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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의 본질은 다음 두 가지이다: 1) 학계/미술계 명망가의 학력 위조 건과 2) 특정인에 대한 권력층의 비호 및 외압 의혹 건. 두 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전혀 별개의 사건이다. 두 사건이 한 사람을 꼭지점으로 하여 동시에 폭로되고 있으므로 같은 사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건이다.
2. 학력 위조 사건은 위조자의 신분에 따라 그 파장이 다르게 마련이다. 옆집 아저씨가 모 대학을 나왔다고 뻥을 치든말든 상관없지만, 공공 영역에 있는 인사가 학력을 위조하여 사용할 경우, 위조된 학력이 미치는 폭넓은 영향력 때문에, 개인의 사사로운 잘못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예컨대 정치가의 위조 학력은 개인을 호도해 표를 끌어모으는 데 악용될 수 있으며, 교수의 위조 학력은 지도 학생의 공 들인 학위 논문을 도로아미타불이 되게 만들 수 있다. 3. 신씨는 부정하려고 하겠지만, 신씨의 위조 학력은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주요한 디딤돌이다. 동국대에서 교수에 임용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슨무슨 미물관의 큐레이터에서 광주비엔날레의 감독으로까지 선임되는 과정에서 그의 위조 학력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광주비엔날레 측에서는 신씨의 가짜 졸업장이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지금과 같은 학벌 사회에서, 이력서의 학력이 '고졸, 어학 연수, 대학 중퇴'라고 쓰인 이력서를 놓고 과연 감독 선임을 할 수 있을지는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4. 허위 학위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신씨가 '박사를 했다'고 강변하는 이유는 두 가지 밖에 없다. 1) 지금까지 잘 먹힌 쌩거짓말을 계속 밀어부치려는 의도거나, 아니면 2) 분명히 '학위를 받는 노력'을 했으므로 학위가 있어야 함에 틀림없다고 믿거나이다. 여기서 학위를 받는 노력이 좀 독특하다. 보통 학위를 받는 노력이란, 수업 열심히 듣고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아 논문을 쓰고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씨가 말하는 학위를 받는 노력이란 '가정 교사를 고용해 도움을 받는 것', 제대로 말하면 학위 브로커에게 맡겨 학위를 사는 노력이다. 5. 신씨는 2)번의 가능성을 계속 시사해 왔다. 미국으로 도피해 '10만 달러(≒1억원)를 들여 변호사 두 명과 사립 탐정 세 명을 고용하여' '박사 논문을 도와준' '예일대 예술사학과 시간강사' 존 트레이시인지 하는 넘인지 뇬인지를 찾고 있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박사 학위뿐 아니라 신씨가 제출한 학사, 석사 학위도 허위였다. 캔자스 대학 당국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캔자스 대학을 졸업하고 MBA까지 4년 6개월 만에 끝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캔자스 대학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또, 어쨌든 예일대에 등록은 한 채로 논문을 대필시켰다면 어쨌든 학생이긴 했던 모양이다 할 텐데, 예일대에서는 이런 사람의 학적이 존재한 적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예일대 당국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예일대 팩스 사건' 같은 것을 조져보면 쉽게 나오겠지만, 여하튼 이 사람은 인생의 상당 부분을 과감한 거짓말로 승부하며 살아온 듯하다. 6. 어쨌든 신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듯하는데, 이 주장은 최대한 좋게 봐준다면 '비전문적' 학위 브로커에게 논문 대필을 시키고 학위를 받으려 했으나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된다. 비전문적이라고 한 것은 대필, 위조의 결과물이 형편없이 엉성하기 때문이다. 프로라면 이렇게는 안한다. 예일대에서 박사를 한 한 교수는 신씨의 학위증을 보고 "1초 안에 가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7. 중요한 것은 쌩으로 위조했든 브로커를 통해 가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으려 했든 상관없이, 신씨가 해당 학위를 받을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며, 스스로 그런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위를 직접 위조한 게 아니라 돈 주고 사려 했다 해도, 그는 피해자가 아니라 여전히 가해자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기의 내용이 달라질 뿐이지 사기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 예일대에서 공부하고 학위했다는 증거로 "졸업 가운을 갖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차라리 팬 서비스를 위한 애교라고나 할까. 8. 인터넷을 통해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한 수업을 들었다거나, '가정 교사'의 지도로 박사 논문을 썼다든가, 일년에 딱 두 번 대학에 갔었다든가, 지도교수와 이메일로 첨삭 지도를 받았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씨는 미국 대학, 더구나 예일 같은 대학에서 학위를 얻는 과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황당한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연속해 나오는 어이없는 후속 거짓말이거나. 기막힌 것은 이런 황당한 거짓말이 한국 사회에서는 문제 없이 먹힌다는 것이다. 9. 명망가의 학위 위조가 들통나면 따로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위조 사실 공개 자체로 큰 처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명망이 땅에 떨어지고, 신분을 유지하던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신씨의 경우는 피의자로서 구체적인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쨌든 여기까지가 신씨의 학위 위조 사건이다. 10. 신씨의 학력이 위조라는 주장은 이미 2002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신씨의 학력이 가짜라는 것은 그가 교수로 임용되기 전부터 미술계에서 파다하게 떠돌던 이야기라고 한다. 이렇게 전문 분야에서 사기와 위조의 혐의가 공공연히 나돌던 사람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좋은 분을 특별히 모시려고' 서둘러 교수로 임용한 것을 보면, 동국대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캐병신들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매우 노회한 여우들임에 틀림없다. 물론 후자로 보는 것이 더 상식적이라 할 것이다. 11. 특이한 것은 신씨의 학력 위조 혐의가 구체적으로 지적되더라도 언제나 곧 다시 묻혔으며, 혐의를 제기한 사람만 피를 봤다는 점이다. 왜 신씨가 언터처블이 되었는가. 이 점이 이 사건의 두 번째 본질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권력층의 비호 및 외압 의혹이 된다. 12. 나는 깃털이니 몸통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 없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이 일들을 관통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이므로, 이 부분은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만 있으면 사람을 죽어라 두들겨패도 휠체어 타고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사악한 것처럼, 권력만 있으면 알아서 기는 시스템 안에서 안되는 일이란 없다는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만천하에 천명하게 되기를 바란다. 제대로 잘 될까는 좀 의문이긴 하다. 13. 신씨 사건이 '앗싸, 흥행 요소 만빵의 즐거운 구경거릴세'도 아니고 '쯧쯧, 그 여자 참 기구한 운명이로군' 같은 신파도 아닌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러브 스토리도, 처세술 1막 1장도 아니며, 그보다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악취 나는 부조리를 단면적으로 드러낸 사건일 수밖에 없다. 사족 1. <문화일보>가 신씨 알몸 사진을 과감하게 내보내는 바람에, 사건의 본질보다는 최근 이슈를 차례로 옮겨다니며 올인하는 대중이 줄줄이 낚이고 있다. 사진으로도 낚이고 사진 게재에 분노하는 움직임으로도 낚인다. 알몸 사진 게재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 이 일이 신씨 사건의 중요성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것은 예컨대, 황우석씨의 사기 논문 사건을 폭로한 PD수첩이 그 취재 방법에서 분명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씨의 잘못이 가려졌던 것은 아닌 것과 같다. 사족 2: 알몸 사진 게재를 놓고, 언제나 매력적이긴 하지만 확인되는 법은 좀처럼 없는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유치한 해석이라고 본다. 좀더 넓은 범위의 음모론도 있는데, 이것은 무슨 론이라고 할 것도 없이 원래부터 그냥 그래온 것이다. 몰랐나? 신씨 사건은 한국 언론이 얼마나 깊이 병들어 있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언론 문제는 이 사건과 뒤섞여서는 안되는, 또다른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족 3: 작금의 보도 행태 말고, 그 동안 신씨와 언론 사이에 성립해 온 관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황씨를 언론이 만들었듯이, 오늘날의 신씨가 존재하는 데에는 언론이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신씨를 앞다투어 찾아가 글을 받고 지면을 열어 준 언론은 분명 신씨의 사기극이 현실화할 여지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허위 학력 의혹이 파다했다'고 하는데도 이 소문 하나 검증해 보지 않고 기정사실화 해온 것도 제 밥값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언론이 검경 수사관이나 '사립 탐정'도 아니므로, 그동안 벌어져 온 신씨의 사기극과 권력층 비호 사건에서 언론은 콜래터럴 데미지 정도가 되어버린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족 4. 사건의 두 가지 본질을 이야기했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또 하나 있긴 있다. 귀국하여 검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을 일을 앞두고도, 그동안의 심경을 낱낱히 적은 기록으로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책을 내거나 월간지에 기고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정신 세계가 나로서는 참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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