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휙휙 by deulpul

해마다 8월에 벌어지는 페르세우스 별똥별 쇼.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기간은 한 달도 넘지만, 그 숫자가 최고조에 달하는 때가 있다. 올해는 8월12일, 2주 전 일요일 밤에서 월요일 새벽에 이르는 심야였다.

올해는 운이 좋았다. 6월, 7월 내내 가물던 뒷끝을 보느라 그런지, 8월 들어오면서부터 거의 매일 밤 천둥 번개에 폭우가 쏟아지기를 반복했다. 지금도 그렇네... (허, 이 말은 이걸 처음 쓰던 며칠 전 이야기인데, 다시 고쳐 쓰는 지금도 그렇다, 세상에... 무슨 장마도 아니고.) 11일 밤에도 새벽 두 시쯤 되어 난리를 치고, 13일 밤에도 비슷한 시간에 꼭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기막히게도, 중간에 낀 12일 밤에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는 천문 예보가 나왔다. 게다가 달은 알아서 사라져 주시는 올모스트 그믐.

밤 12시 반쯤, 동료 한 사람을 만나 맥주 맛있는 집에서 딱 한 잔만 마시고 어둑어둑한 공원으로 갔다. 그 중에서도 널찍하고 어둑한 풀밭을 골라, 가지고 온 자리를 넓게 펴고 누웠다. 오호- 별이 휙휙 떨어진다. 내일 아침 첫 숟가락, 내일 아침 둘째 숟가락...

한 시간 가까이 별을 세면서 열심히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강력한 불빛이 우리쪽을 휙휙 스치고 지나간다. 거 좀, 오셨으면 조용히 자리 잡을 일이지... 하며 쯧쯧거리는데, 곧 이어 차 한 대가 슬슬슬 다가온다. 껌 팔러 온 차일까?

차창을 내린 경찰 아저씨는 좀 미안하다는 투로, 이 도시의 공원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골자는 밤 10시에 모든 공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 누가 모르나. 공원에 담이 있나, 경계가 있나. 몇 발 건너가서 누웠든 몇 발 건너와서 누웠든 별로 차이도 없구만.

별 보고 있다, 어둑한 데 찾다 보니 공원 깊숙히 들어왔다니까, 자기도 잘 이해한다면서, 우리가 세워 둔 차 때문에 자기가 왔다고 설명한다. 근처에 차만 서 있지 않았다면 자기도 그냥 갔을 거란다. 대충 보고 얼른 돌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경찰 아저씨는 먼저 자리를 떴다. 어쨌든 한 시간 가까이 잘 봤고, 구름도 조금씩 덮이기 시작하는 참이었으므로, 우리도 자리를 챙겨 돌아왔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 했더니, 남자 둘이 누워서 무슨 별을 보냐고 한다. 아니, 남자 둘이서 누워서 하늘의 별도 못 보냐고! 심야에 공원 으슥한 곳에서 남녀가 누워 하늘의 별을 보는 게 더 이상하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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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크 2007/08/22 18:42 # 답글

    옳은 말씀이십니다. 심야 공원 으슥한 곳에서의 남녀에겐 다른 소명이 있지요.
  • Charlie 2007/08/22 18:52 # 답글

    남자 혼자 누워있으려니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는데, 스프링클러가 켜지는 순간 구석구석에서 f---, S---... ;)
  • 2007/08/22 20: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성정 2007/08/23 01:34 # 답글

    남자 둘이 누워있으면... 음.. 전 그것도 초큼 *-_-*
  • Charlie 2007/08/23 08:40 # 답글

    성정/ 편견은 좋지 않아요. deulpul님.. 전 언제나 deulpul님 편인거 아시...(퍽)
  • 히치하이커 2007/08/23 10:05 # 답글

    남녀였다면 별을 보지 않는다에 오십원 걸겠습니다. 하하.
  • JIYO 2007/08/23 12:04 # 삭제 답글

    아, 부럽습니다!!!
    한국은 비와 먹구름 덕에 볼 수도 없었고, zhr 최고치일 때는 낮이었고 이모저모 악재였어요. 보셨군요. 별똥별비 보는 거 좋아하는데, 언제나 머피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해 슬퍼요. ㅠ.ㅠ
  • deulpul 2007/08/24 16:54 # 답글

    아크: 그렇죠. 새로 산 야광 시계를 본다든가... 오리지널은 이불 속이었는데...

    Charlie: 옛날 그 ㅅ공원은 사람 밟지 않게 조심해서 풀밭으로 들어가야 했다는...

    비공개: 여긴 장마라고 새로 이름 붙여야 할까 싶습니다. <불편한 진실>에서 보았던 끔찍한 그래프가 자꾸 생각 나네요. 직접 관계 없을지도 모르는데... 지금도 천둥소리 명명하게 울리며 비 잘 오고 있습니다. 파전 먹어야 할 나날이어요... 하하.

    성정: 하하... 말만 보면 그렇죠? 사실 저는 한 남자와 몇 달을 함께 누워 있기도 했구요, 수많은 남자와 함께 누워 밤을 보낸 적도 많아요. 크흣-.

    Charlie: 언제 한번 그 분과 싸워봐야지! 하하하-.

    히치하이커: 저는 남녀의 절대 다수가 그냥 별만 본다에 50원 겁니다. 인구 분포로 보면, 기혼 남녀가 미혼 남녀보다 많은 거 맞죠? 하하-.

    JIYO: 올해 그쪽에서는 때가 안좋았던 모양이네요. 저도 작년에는 딱 보름 때가 걸려서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1년 지나면 다시 기회가 돌아오니 그나마 위안일까요. 내년엔 때와 장소 다 잘 맞아서, 빛의 합창 우렁차게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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