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지폐에는 부시 얼굴 by deulpul

한국에서 고액권에 누구 얼굴을 올릴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얼굴이 지폐에 오른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아마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폐는 1달러 짜리와 20달러 짜리가 아닐까 싶다. 도량형 단위도 남들 아무도 안 쓰는 걸 저 혼자 쓰는 이 넘들은, 돈 단위도 희한하게 자른다. 그러다 보니 2달러 짜리 지폐도 있고 20달러 지폐도 있다. 2달러 지폐는 그다지 흔하지 않아서, 계산대에서 거스름돈으로 내줄 때는 "너 운이 좋네" 어쩌구 하는 경우도 있다. 대신 20달러 짜리는 고액권의 기본 단위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많은 자동현금인출기(ATM)의 인출 단위가 20달러다. 50달러 찍으면 20 단위로 떨어지는 다른 금액을 입력하라고 나올 때도 있다. 물론 기계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2달러 지폐와 20달러 지폐가 있다면 200달러 지폐라고 없으리란 법 없다. 물론 현재 유통되는 최고액 지폐는 100달러 짜리. 200달러 지폐를 쓰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만들어 주지 않으니 개인이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이 것:



앞에는 부시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실렸고, 그 옆에는 미국총기협회(NRA)의 구호도 들어 있다. 일련번호는 "DUBYA4U2001"라고 되어 있다. 뒤에는 백악관이 도안됐다. 백악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까지 그대로 도안에 포함되었다. 시위 피켓에는 "We Like Ice Cream" "We Want Broccoli" "No More Scandle" 같은 아햏햏한 문구가 들어 있다. 말하자면 가짜 돈이다.

사실 이 돈은 불법으로 써먹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이 가짜 돈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알렉스 로스(Alex Ross)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풍자 작품인 셈이다. 그러나 얼핏 보면 진짜 지폐와 흡사하게 생겼다. 프린트 해서 써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이런 충동을 실제로 현실화해 본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한다.

몇 년 전, 켄터키 주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손님이 2.12달러짜리 아이스크림을 사고 이 가짜 200달러 지폐를 내밀었다. 점원은 지폐를 받아 넣고, 현금으로 $197.88을 거슬러 주었다. 손님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거스름돈을 받아 유유히 사라졌다. 그 뒤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한 식품점에서 다른 한 남자가 150달러어치의 식품을 사고 꼭같은 지폐를 냈다. 역시 점원은 50달러를 거슬러 주었다. 장난치려고 만든 것이 뻔한데, 디자인이 실제 지폐처럼 생겨서 실제로 써먹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네 화폐 단위에 있지도 않은 돈을 받고 거스름돈까지 내 준 사람들은 연구 대상.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가능한 것은 계산대의 점원이 지폐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20달러처럼 쪼개지는 단위가 좀 헷갈리는 시스템이기도 하고, 2달러 지폐처럼 존재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지폐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스트 푸드점인 타코벨에서 2달러짜리 진짜 지폐를 냈다가, "이런 지폐는 처음 봅니다"라고 주장하는 점원들 때문에 위폐범으로 몰려 체포될 뻔한 사람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위의 지폐를 실제로 써먹다 잡히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중범죄인 위폐범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면 장난치려고 만든 가짜임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물건을 그냥 들고 나온 정도의 경범죄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여하튼 부시님의 해맑은 초상이 실린 가짜 200달러 지폐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좀더 과감한 시도를 한 사람도 있다. 역시 몇 해 전, 조지아 주에 사는 앨리스 파이크라는 아줌마는 동네 월마트에서 1,671달러어치 물건을 사고, 오른쪽과 같은 지폐를 한 장 냈다. 지폐의 액면가는 무려 1백만 달러! 10억원짜리 지폐를 낸 셈이다. 아무리 정신 없는 넘들이 사는 미국이지만, $1,000,000 지폐가 실제로 있다고 믿고 받아 줄 데가 어디 있겠나. 이 아줌마는 위폐범으로 당장 체포되었다. 이 거액의 가짜돈은 남편이 준 것이라고 한다. 무슨 거짓말을 하며 가짜 지폐를 만들어 주었을지 상상하니 안습이다.

이런 지폐를 만드는 넘이나, 그걸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넘이나, 그걸 실제로 받아주는 넘이나 대체 누가 더 바보인지 모를 지경.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lice_Regina_Pike
http://www.blogd.com/archives/2003_09.html
http://abcnews.go.com/US/story?id=93978&page=1
http://www.thesmokinggun.com/archive/bushbill1.html

* 부시 지폐 그림을 크게 올려둔 것은 디테일을 보여드리기 위함이지, 인쇄해서 시도해 보시라고 권장하려는 것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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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raco 2007/10/06 09:16 # 삭제 답글

    올 봄인가에...은행들이 행운의 2달러를 준다면서 이벤트 벌였던게 생각나는군요.
  • 산왕 2007/10/06 11:24 # 답글

    백만달러짜리 지폐라니 orz 그렇게까지 상식이 부족해도 되는 걸까요?!
  • deulpul 2007/10/08 01:55 # 답글

    Draco: 저도 한 장 잘 보관하고 있습... 2달러 지폐는 워낙 적게 찍기도 하지만, 적으니까 수집품(?)이 되어 잘 유통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희귀해지고... 악순환이랄까요?

    산왕: 최근의 여러 사태을 보면, 사기든 거짓말이든 일단 크게 쳐야 더 잘 먹힌다는 새로운 지혜가 나올 법도 한데요, 그래도 저건 너무했죠? 음... 저 분 지갑 속에는 1백만달러 지폐 두 장이 더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30억원을 핸드백에 넣어 갖고 다니는 분...

  • 프랑켄 2008/10/01 12:48 # 답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달러 지폐도 모른다니......미국인들 대다수가 아직도 천동설 및 창조설을 믿는 우둔한 국민들이라지만 할 말이 없군요.
  • deulpul 2008/10/02 08:52 #

    글쎄, 보통 사람은 일년에 한두 번 보기도 어려운 판이라서 그런 일이 벌어지나 봅니다. 모조리 바보라기보다, 원래 사람이 많으면 별별 놈 다 있게 마련이죠. 한국 인구가 2억명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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