하고 이윽고 자기 차통에서 다기를 꺼내 음다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공여가
"애재라 애재라, 차를 마시는 자의 우둔함이여, 그 사람됨이 차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하고 탄식한 뒤, 상인의 차통을 댓돌에 내던져 깨뜨려 버렸다.




덧글
Charlie 2007/07/28 10:51 # 답글
정말 여러가지 면으로 생각하게 하는 글이군요..상인의 입장(내 저놈을 댓돌에....), 공여의 입장(내 저놈도 댓돌에....)...
들풀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
2007/07/28 11:1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mooni 2007/07/28 11:44 # 삭제 답글
1편의 포스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그런데 한국나라는 무슨 나라입니까?
LaJune 2007/07/28 18:25 # 답글
...요즘 돌아가는 사정에 딱 맞는 이야기인듯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deulpul 2007/07/29 04:18 # 답글
Charlie: 제 편협한 생각이야 뻔하죠, 하하-.비공개: 앞부분 = 오해세요, 흐흣. 뒷부분 = 500% 공감입니다.
mooni: 흑-. 아, 그건 마치 '역전앞'인 게죠? 그냥 한나라라고 하면 중국 한나라하고 혼동되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한국나라는 아득한 옛날 999를 타고 우주를 한참 달려가다 운 좋으면 만날 수도 있었다는, 율도국과 같은 이상 국가입니다.
LaJune: 모호해서 죄송합니다...
Yoon 2007/08/01 10:26 # 답글
공여의 심정을 이해할 만 합니다. 하지만 차통.. 비쌀텐데.. 굳이 깨뜨리실 필요까지야..유유자적 2007/08/21 17:51 # 답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deulpul 2007/08/22 17:36 # 답글
Yoon: 앗? 덧글 주신 걸 빠뜨릴 뻔 했군요. 마... 말이 도무지 안되는 사람이 있어서요...유유자적: 이런 폭력물을 좋다 하시다니... 하긴 다음에는 1백여 명 목을 베는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