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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영삼옹과의 쎄쎄쎄를 앞둔 아빠가 갑자기 죽고 김정일이 권좌에 올랐을 때다. 미국 국무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김정일이 대체 어떤 사람인가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동안 황태자는 외부에 별로 이렇다하게 알려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나름 북한이나 동아시아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미국 정치가 중에서 김정일(Kim Jong Il)을 "김 쫑 투"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았다. 마지막 글자 일의 아이(i)와 엘(l)을 각각 대문자와 소문자로 써 놓으니 마치 '김정 2세'처럼 보인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 뒤를 이어 권좌에 오른 아들이니, 2세로 부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겼을 법하다. 그런데 새라 페일린은 아주 또릿또릿하게 "김 쫑 일"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세 번이나 했다. 페일린이 바이든과 토론하면서 이름을 댄 외국 지도자는 딱 두 명이다. 하나는 이란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고 다른 하나는 김쫑일이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카스트로도 언급했다고 한다. 옆에서 맥주 마시며 뚱땅거리는 밴드 때문에 못 듣고 넘어간 모양.) 아마디네자드는 대충 한번 휘리릭 말하고 넘어갔지만, 김쫑일은 세 번이나 거론했다. (비교적) 젊은 여성이 이렇게 이름을 자주 불러주면 달려가서 꽃이 되고 싶기도 하겠지만, 어떤 맥락에서냐가 중요하다. 페일린은 아직도 외국에는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핵으로 무장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이블(evil)들이 많이 있다며 그 대표로 김쫑일을 든 것이다. 부시의 악의 축이 상기되는 맥락이다. 김정일은 페일린에게 찍힌 것이 틀림없다. 뭣 때문에 찍혔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공화당의 대외 정책을 허겁지겁 빨아들이다보니 그냥 찍게 된 듯하다. 페일린이 부통령이 되면 김정일은 매우 피곤해질 게 틀림없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알래스카에 삼복 더위가 몰려온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김정일은 적어도 11월4일까지는 죽은 듯 지내야 할 것 같다. 공연히 사고 쳤다가 역전 노장 매케인-철부지 페일린에게 빌미라도 주면 다음 4년이 아주 피곤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오늘 토론에서 페일린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될 듯하다: 택스 - 택스 - 택스 - 에너지 - 에너지 - 에너지 - 알래스카 - 알래스카 - 알래스카 - 워킹 피플 - 워킹 피플 - 워킹 피플 - 택스 - 택스 - 택스 - 에너지 - 에너지 - 에너지. 학생회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토론회를 보다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페일린이 카메라를 향해 생글생글 웃으며 두어 번 윙크를 한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미스 유에쒜이 선발대회를 보고 있는 것인가? 힐러리를 대신해 여성표를 결집하겠다는 게 고작 이런 것이었나 모르겠다. 글쎄... 쎅쑤 어필도 득표에는 도움이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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