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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하게, 욕 다 들어주는 대통령이라면"
1. 이명박 후보 홍보용 욕쟁이 할머니 광고 뒷이야기다. 강남에서 포장마차 장사하는 분을 허름한 낙원동 국밥집으로 데려와 찍었다고 해서 위장 논란이 일었던 광고다. 그런데, 촬영 장소만 위장이 아니라 할머니의 목소리도 립싱크로 더빙 처리해 썼다고 한다. 입담 좋은 욕쟁이 할머니를 졸지에 붕어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어쩐지 '욕쟁이'라기엔 욕이 좀 약하다 했지. 무명의 최진실이 광고로 등장할 때, 그림은 좋은데 목소리가 안 받쳐주니까 목소리 좋은 성우를 따로 썼다. 많은 사람은 성우 권희덕의 야들야들한 목소리를 최진실 목소리인줄로 여기고 광고를 봤다. 그러니까 이명박 후보 광고는 결국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파는 것과 같은 접근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진실은 목소리가 안 좋아서 그랬다고 치고, 욕쟁이 할머니 대신 왜 성우를 썼나. 전라도 말로 욕을 해야 하는데 할머니가 충청도 사람이라서 그랬단다. 지역 편견의 혐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라도에 어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주장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전라도에 어필하기는커녕 전라도 말로 욕 한 번 오부지게 먹어야 할 광고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2. 이 광고를 만드신 분은 자기 광고에 대해 "가장 욕을 많이 먹는 후보가 이명박 후보였잖아요? 그런데 광고에 넣어 욕설이 오고가게 하면서 속에서 이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또 이미 욕을 해 버렸으니까 할 얘기가 없게 만든 셈이죠. 사실은 교활한 광고이기도 합니다"라고 자화자찬한다. 이명박이 욕 많이 먹고 있으므로, 아예 광고에서 욕을 해버림으로써 대리 만족을 시켰다는 것이다. 에이... 아무리. 이명박 욕 하는 사람이 대리 만족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욕쟁이, 욕쟁이 했지만, 광고에서 실제로 무슨 욕을 했나 볼까? 반말을 했다는 것 빼고 욕이랄 것은 딱 세 마디 뿐이다. 1) 맨날 쓰잘데기없이 싸움박질이나 하고 지랄이여 2) 더 먹어, 이눔아 3) 밥 처먹었으니께 문맥상 1) 은 그 대상이 모호한데, 도입부에 끼어넣은 이 멘트는 기실 이명박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 정치권 전체를 비판하는 톤이다. 따라서 이명박을 씹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은 도저히 대리 만족을 느낄 수가 없는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후보자의 갖가지 비리 의혹과 너절한 철학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모두 고작 '이눔아'와 '처먹었으니께'를 갖고 대리만족하란 말인가? 어이없다. 이명박을 욕하는 사람이 대리 만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욕쟁이 할머니를 동원하면서도 이렇다할 욕이 나오지 않은 것은 욕쟁이 할머니 자체의 컨셉과 관련이 있다. 욕쟁이 할머니는 자식이나 손자 손녀뻘 되는 사람에게 뭔가 나무랄 일을 격의없이 화끈하게 나무라는 컨셉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행동은 부정적이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가 된다. 여기서, 한 세대를 넘는 격차가 중요하다. '기탄없이 꾸짖는 어른'의 컨셉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욕쟁이 할머니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께 "이눔아, 밥이나 처먹어" 한다면 그림이 좀 이상해지지 않겠는가. 이명박은 41년생, 대선 당시 만으로 66세다.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씨는 언론에 67세인 것으로 나왔다. 거의 동년배다. 새파랗게 어린 젊은이도 아니고 자신과 동년배에게 욕지거리를 해대면 명물이 아니라 정신 나간 분이 된다. 욕쟁이 할머니의 소구 포인트와 이명박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말. 어쨌거나 "이눔아" 정도로 이명박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고 이명박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게" 만들었다니, 합리화나 나르시시즘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3. 이렇게 욕쟁이 할머니와 이명박은 기본적으로 잘 맞지 않는 아이템인데도, 이명박의 이미지를 창조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욕쟁이 할머니가 동원됐다. 여기서 이 광고 제작자가 노린 이명박의 이미지란 무엇인가. 그와의 인터뷰로 유추해 볼 때 1) 서민적인 이명박 2) 말은 안하고 듣기만 하는 이명박 3) 겸손한 이명박 등이었던 것 같다. 자, 입은 무겁고 국민의 의견을 묵묵히 귀담아 들으며 겸손하고 서민적인 이명박! 불행히도 이명박은 당선 전이나 당선 후나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은 가벼웠으며, 그 가벼운 입이 열리기만 하면 어이가 없어 어안이 벙벙해질 말만 쏟아냈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많은 국민이 불신했다. '겸손하고 서민적인'은 이명박의 이미지가 아니다. 광고 제작자가 광고를 통해 이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 것은, 그도 인정하듯이 이명박이 이런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데 대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명박은 당선 전이나 후나 별로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이 광고는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장사하려고 한 꼴이 됐다. 냉장고로 말하자면 성에 처리도 되지 않는 냉장고를 '성에 완전 자동 제거!' 라는 카피로 팔아먹는 광고를 만든 셈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치 광고에는 이미지 조작의 유혹이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4. 이 광고가 가짜, 위장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어떻게 말하나. 그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논쟁이 벌어질 것은 예상했지만 그대로 갔다는 것이다"라고 하며, 다른 기사에서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일어날 구설도 미리 예상했다. 논란은 트러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어져 결국 광고 효과를 높이는 발판 역할을 했다"라는 진술이 나온다. 이것은 광고 제작자 자신의 평가이기도 할 것이다. 참 광고하기 편하구나. 광고가 호평을 받으면 상품 이미지를 높였으니 광고 잘한 것이고, 물의를 일으키면 '트러블 마케팅' 한 것이네. 왜, 주목 받지 못하면 '사일런트 마케팅'이라고 하지? 모두 외면하면 '인디펜던드 마케팅'이라고 하지? 곧 잊혀지면 '포가튼 마케팅'이라고 하지? 광고업체, 어디 망할 수가 있겠나. 인기 떨어지면 일부러 스캔들 일으켜서 대중의 관심을 자가 발전하는 연예기획사에서나 써먹을 광고 전략을, 그것도 '이명박, 심상정과 열애중' 같은 드라마틱한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위장 논란을 겪고 있는 후보자 이미지에 치명적인 가짜, 위장 논란 광고를 만들어 놓고, 그게 다 계산된 거란다. 다 트러블 마케팅의 일환이란다. 논란이 되어서 광고 효과를 높이고 성공했다는데, 이런 말은 이 광고가 인지도 꽝인 듣보잡 후보용으로 제작됐다면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후보들은 부정적인 논란을 동원해서라도 일단 존재를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어디 기호 15번 후보였나? 내 생각에 이명박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 광고로 대리 만족을 느끼기는커녕, 광고 조작 논란까지 보고 아예 정나미가 뚝 떨어졌을 듯하다. 그렇잖아도 별별 위장, 조작, 음모 논란에 휩싸여 있는 후보 아닌가. 부패 논란 후보에 위장 논란 광고는 궁합이 잘 맞기는 하지만, 이를 광고 컨셉으로 미리 계산했다니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다. 광고란 무조건 화제만 되게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나, 부정적인 논란이 벌어지더라도 입소문만 나면 무조건 성공이라고 생각하거나, 모로 가든 뒤집어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광고 종사자들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5. 이건 내 생각이지만, 정치 광고를 하는 사람은 일반 상업 광고를 할 때와는 조금 다른 자세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장사인데, 그냥 돈이나 받고 뻔지르르한 결과물이나 만들어 주자고 생각하며 제작할 수도 있다. 문제의 광고를 만든 사람도, 대통령이라는 "최대의 상품 브랜드"를 다뤄봤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선거 홍보를 그렇게 장삿꾼 마인드로만 볼 수가 없다. 냉장고 광고는 광고주한테 돈을 받고 요구대로 만들어 주면 된다. 광고를 보고나서 사고 싶은 사람은 살 것이고 사기 싫은 사람은 안 사면 그만이다. 신나게 광고해 팔아 먹고 난 뒤 나중에 냉장고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리콜하면 된다. 대통령이 어디 그런가. 찍은 사람에게만 대통령이고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대통령이 아닌가. 싫어도 다수가 찍으면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 투표함 쪼개 헤아리고 취임하고 나면 벽에 X칠을 해도 대통령이다. 이게 우리가 합의한 민주주의 시스템의 구속력이다. 따라서 선거 홍보물이나 정치 광고는 일반 광고와는 달리 좀더 엄격하고 정직하게 제작되어야 한다. 광고의 여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품 하나 파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정치 광고도 어차피 광고주가 있을테니 그 구속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적어도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나서 논란이 되었다고 좋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6.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의 다음과 같은 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많은 유권자들의 생각 밑바닥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고, 그냥 우리를 즐겁고 재미있고, 속시원하게 해 주는 사람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죠. 말하자면 선거 엔터테인먼트 시대입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인 것은 사실이고, 또 그래야 하지만, 이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신나게 한 판 놀자는 것인가, 어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이 말을 하시는 분 빼고 대체 몇이나 되나. 대선 놓고 부자가 갈라서고 형제가 다투는 마당에. 60몇 퍼센트의 투표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좋은데, 그냥 투표나 한 번 해보자고 선거에 참여한 사람들인가? 기권한 나머지 사람들도 '찍을 넘이 없어' 안 찍은 사람이 허다하지 않은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그저 재미있게 해주는 사람이 좋다면, 앞으로 대통령은 개그맨과 코메디언의 전유물이 될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지 참 어이없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은 5년 뒤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큰 표는 얻지 못해도, 적어도 이 광고를 만든 분이 얼른 달려와서 기막힌 이미지 광고 한 편 만들어 줄 것이다. 7. "운동권 출신"이란다. 기자가 20년 전 당사자의 대학 생활까지 취재했을 리는 없으므로 본인측에서 스스로 발설한 이야기겠지. 제발 이런 말씀 좀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남에게 욕 안먹고 훼절 안하고 제 뜻 지키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함께 욕 먹는다. 8. "노사모" 였단다. 기자가 5년 전 노사모 명단까지 조사하며 취재했을 리는 없으므로 이것도 본인측에서 스스로 말한 것이겠지. 아무리 장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제발 이런 말씀도 좀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노무현을 사랑하다가 노무현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러다 이명박으로 붙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나. 제 정신 가진 사람 치고 말이다. 9. 이 제작자 말에 따르면, 광고 영상을 만들면서 스스로와 스탭의 자원과 노동을 투자해 놓고도 이명박 캠프로부터 보수는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한다. 무보수 자원봉사였다는 것이다. 위 기사에서는 광고 성공에 따른 보상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에 대해 그는 다소 뜻밖의 얘기를 했다. “선대위 기간동안 자원봉사자 신분이었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식권 2장’짜리라고 했습니다. 보상은 없습니다. 광고 전문가로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최대의 상품 브랜드(대통령)를 다뤄봤다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라고 했고,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명박 캠프로부터 만족할 만한 보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진 않다”며 크게 웃었다"고 한다. 돈을 (별로) 받지 않고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오로지 자원봉사로 이런 광고 동영상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애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사모'가 있었다면 핵심 간부쯤 되었으리라.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이명박 당선자가 당내 경선을 준비할 무렵부터 광고 홍보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작업을 함께해 왔다. 대선 기간 내내 선보인 ‘국민성공시대’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슬로건과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라는 브랜드 슬로건, ‘합시다, 해냅시다’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모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라고 한다. 이런 사정은, 겉 보기에 멀쩡한 정상인이 노사모에서 이사모로 5년 만에 일약 대변신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진귀한 사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읽으면 "요즘 유권자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고, 그냥 우리를 즐겁고 재미있고, 속시원하게 해 주는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재기발랄한 인식이 좀 이해될 것도 같다. 10. 이 글의 소재가 된 분은 이런 글을 보고서도 기뻐하실 것임에 틀림없다. 본인에 대한 '트러블 마케팅' 약발이 잘 먹히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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