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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게임, 성적향상에 효과 있다
우왕ㅋ굿ㅋ. 즐. 일단 기사의 제목에 오해의 여지가 좀 있다. 기사에서 서술하는 연구는 컴퓨터 게임의 일반적 학습 효용을 증명한 실험이 아니라, 학습용이라 할 수 있는 두뇌 훈련 놀이를 컴퓨터(정확히는 닌텐도 DS)를 통해 수행했을 때의 효과를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을 제대로 하려면 "두뇌 훈련 컴퓨터 게임, 수학 성적 향상에 효과" 정도가 된다. 와우, 스타, 리니지, 마비노기 같은 컴퓨터 게임 일반이 아니라 학습용 특정 게임(독립변수)이, 일반적 성적 향상이 아니라 게임과 관련 있을지도 모를 수학 성적 향상(종속변수)에 효과가 있었다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BBC의 원문 기사에서는 "컴퓨터 게임이 수학 성적을 올리다(Computer game boosts maths scores)"라고 좀더 한정된 제목이 달려 있다. 한국 기사는 본문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밝히지 않아서, 게임을 열심히 하면 과목에 상관없이 보편적 학습 능력이 저절로 오르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환상을 잠시 심어주었다. BBC 기사와 Learning and Teaching Scotland의 원래 보도자료에는 실험에 종속변수로 쓰인 항목이 '수학 점수'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재미있는 실험이므로 좀 살펴보자. 이번에 발표한 실험은 작년에 시행한 소규모 실험의 결과를 좀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해 보고자 하여 확대한 것이다. 작년 실험부터 살펴보자. 2007년 10월에 발표한 실험 대상: 한 초등학교 9~10살 학생들. 방법: 30명은 닌텐도 DS의 가와시마 두뇌 훈련 게임을 매일 수업 전에 15분씩 사용, 30명은 두뇌 체조(뇌 활동 촉진을 위한 체조)를 일주일에 3~4일씩 시행, 숫자 불상의 통제 그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 실험 전에 수학 시험을 보고, 10주 후에 다시 시험을 봄. 결과: 세 그룹 모두 점수가 올랐지만, 닌텐도 그룹에서 가장 큰 향상(평균 76점->86점). 25점에서 68점으로 뛴 놈도 있음. 30명 모두 65점 이상. 문제 푸는 시간도 빨라짐. 다른 두 그룹은 평균 점수는 올랐지만 이렇게 모두가 전체적으로 향상되지는 않았으며, 20, 30, 40점대도 여전히 존재했음. 닌텐도 그룹은 교실 안 행동에서 집중도가 높아지고 조용해졌다는 결과도 있음. 어떻게 측정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음. 한계: 실험 수행자도 실험 결과를 확신하기에는 대상 숫자가 너무 적어서, 다시 더 큰 규모로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아래의 올해 실험. 2008년 9월에 발표한 실험 대상: 스코틀랜드 지역 32개 초등학교 600여 명. 방법: 2007년 실험과 거의 유사. 확장판. 실험 그룹은 매일 수업 시작 전에 20분씩 9주 동안 해당 닌텐도 게임을 시킴. 통제 그룹은 '좀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학습. 다시 말해, 그냥 딴 짓 안하고 수업 진행했다는 뜻으로 읽힘. 실험 전과 후에 각각 수학 시험 실시. 결과: 두 그룹 모두 성적 향상됨. 그러나 닌텐도 그룹은 50% 더 향상되는 결과. 문제 푸는 시간도 닌텐도 그룹은 18.5분에서 13.5분으로 3분 단축. 이 단축 정도는 통제 그룹의 두 배 이상(즉 통제 그룹은 1분30초 좀 안되게 단축됨). 원래 공부 못하던 아이일수록 닌텐도의 향상 효과가 큼. 해당 게임을 집에 갖고 있는가의 여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 1. 보시다시피 올해 실험은 작년의 확장판이다. 그러나 솔직히 작년의 파일럿 실험만큼 인상적이지는 않다. 우선 결과가 좀 심심하다. 기사와 보도자료에 따르면, 닌텐도 그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룹(통제 그룹)보다 50% 더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상당히 큰 차이인 것 같다. 그러나 그 내용은? 통제 그룹의 성적 상승분이 100%라면 닌텐도 그룹은 150% 상승했다는 말이다. 자료에 따르면 닌텐도 그룹의 성적은 78점->83점으로 5점 상승했다. 실험의 특성상, 랜더마이징을 잘 하여 출발 성적이 같다면, 전통 방식 그룹은 78점->81.3점 정도라는 말이다. 9주 동안이라는 상당한 기간 동안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친 두 집단의 최종 성적 차이는 100점 만점에 1.7점 차이다. 이 정도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할지는 몰라도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다. 예컨대 10점 단위로 ABC를 주는 학점 시스템이라면 닌텐도를 하든 안하든 모두 B, 좀더 세분화해도 모두 B-를 받는 셈이다. 2. 실험 결과에 따르면, 결석과 지각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닌텐도 학생들은 대인 관계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책임감도 늘었으며 학교에 대한 태도도 비록 미약하나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이루었다고 한다. 가와시마 박사는 완전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낸 것일까. 이들 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었는지는 제대로 밝혀 있지 않아서 모르겠다. '자술서'에 의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측정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항목들임은 분명하다. 3. 연구 결과에는 해당 게임을 집에 갖고 있는가의 여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기사와 보도자료에서는 각각 "pointing to the relevance of using it within an educational context", "this type of computer game could improve attainment when used in an educational context" 라고 강조한다. 즉 이 학습용 프로그램은 학교 수업 같은 상황에서 사용되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닌텐도 사주고 교육 게임 프로그램 깔아주고 해봤자, 정식으로 각 잡고 시키기 전에는 별로 소용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문제의 가와시마 두뇌 훈련 게임의 특성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이 게임은 스타나 와우처럼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중독성 게임이 아니라, 학습을 겨냥한 게임이다. 내용도 숫자 놀이, 읽기 테스트, 문제 해결 연습, 기억 퍼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즐거움을 주거나 시간을 보내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게임이 아니라, 학습을 컴퓨터 매체를 통해 하는 것으로 바꿔놓았을 뿐이다. 예상하시다시피 이런 프로그램은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개 게임의 형식만 취하고 있을 뿐, 게임이 진정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결여하고 있기 일쑤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패를 뒤집어 서로 맞는 두 짝을 찾는 게임에 몰두하느라 식음을 전폐한 경우가 있었던가. 아이들은 원래 학습용 게임에 별로 열광하지 않는다. 미국에도 수많은 학습용 컴퓨터 교재들이 있고, 인스톨해 보면 거의 모두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도록 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기울인 눈물나는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요즘 애들이 어디 애들인가. 처음에 대충 이것저것 해 보다가 내팽개치기 일쑤다. 왜 안 그렇겠나.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 차고 넘치는데. 그러니, 가와시마 게임을 집에 갖고 있다는 것이 별로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했다. 있어도 할 리가 없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또 교육적 콘텍스트에서 시켜야 한다는 말도, (좀 과장하자면) 수업 시간에 선생이 몽둥이 들고 서서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할까말까다. 실험에서는 같은 내용의 게임을 매일 20분씩 두 달 넘게 했다는 것이다. 애들이 아마 지겨워 죽으려고 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시키면 미약하게나마 효과가 있기는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4. 가와시마 게임의 내용과 수학 시험 내용의 상관성도 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둘 사이에 긴밀한 상응성이 존재한다면, 실험 결과는 컴퓨터 게임의 효과가 아니라 전과나 수련장을 갖고 공부시킨 뒤 시험을 보고 성적이 오른 것과 같은 효과일 수도 있다. 5. 보도자료에서 연구자는, 선생들이 학교 교육에 테크놀로지를 도입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과학자들은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대개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 영역을 벗어난 부분은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좀 거창한 예이긴 하지만, 핵 분열 핵 융합 발견하는 사람은 원자폭탄 만들어 무기로 쓰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식이랄까. 컴퓨터 게임은 닌텐도든 비디오 게임이든 PC 게임이든, 좋게 쓰면 약이고 나쁘게 쓰면 병이다. 문제는 너무 재미 있어서 좋게 쓰기, 혹은 절제 있게 쓰기가 좀 어렵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성이 있음은 많은 사람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대마초는 그 자체로는 크게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 목적으로 효과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대마를 규제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본격 마약으로 나가는 앵커가 된다는 점이다. 가와시마의 만병통치약이 그러지 말란 법 없다. 개인적으로 학교 교육에 각종 컴퓨터 관련 과정을 도입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좀더 신중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어떤 교수가, 수업 시간에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개판된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열 명이 컴퓨터를 열어 놓으면 그 중 한두 넘은 틀림없이 쓸데없는 거 보고 있는데, 문제는 그 컴퓨터 뒷줄에 앉은 넘들이 모두 선생대신 그 컴퓨터를 보고 앉았다는 것이다. 6. 어쨌든 문제의 닌텐도 연구자는 저 스스로 "놀라운 발견이다"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The results ... have shown how a targeted and managed use of such a game can help to enhance pupil numeracy skill and classroom behavior." 이 진술에는 수많은 한계가 들어 있다. targeted는 특정 학생 그룹에 적용된다는 말이고, managed는 선생이 감독하는 수업 상황이라는 말이고, such a game은 모든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이런 교육용 게임에 한정된다는 말이고, numeracy는 능력 일반이 아니라 숫자 능력에 제한된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으니 양심적인 학자라 할 수 있다. 7. 실험 결과에 의거해, 닌텐도 DS에 가와시마 박사의 두뇌 훈련 게임 하나만 깔고 다른 것은 절대 설치되지 않도록 조정한 뒤에 수업 시간에 보급하고 활용한다면, 산수 능력 향샹에 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영악한 초등학생들은 보나마나 얼마 안 가서 내던지고 말겠지만 말이다. 8. 그래서, 이 연구는 안타깝게도 "컴퓨터 게임을 열심히 하면 학습 능력이 올라간다네!" 라는 낭보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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