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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경적 시위' 참가자도 사법 처리
경찰은 차량을 몰고 촛불 거리시위대를 따라 다니며 경적을 울린 21명의 신원을 확인해 모두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편, ![]() 윗 사진은 시카고 시내 한복판의 정경이다.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미시건 애비뉴, 시카고 미술관 바로 앞 횡단보도다. 횡단보도 중간에 한 아저씨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팻말에는 "탄핵을 위해서 경적을 울려주세요"라고 써 있다. 물론 그가 말하는 탄핵 대상자는 부시 대통령이다. 부시의 탄핵에 동의하면 경적을 울려 지지를 표시해 달라는 일종의 시위다. 이 거리는 평상시에도 사람과 차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 사진을 찍을 때는 마침 토요일 오후라서 더욱 번잡했다. 나는 저 사자상 앞에 잠시 서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 지켜보았다. 과연 운전자들이 호응해 줬을까? 사실 지켜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신호를 기다려 횡단보도를 건너서 사자상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 거리에서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던 것이다. 횡단보도 앞에 서거나, 혹은 지나치는 차량 중 수많은 차량이 경적을 울렸다. 경적도 다양하게 나왔다. "빠아아아앙-" 하는 고함형에서부터 "빵! 빵! 빵! 빵!" 하는 단발형, "빵빵빵! 빵빵빵!" 하며 박자를 맞추는 리듬형까지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사자상 앞에 서 있는 동안에도 경적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내가 이 거리에 서 있을 때 우연히도 부시를 싫어하는 운전자들이 집중적으로 지나갔을 확률은 비교적 적다. 따라서, 내가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미시건 애비뉴는 차량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보아야 정당할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부시 탄핵을 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점이 아니었다. 그거야 새삼스러울 일도 없다. 놀라운 것은 팻말을 든 아저씨나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들이나, 간혹 길을 건너며 팻말 아저씨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보행자 모두 즐겁고 신나는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들 누구도 '경찰에 신원을 확인 당해 사법 처리될' 우려 같은 것은 손끝만큼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왜? 이들은 자기 의사를 정당하게 표현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저 팻말 아저씨 바로 옆에는 경찰 두 명이 있었다. 길이 번잡하고 교통량이 많았으므로 차량 소통을 돕기 위해 나온 교통 경찰이었다. 이들도 팻말 아저씨와 운전자들의 의사 표현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팻말 아저씨를 위협하거나 연행하는 경찰도 없었으며,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를 쫓아가며 '채증'하는 경찰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시민의 발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수행해야 할 임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자주 벌어진다.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 팻말을 들고 서서, 경적 울리기를 촉구하는 시위 형태는 흔하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저지한다거나 경적을 울린 차 번호판을 적는다거나 하는 일은 한번도 듣도보도 못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신선해 보이는 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의 조국 한국 때문이다. 지난 6월, 광화문에서 본 촛불 시위대의 모습은 신선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들은 정당한 의사를 즐거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스스로 배웠다. 그러나 정권과 그 하수인들은 온갖 전근대적이고 유치하고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을 총동원해 시민의 의사를 가로막는다. 경적을 울린 시민을 사법 처리한다고 해봤자 얼마나 큰 죄를 걸 수 있으랴. 이런 조처는 다분히 시민을 위협해 의사 표현을 막으려는 삿된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밖에 없다. 시민은 21세기형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정권은 시민이 끌어다 놓은 자리를 지키지도 못하고 50년 전, 100년 전으로 후퇴한다. 고작 200살 밖에 안된 애송이 나라에서도 저런데 말이다. [덧붙임] 혹시, 시위의 양상이 다르니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거나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붙이는 사족. 우선 경찰의 방침을 보도한 기사를 보자. 경찰에 따르면 마티즈 승용차주 박모(29.여)씨 등 21명은 7월 19일 오후 9시부터 20일 오전 4시까지 이어진 거리시위에서 차량에 `촛불 ○○○ 연합', `독재타도' 등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붙이고 종로 1∼3가와 남대문∼사직터널 구간 등지에서 시위대의 뒤를 따르며 일제히 경적을 울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차량의 소유주들이 실제로 거리시위에 참여했는지 여부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그간 현장에서 채증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번호판을 판독해왔으며 차적조회에서 나온 기록 등을 관할 경찰서로 넘겼다.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1) 플래카드를 붙이고 시위대를 따르며 차량을 운전하는 도중 경적을 울린 것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며, 2) 차량 소유주들이 실제로 (도보로) 거리 시위에 참여하다 재수없게 찍힌 채증 기록이 있으면 그것까지 함께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2)번은 법 적용의 형평성 같은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어쨌든 미국 사례와 관련 없으므로 제외하고, 1)번은 차량 경적 시위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핵심으로, 비교적 같은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이상 끝. 좀더 덧붙이자면, 단순히 시위대를 따르며 경적을 울린 것은 정당한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 어이없게도 처벌을 전제로 이를 불법 채증해 왔으며 실제로도 사법 처리하겠다고 일갈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사법 처리에 적당한 경우는 어떤 상황일까. 만일 해당 자동차들이 차도가 아니라 인도로 올라가 주행하며 경적을 울려댔다면 사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해당 운전자들이, 80년대에 벌어졌던 불행한 사태처럼, 차를 몰고 전경 대열로 돌진하여 전경을 사상케 했다면 사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해당 운전자들이 술을 먹고 시위 군중 한가운데를 돌진하다 사람을 부상케 했다면 사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위의 차량은 이러한 상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해당 차량들이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주장도 어이없다. 교통은 이미 도보 시위 행렬에 의해 '방해된' 상태다. 해당 차량들은 시위 군중에 의해 교통이 방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도 본연의 기능을 되돌리려 노력한 한 공로로 표창을 줘야 할 대상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뭐? "차량에 `촛불 ○○○ 연합', `독재타도' 등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붙이고"라고? 그게 뭐 어쨌다고? 내 차에 내가 붙이는데 뭐 잘못인가? 굳이 단속하려면 불법 부착물로 2만원짜리 범칙금 딱지 하나 끊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어이없지만. 차 뒷면을 온갖 스티커와 구호로 도배하고도 잘 다니는 우리 앞집 차를 조만간 꼭 보여드리겠다. 상황이 이럴진대, 모여서 한다는 이야기가 사법 처리한다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들으시는 어떤 분은 즐거워하실지 몰라도 국민이 보기에는, 난데없는 출국 정지와 마찬가지로, 정권 하수인들이 머리를 굴려 짜낸 대국민 협박용 잔꾀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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