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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지구 온난화 대책 회의가 어제 뉴욕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교토 의정서 이후의 규약을 입안하기 위해 올 12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의 전초전 같은 성격이라고 한다. 이 회의에는 80개 나라 정상을 비롯해 160개 국가 대표가 참석했다. 각국 환경 담당자들만 조져서는 실효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므로, 국가 정상들을 끌어다 놓고 외교적 합의를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반총장의 전략이 반영된 회의다.
반총장은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해 더이상 의심할 때는 지났다"고 선언했다. 무척 다급한 톤의 목소리인데, 이런 호소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작자가 있다. 바로 코 앞에 있는 조지 W. 부시다. 그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저녁에 쫓아와서 밥만 먹고 돌아갔다. 원래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으려 했는데, 반총장이 얼굴 좀 비치라고 개인적으로 호소해서 그나마 귀하신 몸을 움직인 것이다. 대신 부시는 반총장의 유엔 회의로부터 사흘 뒤에,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국인 11개 나라를 모아 워싱턴에서 독자적인 기후 관련 회의를 이틀 동안 열기로 계획을 세워 두었다. 가히 물타기의 전형적인 예가 될 듯하다. 지구 온난화라는 화급한 현상을 놓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등장하며 경쟁하고 있다면 회의가 두 개가 아니라 백 개라도 반가울 것이다. 불행히도 그렇게 즐겁게 볼 수가 없다. 부시 행정부의 환경 인식이 어떤가. 그의 환경 담당 참모는 석유산업 로비스트 출신으로, 과학자들이 올린 황색 경보를 빨간 줄을 북북 그어 삭제해 발표하고, 이게 문제가 되어 목이 잘린 뒤 백악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석유 회사 중역으로 바로 취직했다. 이게 부시 행정부다. 급속히 악화하는 온난화 현상을 늦추려면 결국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각국을 적절히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세계인의 합의가 교토 의정서이다. 미국은 여기에 사인하지 않았다. 교토 의정서는 2012년에 만료되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강제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엔 주도 방안에 반대하는 부시 행정부의 방안은, 규제 보다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 개발 쪽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딱 부러진 규제 기준을 만들면 안되며, 전적으로 각국의 자발적인 조처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 자발적인 조처에 맡겨 참 잘 되겠다. 부시의 참모 중 하나는 "문제가 풀기 어려우니, 우선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눙친다. 물론 규제가 포함된 규약에 참여하지 않고 최대한 비비적거리며 넘어가려는 꼼수. 세계 1, 2위를 다투는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서, 지금처럼 에너지를 펑펑 쓰는 일을 중지하지 않겠다는 똥배짱이다. 게다가 또 뭐라는지 아냐. "세계 모든 나라가 에너지 자원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 등 무역 장벽을 철폐하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네. 더 기막힌 것은 위의 환경 담당 참모가 잘린 뒤 그 자리를 차지한 참모가 하는 말이다: "세계 각국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 독자적으로 결정할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It’s our philosophy that each nation has the sovereign capacity to decide for itself what its own portfolio of policies should be.) 원하지도 않는 남의 나라에 민주주의 심어 주겠다고 미사일로 밀고 들어가 풍비박산을 내는 넘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주권 국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침략 위협을 하는 넘들이 저런 말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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