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장
이 블로그의 글들 VI 이 블로그의 글들 V 이 블로그의 글들 IV 이 블로그의 글들 III 이 블로그의 글들 II 이 블로그의 글들 I ※ 예전 글들의 카테고리 분류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테고리
때時 일事 (Issues)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美 나라國 (USA) 갈硏 궁구할究 (Study) 흩을散 글월文 (Prose) 욀諷 찌를刺 (Satire) 짧을短 생각想 (Piece) 낱個 사람人 (Personal) 연결連 이을續 (Series) 섞일雜 끓일湯 (Others) 두二 바퀴輪(MCycle) 최근 등록된 덧글
아직 연애는 하지 않는 ..
by deulpul at 13:37 그런 점도 중요한 원인일 .. by deulpul at 13:34 아, 바로 맞추셨습니다... by deulpul at 13:27 김연아도 연예인에 넣어.. by 검투사 at 13:00 인터넷 주 이용자층에 차.. by MCtheMad at 04:56 최근 등록된 트랙백
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by 민노씨.네 일년이 다 된 글인데 새삼.. by 물리학 흠냐, 울 마눌은 백설공.. by 뒤돌아 보지 않는다, 후.. 검찰과 기자, 국민 세금.. by 자그니의 시크릿 스크립팅.. 전국국어대회 '4대강' 토.. by Green Monkey Blog** 태그
|
응성충(應聲蟲)이라는 벌레가 있다. 사람 몸에 기생하여 사는 기생충 중의 하나다. 사람의 뱃속에서 부화하여 자라며 일생을 보낸다.
다 자라 성충이 된 응성충은 사람의 것과 비슷한 발성기관을 갖게 된다. 응성충은 이 발성기관을 활용하여, 숙주인 사람의 말소리를 그대로 흉내낸다. 응성충 감염증의 대표적 증상은 자신이 한 말이 자기 뱃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이다. 바로 응성충이 사람의 말을 흉내내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응성충, 즉 말을 반복하는 벌레라는 이름은 이 때문에 붙은 것이다. 응성충의 발성기관은 사람의 그것보다 작으므로 응성충의 소리는 주로 가늘고 높아서 마치 어린아이의 목소리와 비슷하다. 벌레가 자람에 따라 응성충의 소리도 점점 커지는데, 발성하기 시작한 지 두어 해가 되면 그 성량이 숙주인 사람의 소리에 버금가게 된다. 신체와 관련하여 특별한 해를 끼치지는 않으나, 매양 사람의 말을 따라하므로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치료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전염되는 것은 일반 기생충과 똑같다. 응성충은 어떻게 잡을까. 이 벌레에게는 딱히 정해진 처방이 없는데, 벌레 개개의 특성에 따라 제각기 다른 약이 듣기 때문이다. 유일한 처방은 약 이름이 잔뜩 적힌 의약서를 소리내어 읽는 것이다. 가나다 순서로 하나씩 읽어내려 가면 응성충도 약 이름을 따라 부르게 된다. 이렇게 죽죽 읽어내려 가노라면, 갑자기 응성충이 소리를 딱 멈추고 따라하지 않는 약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약이 응성충을 잡는 약이다. 이 약을 처방대로 조제해 이틀 복용하면 응성충의 소리는 눈에 띄게 약해지고, 열흘이면 성충과 그 알까지 모두 구제된다. 어이없는 숙주도 한심하지만, 그 품 안에서 똬리를 틀고 기생하면서 숙주의 어이없는 소리를 신나게 재탕 삼탕 확대 재생산하는 기생충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다. 바야흐로 응성충 만연 시대다. 응성충들은 오로지 숙주의 말만을 거듭해 반복하며 한 뼘 뱃속에서의 안온한 기생을 도모할 뿐, 그 밖의 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기생충들의 진면목을 보려면, 이들이 무슨 말을 하지 않는지 잘 살피면 될 듯 하다. 응성충들이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하거나 희석하거나 회피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바로 응성충들이 두려워하는 약이다. <돈재한람(遯齋閑覽)>에는, "회서(淮西)의 선비 양면(楊勔)이 중년(中年)에 이상한 병에 걸렸다. 매양 소리를 내어서 말을 주고받으면 배 안에서 문득 소리가 있어 따라 하더니 두어 해 동안에 그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었다. 한 도사(道士)가 이르기를 '이것은 응성충(應聲蟲)이다. 오래도록 치료하지 않으면 처자(妻子)에게 전염(傳染)된다.《본초(本草)》를 읽는 것이 마땅한데, 충이 소리에 응하지 않는 대목을 만나거든 그 방문대로 먹도록 하라.' 하였다.《본초》를 읽어 내려가다가 뇌환(雷丸)에 이르니 충의 소리가 없으므로 그 약을 두어 날 먹었더니 드디어 나았다" 하였다. (이덕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제52권 이목구심서 5(耳目口心書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