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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자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실린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 영문 매체의 인터뷰 기사를 보자면, 종종 핵심을 갖고 파고드는 게 아니라 그저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만담 같은 것을 풀어 옮긴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긴 인터뷰를 잘라서 재구성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하긴 에코 같은 사람을 앉혀놓고 인터뷰하자면 그 방식 말고는 뭐가 가능하랴 싶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언론을 통해 장사하는 정치인에 대한 경고다. 언론사 소유주로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들을 활용한 이탈리아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를 비판하면서 에코는 미디어 대중주의의 위험을 경고한다. 또 <다빈치 코드>에 대한 평가도 재미있다. 에코는 이 소설을 평가하지 않고 필자 댄 브라운을 평가하는데, 브라운은 자기의 다른 작품 <푸코의 진자>에 나오는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달에 볼로냐 대학에서 은퇴했다는 이야기도 잠깐 나온다. 사실 이 인터뷰를 옮겨올 생각을 한 건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다가온 한 줄 때문이었다. 다음은 에코와의 만담 인터뷰 전문.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질문 NYT: 당신은 지적인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정치 평론집 <시계 거꾸로 돌리기> (Turning Back the Clock)를 펴낸 활발한 정치 평론가이기도 하죠. 이 평론집에서 당신은 미디어 대중주의 (media populism)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데요. 이 용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Eco: 미디어 대중주의란 언론을 통해서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미디어에 능수능란한 정치인은 의회 밖에서 정치 이슈를 형성하는 방법을 알며, 정치권의 견제망을 가볍게 벗어나기도 하죠. NYT: 당신 책의 많은 부분은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공격하는 데 할애되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 회사들을 활용했다죠? Eco: 1994-95년과 2001-06년 기간에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자이자 총리였으며, 텔레비전 채널 3개를 소유하고 있었고 다른 3개 국영 채널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 메커니즘은 모두 비슷할 겁니다. NYT: 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는 한 정치인이 나라 전체의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을 통제하는 독점 상황을 막기 위해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비롯한 규제 기구가 활동하고 있는데요. Eco: 그런 점에서 미국에서는 아직 언론과 정치 권력 사이에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원칙적으로 말이죠. NYT: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미디어가 탈취되는 상황을 염려해야 하는 걸까요? Eco: 이탈리아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이 나라가 지난 세기 내내 실험실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는 미래주의자들의 선언으로 20세기를 시작했습니다. 1909년이었죠. 그 다음은 파시즘이었습니다. 파시즘은 이탈리아라는 실험실에서 시험을 거친 뒤 스페인, 발칸 제국, 독일로 퍼져나갔습니다. NYT: 당신은 독일이 이탈리아로부터 파시즘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가요? Eco: 예, 물론이죠.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NYT: 이탈리아 역사학자들만의 주장은 아닐까요? Eco: 이런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믿지 마세요. 난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NYT: 당신은 이탈리아가 패션이나 예술 부분에서처럼 파시즘에서도 시대의 유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Eco: 예, 그럼요. 왜 아닌가요? NYT: 작년에 선거에 승리해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로마노 프로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국가를 좌파쪽으로 돌려 놓았는데요. Eco: 그는 내 친구입니다. 나는 그를 좋아하지만, 그는 선거 승리 이후 당내 투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는 명망가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프로디는 명망가가 아닌데, 이것은 죄악은 아니지만 약점이 되죠. NYT: 프로디는 기업가와는 정반대 취향인 지식인 아닙니까? Eco: 그렇죠. 그는 경제학 교수였으니까요. 1990년대 초에 그는 내 학과에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정계로 나섰죠. NYT: 당신이 기호학 교수로 있는 볼로냐 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를 말하는 거죠? Eco: 나는 이번 달에 은퇴했습니다. 나 나이 75세나 되거든요. NYT: 당신은 정치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으세요? Eco: 아뇨. 누구나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YT: 당신은 소설가가 본업입니까? Eco: 나는 스스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한쪽 손으로 소설을 쓰는 학자죠. NYT: 당신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었는지 궁금하군요. 어떤 평론가는 이 책이 <장미의 이름>의 대중소설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co: 모든 사람이 이 책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묻는 통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대답은 이런 것이죠. 댄 브라운은 나의 다른 소설 <푸코의 진자>에 나오는 등장 인물 중 한 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은밀한 것을 믿기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NYT: 그러나 소설을 보면 당신 자신도 밀교(密敎)나 연금술을 비롯한 신비한 관행에 흥미를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만. Eco: 아니죠. <푸코의 진자>에서 나는 그러한 것을 믿는 사람들의 기괴한 주장에 대해 썼을 뿐입니다. 그러니 댄 브라운은 내가 창조한 인물형 중의 하나에요. NYT: 당신은 앞으로 100년 뒤 사람들이 당신의 소설을 읽기를 바라세요? Eco: 만일 어떤 사람이 책을 한 권 쓴 뒤, 그 책이 남들에게 읽히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건 바보 천치 아니겠어요? 인터뷰: 데브라 솔로몬 이미지: Kenyo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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