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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Rice Cake가 뭔지 아시겠어요?
이 글과 비슷한 문제의식이지만 방향은 조금 다른 생각이다. 최근에 한국을 갔을 때,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짤막한 영어 표현들이 감초처럼 끼어 있다는 점이었다. 거리의 입간판, 지하철의 광고물,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찌라시, 신문 광고란, 은행이나 병원의 출입문에 찍힌 로고... 어디나 있었다. 영어가 국가 종교처럼 되어버린 나라니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꼽사리 영어들 중 대다수가 말이 되지 않는 콩글리쉬거나 잘못된 표현이라는 점이었다.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홍보 포스터나 플래카드. 투표를 독려하는 이 홍보물들 아래에는 멋들어진 필기체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다. Made 5천만이 다 알듯이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한국산, 한국에서 만든의 뜻이다. 한국산이라는 것과 대통령 선거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대통령 선거 제도가 한국에서 창안한 것인가? 선관위 포스터가 국산이라는 마크인가? 선관위 플래카드의 재질이 중국산이 아니라는 말인가? 선관위가 국산 기구라는 뜻인가? 선관위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자랑인가? 뭔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짐작이 된다. 대통령 선거에서 꼭 투표를 하자, 대선이란 곧 나라를 새로 만드는 일이다, 뭐 대충 이런 뜻을 담으려고 했을 것이다. 게다가 기표 용구의 글자가 사람 인자와 흡사하니, 그 발음을 이용해 메이드 인 코리아! 멋진 아이디어가 아닌가! 그러나 불행히도 저 영어 쪼가리는 이런 뜻을 전혀 담을 수가 없다. 선거 관련 포스터에서 저 표현은 영어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포스터가 제시하는 메세지에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그냥 폼 나라고 쓴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혹은 영어 문자를 이용하여 한국인끼리만 서로 소통하는 기발한 새 기호일지도 모른다. 영어가 국가 종교인 나라의 선관위 포스터에서나 볼 수 있는 유치한 표현이라 하겠다. 2. 텔레비전에서 어떤 회사의 생산 라인 장면이 휙 지나갔다. 그 공장 가운데는 'We only make the best' 라고 씌어 있었다. 이것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짐작이 된다. '우리는 최고만을 만듭니다.' 자기 제품을 자랑스러워하는 당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표현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콩글리쉬라는 점이다. 'We only make the best' 는 '우리는 최고만을 만듭니다'라고 이해될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우리는 최고를 만들기만 합니다 (나머지는 우린 몰라유)'의 뜻이 된다. 만들기만 하고 그 뒤는 책임 안진다는 것인가? 이 회사 제품은 A/S 같은 건 기대도 하지 말라는 뜻인가? 외국 가내수공업계에서도 간혹 이런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그리 흔하지 않다. 말하고자 하는 뜻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그냥 'We make the best' 면 끝이다. best만으로도 최고의 뜻이 되기 때문이다. 뒤에 구체적인 제품 종류가 들어가면 더욱 자연스러워진다. We make the best products, We make the best shoes. 이것은 한국말을 그대로 영역해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영어를 제대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설픈 표현이라도 저렇게 써 놓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세태가 이해가 안된다는 말이다. 작업장 노동자들이 모두 외국인인 것도 아니다. 규모로 봐서 외국인 구매자들이 상주하거나 뻔질나게 찾아오는 작업장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최고만을 만듭니다' 라고, 그들의 제품만큼이나 최고인 한글로 적지 못하는가. 3. LG그룹의 웹 사이트를 열면 브라우저 맨 위에 뜨는 페이지 타이틀이 'LG Always on your side'로 되어 있다. 우리는 역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잘 짐작할 수 있다. 'LG는 당신 곁에 있습니다.'그러나 저런 영어 표현은 'LG는 언제나 당신 편입니다. (그러니 우리를 믿고 적들과 열심히 싸우십시오)'에 더 가까운 뉘앙스를 준다. LG가 방산 제품만을 생산하는 회사거나 용병 수출 회사거나 거액 소송을 전담하는 법무 법인이라면 저 문구는 매우 잘 어울린다. 그게 아니라면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side는 전치사 on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곁에 있습니다'라는 뜻으로 쓰려면 at이나 by를 써야 훨씬 자연스럽다. 역시, 올바른 표현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콩글리쉬를 구석구석 낑겨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가 하는 점이다. 4.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영어 문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며, 관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물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쓰이는 영어 표현 태반이 그 의미조차 불확실한 콩글리쉬라 장담할 수 있다. 왜 잘 맞지도 않는 영어 표현을 굳이 끼어 넣어야 하는가.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메세지에서조차 말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 감초처럼 끼어 있는 짤방급의 콩글리쉬 영어 표현들은 한국인이 시달리고 있는 영어 강박증의 임상적 표현이랄 수 있다. 무언가 영어로 한 마디 써두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고 뒤처지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인의 영어 병, 깊고도 깊다. 그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LG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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