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에 쓸 다이어리를 사는 것으로 한 해를 마감하던 때가 있었다. 한 해 동안 쓰던 일지에는 분주한 일상과 새로 만난 사람들의 연락처와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 자잘한 희망들이 적혀 있었다. 이것은 이제 역사가 되어 서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대신 새 다이어리가 한 해를 기다린다.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사면 기분이 퍽 좋아진다. 마치, 새로운 한 해가 이렇게 팬시하고 니트하게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비록 근거없는 느낌이라고 해도, 일 년이라는 시간이 깔끔한 종이로 체화되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즐겁고 상쾌한 느낌임에 틀림없다.
구글 캘린더나 MSN 캘린더 같은 웹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더 자주 쓰는 요즘도 연말 연초면 한 해가 빼곡히 표시된 새해 다이어리 리필을 습관처럼 사게 된다. 사실 웹 위주로 쓰기 때문에 종이에 일정을 적을 일은 거의 없다. 위 그림에 나온 것처럼, 2007년 종이 다이어리도 글 한 자 적히지 않은 상태로 휴지통으로 들어갈 신세다.
그래도 2008년 리필을 또 샀다. 현실적으로 사용가치도, 교환가치도 거의 없는 종이 다이어리지만, 내게는 상징가치가 자못 크다. 어쩌면, 새해 초 남들이 토정비결 보러 가는 것과 꼭같은 마음가짐으로 나는 다이어리를 사러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덧글
사은 2008/01/19 01:35 # 답글
정리와 새출발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손글씨로 정리하는 것을 잘 못해서 다이어리가 한없이 지저분해지는게 부끄러운데도, 그만 매년 무언가 일기장이든 다이어리든 적게 되고 맙니다. :)들풀님의 08년 다이어리는 어찌 될는지 궁금합니다. ^^
구경꾼 2008/01/19 02:30 # 삭제 답글
다이어리를 사야하는데... 아직도 저는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가 없어 장만을 못하고 있지요.우선 속지를 담아야 하는 표지부터 아직 찾지를 못했답니다. 괜찮은 거 없을까요?...
우유차 2008/01/19 09:19 # 답글
노트와 다이어리, 그리고 예쁜 색깔의 사각사각 느낌 좋은 펜은 '쓰지 않으면 낭비인 것을 알면서도' 절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참새방앗간이더랍니다. 얼마 전에 Rhodia 12 사이즈 수첩을 산 터라 이 글 읽고는 마음 한 구석이 잠시 따끔했습니다. ^^;;시노조스 2008/01/19 14:20 # 답글
하루에 컴퓨터 앞에서 10시간 넘게 있는 것 같은 저도. 구글 캘린더를 쓰고 있음에도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 좀 써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일단 목표를 1.구글 캘린더와 싱크시킨다. 2.낭비하고 낙서한다. 로 잡았습니다. 올해는 뭔가 써야죠!deulpul 2008/01/19 19:58 # 답글
사은: 수첩이나 다이어리는 지저분해져야 행복해 할 듯 싶습니다. 한 사람의 일 년 삶에 자신이 그만큼 열심히 봉사했다는 뜻이 될테니까요. 저는 또 깨끗한 백지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구경꾼: 웹 캘린더는 어떨까요? 인터넷에 쉽게, 자주 접근하실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휴대용으로 작은 수첩 하나쯤은 있어야겠지만요.
우유차: 문자 페티쉬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죠. 공책, 필기구 같은 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 또다른 사용가치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군요.
시노조스: 꼭 해야 한다면 좀 하기 싫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냥 자연스레 쓰게 되는 편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모양이 되긴 했지만... 그런데 정말, 아무리 WiFi 기기가 발달해도 수첩이나 다이어리만의 매력을 완전히 대치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경꾼 2008/01/19 23:06 # 삭제 답글
웹캘린더... 한번 해볼까요? 우유차님을 뜨끔하게 만든 그놈도 눈여겨보겠습니다.계절병도 아니고 이 무슨 까탈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중구난방인 나를 반영한듯 싶어 사실 부끄럽기도 합니다.
deulpul 2008/01/20 23:02 # 답글
네, 꽤 유용합니다. 역시 손에 딱 붙여 들고 다니기는 좀 어렵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