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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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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여기저기 적어두는 습관을 갖고 있다. 컴퓨터 앞에 있지 않을 때는 종이에 최대한 조그맣게 적어 꼭꼭 접어서 바지 왼쪽 뒷주머니에 항상 넣어 다닌다. 작은 수첩 같은 게 있으면 딱이겠지만, 수첩처럼 뭉치가 큰 것은 잘 잃어버린다.
컴퓨터 앞에 있을 때는 Springnote.com이나 Google Documents 같은 서비스가 종이쪽지 역할을 대신한다. 떠오른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적어두고, 나중에 시간 날 때 조금씩 살을 붙이거나 정리하는 것이다. 온라인 문서 편집 사이트는 이런 일을 하기에 정말 편하다. 인터넷에 온라인 문서 편집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안 이래, 온라인 문서 사이트는 내 인터넷 생활에서 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그때그때 쓰고 아무데서나 열어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이었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쓰다 어떤 생각이 나면 얼른 윈도우 메모장을 열어야 했다. 메모장은 프로그램이 작아서 MS Word 같은 편집기보다 훨씬 간편하다. 내용을 저장해야 할 경우는 그 내용을 복사한 뒤, 내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일을 하나 열어 쓰는 식으로 본문을 저장해야 했다. 처음 쓰던 문서 편집 사이트는 Writely.com이었는데, 구글이 이 회사를 인수하고 Google Documents로 바꾸는 바람에 자연스레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게 됐다. 지금 나의 Google Documents에는 100개가 넘는 자잘한 문서 조각들이 잔뜩 들어 있다. 꽤 정리가 되어 있는 것도 있고, 그저 단어 몇 개 들어 있는 것도 있다. 그 뒤, 우연한 계기에 한국 문서 편집 사이트인 스프링노트를 알게 되었다. 당시는 초기라 서비스가 비교적 안정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사이트 운영측이 사용자와 교류하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고객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가만히 보면, 단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지 않은가.서비스 자체도 괜찮았다. Google Documents에 비해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갖추어져 있었다. 공책처럼 줄이 쳐진 편집창 모양도 예뻤다. 나의 주 메모지는 구글에서 스프링노트로 옮겨졌다. 한동안 스프링노트를 애용하던 나는 최근에 다시 Google Documents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가지 인터페이스가 많아지면서 쓰는 데 오히려 불편한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생각날 때 바로 쓰기! 이것은 스프링노트 첫 화면에서 스스로를 광고하는 플래시 메세지의 01번째 메세지이다. 그러니까 스프링노트가 스스로 내세운 서비스의 존재 의의 중 첫 번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쓰면 쓸수록, 나 같이 기억력 3초인 사람은 생각날 때 바로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뚜렷해졌다. 그것은 주로 새 문서를 여는 데 필요한 잡다하고 복잡한 과정 때문에 발생한다. 자, 돈을 1억 벌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다. 잊기 전에 빨리 메모해 두어야 한다. 스프링노트에 접속해 새 문서를 하나 열어 보자. 1. springnote.com 을 넣거나 즐겨찾기로 사이트에 접속한다. 플래시 같은 요소 때문인지, 속도가 조금 지체된다. 2. 초기 화면에 뜨는 그림, 몇 가지 제안 항목들이 눈길을 빼앗는다.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데, 보라고 만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생각날 때 바로 쓰'려던 것이 조금 가물가물해진다.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기라도 한다면 원래 뭘 쓰려고 했는지는 완전히 잊기 일쑤다. 눈길을 끄는 온갖 게시글이 목록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절대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도 벌써 이 단계에서 쓰려던 주제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3. 로그인 아이디 쓰는 곳에 아이디를 넣고 버튼을 누른다. 스프링노트가 채택한 공용 로그인 방식인 아이디.myid.net 은 편하라고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불편하다. 아이디 입력과 비밀번호 입력이 서로 다른 페이지로 되어 있으므로 로그인 과정에서 페이지 하나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4. 로그인이 되면 2에서 본 초기 화면이 다시 나타난다. 약간의 지체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2를 무사히 넘겼더라도 여기서 다시 주의가 흩트러질 경우가 있다. 5. 글을 쓰려면 '내 스프링노트 바로가기'를 눌러야 한다. 누르면 저장된 목록이 주르륵 나온다. 6. 새 글을 쓰기 위해 '새 페이지' 버튼을 누른다. 제목 창이 새로 팝업으로 뜨는데, 여기에 제목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7.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는 페이지에 들어왔다. 여러 페이지를 거쳐야 하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홈페이지를 거쳐야 하며, 페이지 로딩마다 시간 지체가 발생했다. '생각날 때 바로' 쓰려던 것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없어지거나 흐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억 벌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어졌다. 내 기억력이 물고기 기억력이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스프링노트가 스스로 첫 번째 장점으로 꼽고 있는 '생각날 때 바로 쓰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럼 Google Documents는? 1. 우선, 메일이 들어오는 대로 실시간 업데이트를 해주는 Gmail 때문에, 구글에는 항상 로그인 상태다. 이 상태에서는 윗쪽의 간단한 메뉴 중에서 Documents를 누르는 것으로 문서 열기가 끝난다. 그러나 비교를 위해 로그아웃 상태라고 해보자. 스프링노트와 마찬가지로, docs.google.com 넣거나 즐겨찾기로 접속한다.2. 아이디와 비번 입력창이 뜬다. 구글 도큐먼트 소개 페이지인데, 매번 보는 것이라 눈길을 끄는 일이 거의 없다. 영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3. 아이디, 비번을 입력하면 바로 내 문서 목록이 뜬다. 여기서 'New'를 누르고 'Document'를 선택한다. 4. 글을 쓸 수 있는 새 창이 바로 떴다. 제목은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문서의 첫 단어로 자동 저장되고, 나중에 바꿀 수 있다. 스프링노트와 구글을 비교하면, '생각날 때 바로 쓰기' 위해서 빈 문서를 여는 과정이 6단계 vs. 3단계이다. 6단계나 거치면서 '바로 쓰기'라고 하는 건 좀 어폐가 있다. 나처럼 뭘 쓰려고 했는지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 선택해야 할 서비스는 너무나 명백하다. 물론 '이 컴퓨터에 항상 로그인' 같은 기능을 사용하면 단계가 조금 줄어들겠지만, 공용 컴퓨터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옵션은 내가 죽었다 깨도 채택하지 않는 것이다. 스프링노트는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음에도 쓰기가 좀 불편해서 아쉽다. 디자인과 기능은 원래 상충하는 것인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예쁜 것과 편리한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경우, 무엇을 선택할지는 결국 사용자의 필요나 취향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라도, 서비스의 목적이 애초 무엇이었는지는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 덧글에 추가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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