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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수영 강습을 다닐 때 일이다. 주중에는 강습을 했고, 주말 낮은 자유 수영 시간이었다. 자유 수영 시간에는 따로 시간이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강사 두어 명이 수영장 전체를 관리하는 동안 회원들은 자유로이 와서 저 할 만큼 수영하고 자유로이 돌아간다. 한 시간에 5분 정도 휴식을 해야 하는 것만 통제된다.
일요일에 수영을 하러 갔더니 사람이 많다. 그 중 사람이 적은 레인을 찾아서 들어가려는데, 그 레인에 이미 와 있던 아줌마 두 사람이 말한다. "어머, 어머. 남자가 왜 여기 들어와? 이상하네." "그러게, 그러게." 허, 내가 수영을 하러 몇 개월을 다녔지만, 강습 시간이나 자유 시간이나를 막론하고 남여칠세부동영(男女七歲不同泳)하는 것은 대체 본 적이 없다. 그냥 못 들은 체하고 물에 들어갔더니 "어휴- 얼른 나가요! 저 쪽으로 가요!" 하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아줌마! 여기가 무슨 목욕탕이에요? 남탕 여탕 따지게. 목욕하러 오셨어요?" 해주고 그냥 헤엄을 쳤다. 수영을 하면서 보니 두 사람은 강사를 풀로 불러서 뭐라고뭐라고 하는 것 같더니 다시 그냥 같은 레인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강사가 뭐라고 했겠어. 2. 혼잡할 때 지하철을 타면 매우 신경쓰이는 일이 하나 있다. 사람이 꽉꽉 낑기는 차를 타게 되지나 않을까, 그런 차를 타더라도 우연히 주변에 여자분하고 엉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주변의 여성은 무척 신경쓰인다. 솔직히 말하여, 매우 피곤하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호색한, 추행범 비스무레한 것이 되는 것 같아서 몸과 마음이 무척 편치 않다. 괴롭기로 따지자면, 소주, 삼겹살, 마늘, 된장에 덕용포장 박하사탕 냄새까지 골고루 섞인 악취를 내뿜는 육척 거구 회사원 아저씨의 품에 안겨 가는 게 훨씬 편안하다. 단지 지하철을 타고 간다는 이유만으로 왜 멀쩡한 사람이 추행범 비슷한 존재가 되거나 그런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이것은 불공평하다. 멀쩡하지 않은 넘들도 있겠지만, 멀쩡한 넘들이 더 많다. 멀쩡한 넘들에게는 만원 지하철의 여성은 매우 불편하다. 여성이 불편하다기보다, 그 여성들로 인해 내가 받게 될지도 모를 괜한 눈초리를 미리 걱정하자니 그게 무척 불편하다.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하여 처벌 받거나 위축된다는 것은, 마치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피부색 때문에 모멸 당하고 죄의식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공정한 것 아닌가. 3. 남성 전용칸을 만들면 나 같은 사람은 그리 들어갈 수 있을 게다. 그러나 악의없이 보통칸을 타게 된 수많은 선량남들은 뭐냐. 차를 타는 순간, 졸지에 호시탐탐 추행의 기회만 노리는 잠재적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어머, 어머. 왜 여기 들어와? 얼른 남성 전용칸으로 가요!" 4. 여성 전용칸이 생긴다고 한다. 마찬가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 지하철의 구조상, 여성이 모두 여성 전용칸에 탈 수는 없다. 달랑 한두 칸 만들어 놓고 여성을 모두 몰아 넣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전용칸이 있는데도 구조상, 상황상 거기 타지 않은 여성이 받을 불이익의 가능성은 괜찮으려나. 여성이 여성칸에 집중적으로 몰려 타지 않는 한, 여성칸 때문에 다른 칸의 혼잡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여성칸 때문에 다른 칸에 탄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되며, 여기에는 여성칸에 타지 않은 여성도 포함된다. 이 여성들은 더 많은 남성과의 접촉을 각오해야 하며, 성추행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결국 여성칸은 일부 여성을 보호하면서 대다수 여성을 희생시킨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여성들이 모두 여성칸으로 몰린다면, 여성칸의 혼잡도는 기존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으로부터의 성추행 가능성을 피할 수 있지만, 결국 모두 피해자가 된다. 이런 상황을 놓고 공무원 오씨는 "호응이 좋아 확대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라고 중간 결론을 내릴지 모른다. 5.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여성 전용칸을 만드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그보다는 남녀칠세부동차, 아예 지하철 전체에서 남녀를 근본적으로 구분하는 수밖에 없다. 객차 전량을 전면 재구획하는 것이다. 지하철 10량을 쪼개어, 앞 네 칸은 여성 전용칸, 뒤 네 칸은 남성 전용칸, 중간 두 칸은 부부연인썅썅바칸으로 만드는 것이다. 혹은 지하철 이용자의 성별 분포를 조사한 뒤, 그에 맞게 쪼갤 수도 있다. 자, 지하철의 목욕탕화, 공중화장실화가 멀지 않았다. 장담하건대, 해외 토픽감으로 전세계에 타전될 것이고, 한국 남성 전체는 국제 공인 성추행범의 영예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뉴욕의 유엔 빌딩에서는 반총장의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하자는 내부 회람이 돌지도 모른다. 6. 여성 전용칸 정책을 시행하게 된 문제의식은 잘 이해가 된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하면 부작용이 생길 게 뻔하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예전에 하던 여성 전용칸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제대로 하려면 시민의식에 호소 이 따위 소리 하지 말고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물론 온갖 논란과 위헌 소송에 휘말릴 각오는 해야 한다. 7. 물론 더 근본적인 대책은 지하철 혼잡도를 줄이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다. 배차 간격을 줄이고, 성추행으로 걸린 놈은 다시는 꿈도 못 꾸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폭력을 하든 성추행을 하든 솜방망이 처벌하면서, 쥐새끼 우리 구획하듯 이렇게 저렇게 나누고 몰아서 해결해보자고 하는 것은 어이없다. 8. 여성칸에는 분홍색 의자를 두고 거울을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멀쩡한 의자를 갈거나 덧씌워야 할테니 예산이 펑펑 남아도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편견은 이렇게도 작용하는가 보다. 9. 사실 지하철 승객 중에는 여성 일반만큼, 혹은 여성 일반보다 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 전용칸을 만들려면 노약자 전용칸, 장애자 전용칸, 키 160cm 이하 전용칸, 몸무게 100kg 이상 전용칸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다 만들고 나면 일반 남성은 어딜 타나? 그냥 걸어다니슈. 그 지독한 혹한기 행군, 유격 행군, 야간 산악 행군도 다 했잖아. 10. 여성 전용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이라고 생각된다. 여성 인권을 위해 뭔가 한 건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딱이다. 분홍색 의자가 달린 여성 전용칸. 생색 내기에는 기막히지 않은가. 죽어도 표절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패러디' 한 원본(일본 전철)보다도 뽀대도 나고 말야. 안에서 뭔 일이 벌어지든 말든. 그런 점에서, 이런 발상의 문제점은 일단 한번 해놓고 보자는 것이다. 시범실시든 뭐든 충분히 따져보고 의견 들어보고 저울질해서 할까말까를 판단해야 할텐데, 일단 함 해보고 잘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만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예전에 시행한 여성 전용칸, 틀림없이 공치사한 넘들도 많을 것이고 예산도 꽤 들어갔을텐데, 흐지부지되고 나서 그에 대해 책임진 사람 있었다는 소리 들어보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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