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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국민에게 묻지 않는 것일까.
국론을 쪼개며 나라를 온통 뒤흔드는 굵직한 이슈들. 이라크 파병, FTA, 그리고 이제 대운하. 왜 국민의 뜻을 묻고 그 뜻에 따라 빨리 마무리하지 못하고 국가를 쪼개고 나눠 소모적 논쟁만 하게 하거나 아니면 많은 국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그냥 끌고 가버리는 것일까. 국민의 선택이란 그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형식만으로도 위대한 것이어서, 예컨대, 천하에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인간이라도 국민이 선택하면 아무도 찍소리 못하는 당위성이 있잖아. 국민의 선택이란 그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형식만으로도 위대한 것이어서, 예컨대, 밖에서 강요하고 압박하는 일이라도 국민이 선택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이 되잖아. 아무리 어찌됐던 민주주의란 그 어린 그런 거 알면서 민주주의 하기로 해놓고 그 어린 선거 때면 늘 이렇게 이야기하지. 그렇게 말해놓고도, 국민을, 국민의 뜻을 섬기는 것은 둘째치고 왜 국민의 뜻을 묻지조차 않는 것일까. 뜻이 뭔지 알아야 섬기든말든 할 거 아냐. 국민의 뜻을 알면 하는 수 없이 따라야 하므로 애초에 묻지 않아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안 묻는 것은 안 섬기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지. 그 말은 결국 국민을 믿지 않는다는 것일까. 국민이란, 밀면 밀리고 끌면 끌리는 대상일 뿐이라는 것일까. 믿지 않는데 섬기는 일이 어찌 가능할까. 우매한 국민이 뭘 알겠습니까 우매한 국민이 뭘 알것슈 우매한 국민이 뭐를 알겠노 우매한 국민이 뭐슬 알것소 하긴 우매하다고 업신여김 받아도 할 말도 없다만은. 대한민국 국민이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의 뜻을 찬반으로 직접 표현할 수 있는 국민투표는 다음 두 가지 경우에 벌어질 수 있다. 1) 헌법 개정 때: 헌법 제130조 2항 -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2) 대통령이 특정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때: 헌법 제72조 -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sic] 수 있다. 개헌이 아니라 대운하, 이라크 파병 같은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헌법 제72조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이런 형태의 국민투표를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대통령뿐이다. 결국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이며, 한국 국민은 대통령이 허락해 주어야 간신히 국민투표라는 권리를 누려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유일한 제안권자라는 것은, 국민투표가 대통령 개인에 의해 자의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특정 중요 정책에 대해 자기 의견을 갖고 있고(예컨대 찬성), 국민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국가를 쪼갤 중요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을 것이다. 거꾸로,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싶고, 국민 상당수가 그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면 국민투표에 부쳐 정당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투표란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그 주체로 볼 때, '국민투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대통령투표'인 것이다. 왜 국민투표가 이렇게 유명무실한가. 그 한 원인은 한국의 정치 체계가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의제란, 국민의 뜻을 국회의원과 같은 대표자가 대신 받들어 구현해준다는 것이다. 국민이 나서지 않아도, 그 대표자들인 국회의원이 다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제도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중에,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것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아마 한국에 있는 조직과 집단 중에서 가장 많이 욕 먹고 멸시당하는 것이 이른바 국회의원이 아닐까. 국민의 뜻보다는 정략과 이권 싸움, 정권 투쟁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인다는 통쾌하지만 덜 현실적인 주장이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가. 자기 대표를 스스로 내쳐야 하는 사람들의 절망이 엿보인다. 결국 지금 하는 꼬라지로 봐서는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은 멱살잡고 주먹질하며 싸우고 헛소리하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타가는 정치인과는 달리,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바쁘다. 따라서 이런저런 중요한 일에 모두 참여할 수가 없다. 그렇더라도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는 뜻을 표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만 맡겨 놓았다가는 나라가 풍비박산이 나도 손 쓸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할 수가 없다. 국민투표는 대통령만이 부칠 수 있다. 국민 전원이 서명을 해도 대통령이 결정하지 않으면 국민투표가 벌어질 수 없다. 미국 거 좋아하면서, 왜 이런 건 쏙 빼놓고 따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헌법이 불합리하면 그것부터 바꾸면 되지 않을까? 불행히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이런 헌법을 직접 바꿀 수 있는 길도 없다. 헌법을 고치자고 발의할 수 있는 사람은 또다시 대통령과 국회의원 뿐이다. 원래부터 그런거 아닌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국민이 뜻을 모아 헌법 고치자고 발의할 수도 있었고 특정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하자고 의견을 낼 수도 있었다. 박정희 때 없앴다. 지난 달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법률'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친일파의 후손인 한 법사위원의 반대로 인해 법안은 누더기로 변했다. 또 청송보호감호소의 피감호자들이 여섯 차례나 단식농성을 하면서 법률의 폐기를 요구하였고, 여야가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법안까지 제출한 '사회보호법폐지법률안'은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불복종운동의 주대상이 되고 있는 집시법의 개악 과정에서 국회는 그 흔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은 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개악안을 137명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파병 동의안이나 한-칠레 FTA 비준안도 여야의 합작으로 가결되었다.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들은 국회에서 국민들의 이익이나 요구는 무시한 채 자신들만의 법률을 만들고, 이를 국민에게 지킬 것을 강요한다. 바야흐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규정은 헌신짝처럼 던져지고, 국민은 무기력한 통치의 대상일 뿐이다. 국민들은 국회밖에 모여 허탈하게 집회나 하고 소주잔이나 기울이면서 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 국민발의제가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발의제가 도입되어 법안 제정을 요구하고, 통과된 법안이나 정책도 국민투표에 붙여져 결정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국민발의제에서는 입법할 수 있는 권리를 국회의원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행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1962년 개정헌법에 국민발의를 인정한 바 있다.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의를 인정했던 헌법이 69년 개정되면서 국민발의는 지금까지 잊혀진 권리가 되고 말았다. (박래군, 링크는 hwp 파일) 국민발의제는 제한적이나마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에 명문화됐던 적이 있다. 1972년 7차 헌법 개정 이전까지는 헌법에 국회 외에도 선거권자 50만명 이상의 발의로 헌법개정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주영) 21세기 한국 국민에게 민주주의란 대체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진쪼가리: join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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