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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그런 사람들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광우병 정국에 홀연히 나타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단의 사람이 있다. 이른바 미국 한인회장들이다. 광우병 논란이 이는 자리에 은근슬쩍 등장한 이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이 한 말을 금과옥조이기라도 한 양,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현 정부가 오죽 급하면 이런 자들까지 끌어다가 궁색한 입맞추기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사람 쓸려면 좀 제대로 된 인간들을 써야지 이런 선동꾼들이나 불러다가 말을 맞추는 것은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것임을 좀 깨달았으면 싶다. 이 재미 선동꾼들의 대표격인 남문기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 그는 "6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설명회에 참석, "250만명의 재미동포는 105년간 쇠고기를 먹었지만 아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0년 미국 인구센서스(pdf)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은 혼혈을 포함하여 123만 정도다. 한국넘들은 센서스 같은 거 참여 잘 안하므로,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다. 위키에는 2000년 기준으로 대략 140만 정도, 위키가 인용한 미국 센서스국의 2006년 자료로는 152만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에 서식하는 한국계 인구가 실제로 얼마인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 외교통상부는 2001년 재미교포 수를 210만 명으로 집계했으며, 미국 현지에서는 불법 이민자와 이민 2, 3세까지 포함해 200만 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재미교포 수를 200만이라고 잡아도, 불과 7년 사이에 한국계 이민 인구가 25%나 급증하지 않았다면 '250만 재미동포'는 엄청난 과장이요 선동이다. 이 사람은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는 어이없게도 교민을 무려 300만이라고 부풀리기도 했다. "300만 교포가 외교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과장이나 선동이 체질화된 사람이 아닌가 의심된다. '재미동포 괴담'을 유포한 죄로 사법 처벌을 검토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105년'과 광우병의 관계는? 250만 명이라고 쳐 주자. 250만 명이 쇠고기 먹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재미교포는 생후 2개월 갓난아이도 꼬리곰탕 훌훌 떠 먹고 백일 지난 코흘리개도 스테이크 썰어 먹는 모양이다. 베지테리언이 하나도 없다고 쳐도 말이다. 또 각종 유기농 식품점에서 비싼 쇠고기 골라 사 먹는 교포는 하나도 없다고 쳐도 말이다. 105년간 먹었어도 끄덕없단다. 매우 감동적이고도 단순 명쾌한 진술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소 광우병이 등장한 것은 80년대 중반, 인간 광우병이 등장한 것은 1996년이다. 미국에서 첫 vCJD가 진단된 것은 2002년이다. 말하나마나지만, '105년간 쇠고기를 먹은 것'은 광우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저 화려한 레토릭이며 안전 마케팅을 위한 선동적인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또 "미국 전역에 설렁탕가게만 2000여개가 넘고 LA갈비집도 엄청나게 많다"라고 한다. 한인회장들이 왜 자기가 스스로 등진 한국을 갑자기 다시 찾아와 얼굴을 내밀며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들이 어떤 이익을 염두에 두고 처신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재미 한인들 중에 한우 도축해서 파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전 한인회장 중에서 직접 고깃집을 하는 사람은 있다. 그는 또 "지난해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이 나자 미국인들은 한국인을 무시하거나 괄시하지 않고 오히려 분향소를 찾아가 '승희야 너를 죽인 건 우리다. 너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라면서 조화를 바쳤다"라고 한다. 갑자기 이게 뭔 말인가? 조승희 사건이 광우병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비슷한 구조의 일말이라도 있단 말인가? 한국계 미국인의 총기 난사 사건을 접한 다른 미국인이 자기네 사회의 통합성에 대해 반성한다는 것이 미국의 경제 논리에 밀려 한국이 검역권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게 된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인가? 혼자서 감읍하고 고마워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맥락이 닿는 말인지 아닌지는 좀 알고 말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같은 사람의 안전 마케팅 퍼포먼스를 다룬 다른 기사에서는 이 사람이 "105년째 250만명의 재미동포들이 미국에서 아침점심저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문제 없이 먹고 있다"라고 한다. 이렇게 아침점심저녁, 월화수목금금금 잘 먹고 계시면서, 미국 살면서 쇠고기 못 먹어 피골이 상접하는 것처럼 말하는 교포들은 위선인지 가식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교포 홈리스도 생각보다 꽤 많은 모양이다. 한편 이 분은 맨 처음 인용 기사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쇠고기 논쟁을 보다 못해 급히 한국을 찾았다"고 하고, 다음 인용 기사에서는 송도신도시 투자관련 사업차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니,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에서 불투명한 점이 있다. 한국 비자는 이미 내줬더라도 출입국 당국이 철저히 감시 주목해야 할 요주의 인물이 아닌가 싶다. 인간 광우병 199명이라도 안전? 또다른 선동가 황원균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은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감염됐다면 오랫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 온 한인들에게 벌써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정부의 강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이 말은, 그러나 미국에서 한국계 인구가 얼마나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쏙 빼고 하는 말이다. 미국 인구는 2008년 추정치가 약 3억 명이다. 그러니까 공식 자료로만 보면 미국 인구 중 한인은 0.5%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확인된 인간 광우병 희생자는 3명이다. 위험도가 같다고 볼 때, 인구 비율을 고려하면 인간 광우병에 걸려야 할 한인은 3 x 0.005 = 0.015명이다. 거꾸로 말해, 한인 중 한 명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는 말은 미국 전체에서 200명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한인 중 한 명도 인간 광우병 걸려 죽은 사람 없으니 안전하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미국 전체에서 199명(<200명)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죽어도 안전하다"는 강변이나 똑같다. (한국인의 유전적 감수성을 고려하여 두 배, 세 배 더 쉽게 걸린다고 가정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가 "광우병 잠복 기간이 10~40년이라는데 24년 전 미국으로 이민온 저나 미국에 온 지 34년 되는 아내, 미국에서 난 14세인 딸 모두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숱하게 먹어왔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다"라고 말했더라도, 이런 개인적 일화나 에피소드가 실제로 말해주는 것은, 그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도 논란이 이는 마당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미국 시민으로 살고 있는 한인회장들의 얄팍한 경험담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고국의 '괴담'을 걱정하시는 우국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잘못하면 괴담을 유포하는 선동으로 오해받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자중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정치는 미국에서나 하시고 한국 일은 한국인들이 알아서 걱정하게 좀 내버려 두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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