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난리인 것은 처음 봅니다 by deulpul

다른 사람의 주장을 비판하며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근거로 "-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옛날, 한 동료가 어떤 게시판에서 벌어진 논쟁을 보고 어이 없어 하더라.

무슨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다는 것은 다른 주장을 비판할 아무런 논리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 말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혹은 자신의 지식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것과 닿아 있다는 자기 확신을 깔고 있다. 예컨대 '살다 살다 별 소릴 다 듣는다' 라든가 '살다가 별 미친놈 다 보겠네'라고 하면, 저 '별 소리'나 '별 미친놈'은 상식적으로 통 이해가 안된다는 뜻이며, 내가 아니고 누가 보더라도 헛소리이고 미친놈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한 환상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별 소리 다 하는 별 미친놈이라면, 상식적인 이야기 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벼라별 소리 다 하는 벼라별 미친놈들로 보일 수 있다. 상대적이라는 의미.

'-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혹은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라고 할 때, 이것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얼마나 얇고 제한적인가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보기에는 씨암탉이 걸어다닌다는 이야기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최근 벌어지는 어떤 논란의 한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자니 자꾸 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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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카시아파 2007/09/21 03:53 # 답글

    비유 극강이십니다. bbbbb
  • deulpul 2007/09/21 05:18 # 답글

    어머, 놀리시면 싫어요!
  • 기불이 2007/09/21 06:26 # 답글

    이렇게 잘 쓴 글은 처음 봅니다.
  • deulpul 2007/09/21 06:45 # 답글

    강호의 글을 거의 안보시는 모양이군요...
  • 보리차 2007/09/21 08:10 # 답글

    이렇게 와닿는 말씀은 처음 들어 봅니다.
  • 닥슈나이더 2007/09/21 08:16 # 답글

    아~ 아~
  • 소리 2007/09/21 08:48 # 답글

    갑자기 한 친구 생각이...
    무슨 얘기를 하다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 말이 크리스천들은 행복하게 죽는다는 거지요... 우리들의 행복한시간에서 강동원이 괴로워하며 죽는데, 카톨릭은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니다.. 어쩠다... 그러길래 몇 년 전 이라크에서 죽은 김선일씨 얘기를 했더니..(직업을 가진 선교사로 갔는데, 괴로워하며 죽었다고)
    자기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라고....

    웃음만 나더군요.
  • deulpul 2007/09/21 08:50 # 답글

    보리차: 강호의 말씀을 거의 안들으시는 모양이군요... 하하.

    닥슈나이더: 마이크 시험하시는 중?

    소리: 세상의 넓이는 딱 자기가 아는 만큼이게 마련인 모양입니다.
  • 愚公 2007/09/21 12:17 # 답글

    그런 소리를 '당당하게'하는 사람들이 근 10년 사이에 많아진 것은 처음 봅니다.
  • 목장별 2007/09/21 13:02 # 답글

    상대방의 어떤 주장에 대해서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은 처음 들어봅니다.'라고 비난하는 것은 당연히 나쁜 일이겠습니다만,
    어떤 공감이 필요한 이야기를 듣고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그런 참신한 생각은 처음 들어요..'라고 말해 주는 것은 때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결국 상황에 따른 배려 문제..
  • deulpul 2007/09/22 10:44 # 답글

    愚公: 愚公님은 열 살-. (정말 그렇습니다.)

    목장별: 물론이죠. 이런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시는 것은 처음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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