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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라는 환경운동 단체를 잘 아실 것이다. 이들은 그 조직 규모와 영향력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몸으로 들이미는 강력한 캠페인 방식으로 유명하다. 유독 물질을 내뿜는 발전소 굴뚝에 올라가 굴뚝을 파괴하기도 하고 거대한 포경선 앞을 고무 보트로 가로막는 목숨을 건 시위도 한다. 맞고 다치고 끌려가는 것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에게는 일상이다.
이런 과격한 행동 방식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말로 해서는 안 듣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면 듣나? 역시 잘 안 듣는다. 그러나, 당사자는 안 듣더라도 다른 많은 사람이 듣는다. 항구에서 피켓 들고 서 있으면 기자 하나 찾아오지 않지만, 고무 보트를 타고 포경선과 고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떠 있으면 국제 뉴스가 된다. 문제를 널리 알리려면 자극적인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 문제에 대한 주의를 극적이고도 효과적으로 환기하자는 것이 몸으로 하는 그린피스 운동의 의도다. 따라서, 이미 널리 알려진 환경 의제에 대해 그린피스가 온몸으로 위험한 캠페인을 벌이고 나서는 일은 드물다. 새로운 환경 문제가 산처럼 쌓인 마당에, 그것은 소모적이고 비효과적인 동어 반복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운동의 자원을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가 소유하고 들어 있는 코리아나 호텔 건물에서 한 시민이 조선일보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한탄했다. 아뿔싸. 또 조선일보의 생명력을 한참 늘려줬구나. 지도층이 지지하는 이데올로기 상품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본격적인 안티 운동이 벌어진 지도 벌써 10년을 넘어간다. 조선일보를 안티하기로 한 사람들에,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긍한 사람들이 더해져, 이제 건전한 언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신문에 비판적인 자세를 갖는다. 이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지난 촛불 정국에서 시민들이 보인, 조선일보를 비롯한 편파 보수 신문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은 이를 잘 말해준다. 조선일보는 특이한 상품이고 특이한 집단이다. 조선일보의 특이성은 여론에 개입하는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 이데올로기적 충성 집단이 있다는 점, 사회 주도 세력에게 어필한다는 점 등에서 나온다. 첫째, 조선일보는 상품이다. 상품은 팔려야 한다. 언론이라는 상품이 판매되는 방식은 다른 상품과 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휴지나 껌처럼 돈을 받고 거래되는 방식으로 팔릴 수 있다. 가판, 구독 등이 이 형태다. 뿐만 아니라, 인구에 회자됨으로써 팔리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언론이라는 상품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언론은 그 존재를 각인시키고 확산하게 되며, 돈 대신 영향력이라는 반대 급부를 얻는다. 설령 실제로 팔리는 신문지는 한 장 없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 신문의 기사를 언급한다면 이 신문은 의제를 설정하는 영향력 있는 언론 상품이 되는 것이다. 둘째, 조선일보에 대한 충성 집단이 있다. 쉽게 조빠라고 해보자. 전부는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이 이데올로기상 특정 범주에 속한다. 물론 조선일보 비판 그룹도 비교적 특정한 이데올로기 경향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쉽게 조까라고 해보자. 다시 말해 조선일보는 그 자체가 강한 이데올로기를 지닌 상품으로서, 한국 사회의 이데올로기 지형 안에서 역동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조빠와 조까는 조선일보가 아니더라도 대립할 수밖에 없다. 둘은 탄성 관계이므로, 한쪽이 강하게 밀어부치면 다른 쪽도 강하게 튄다. 여기에 조선일보가 매개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조까가 조선일보를 강하게 까면 깔수록 조빠는 더욱 강하게 빠는 것이다. 셋째, 이렇게 조선일보를 강하게 빠는 집단은 불행히도 다양한 권력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주도 집단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성과도 관련 있고 사회경제적 지위와도 관련이 있지만, 어쨌든 실상은 그렇다. 이들에게 있어 조선일보는 좋은 신문이거나, 아니면 질은 나빠도 우리 편 신문인 것이다. 조까를 할수록 조빠가 되는 아이러니 이와 같은 조선일보의 세 가지 특성을 연결하면 어떤 결과가 되는가. 조선일보에 대해 까면 깔수록 조선일보는 화제가 되면서 언론 상품으로 생명력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위기감에서든 반발력에서든, 강력한 조빠들이 단결해서 조선일보를 더욱 강하게 지지하게 되며, 이런 구도 속에서 조선일보식 세상은 좀더 구체적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까면 깔수록 조선일보에게 득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어이없긴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린피스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이나 핵실험을 하는 정부를 까면 이들은 이들은 곤란에 처하는데, 은밀하게 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다른 점은 이데올로기을 배경으로 한 공개적 존재이기 때문에, 반대를 하면 할수록 그 생명력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백날 까봐라. 조선일보가 논조가 달라지나? 왜곡 행태가 달라지나? 왜곡, 과거 은폐, 외신 짜집기, 편파 보도 따위는 더 이상 예를 들기가 지칠 정도로 지적 숱하게 했는데, 기사 달라진 거 하나 있나? 홍재희씨가 조선 사설 분석 몇 년 했는데, 사설 논조며 내용이며 방향이며 달라진 거 하나 있나? 이런 배짱은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그 힘은 다름 아닌 영향력이며, 그 영향력은 찬사의 대상으로든 비난의 대상으로든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스폿 라이트를 받는 한 쉬지 않고 나오는 것이다. (물론 돈도 그 힘의 원천인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돈이라는 원천을 건드렸을 때 자지러진 모양은 광고주 압력 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신문 재벌'인 조선일보는 돈보다 영향력을 먹고 사는 신문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지는 이제 알 사람은 다 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 씹기는 조선일보가 나쁘다는 것을 아는 사람끼리 서로를 확인하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코리아나 호텔에서 창문 깨고 조선일보 반대 플래카드 걸었다고, 조선일보 구독 끊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뿐만 아니다. 조까하면 하는 순간 조빠가 된다니까. 조선일보 폐간! 뜻은 웅대하지만 대체 어떻게? 시민 사회의 항의를 받고 방씨 일가가 신문을 스스로 폐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국가 권력이 특정 신문을 폐간시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노무현이 시도한 정도가 국가 권력을 뒷심으로 한 최대 대응이라고 할텐데, 부작용이 더 많았다. 촛불 들고 특정 신문 폐간시킬 수 있나? 어렵다. 그럼 윤전기에 모래라도 확 뿌려야 하나?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해내고 실천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하잔 말인가. 그 답을 말할 때가 되었다. 간단하다. 조선일보 망각 운동. 조선일보를 잊으세요. 조선일보는 없다. 조선일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매체다. 조... 뭐라구? 조 무슨 일보? 복덕방 아저씨: 어이, 학생은 조선일보도 못 봤나? 거기 이렇게 이렇게 나와 있단 말이지. 학생: 네? 무슨 일보요? 첨 들어보네... 그런 신문도 있습니까? 지하철에서 공짜로 나눠주나요? 조선일보 기자: 여보세요? 여기 조선일보인데요. 취재원: 네? 어디요? 조... 무슨? 이름이 이상하네요... 노동신문 자매지인가요? 이것이 조선일보에 대한 가장 강력하면서도 치명적인 타격이다. 조빠가 되지 않으면서 조까를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조선일보를 잊는 것이다. 나는 당장 잊고, 아직 잊지 못하는 부모, 친지는 시간을 두고 설득하는 것이다. 신문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은 독자에게 미움 받는 매체가 아니라 독자가 모르는 매체로 전락하는 일이다. 독자가 보지 않고 모르면, 광고주에게 압력 전화 넣지 않아도 광고주가 알아서 떨어져 나간다. ![]() 조선일보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조선닷컴은 스파이웨어 잔뜩 심어두고 접속하면 좌르륵 깔아버리는 사이트로 간주한다. (조선닷컴이 가하는 데미지를 보면 스팸 사이트는 차라리 애교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조선일보 기사는 너무나 천박하고 너무나 악의적이라서 막 씹고 싶은 생각이 물씬물씬 나더라도 절대 끌고와 비판하지 않는다. 아니, 그 전에 보지도 않는다. 안 보니 인용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압축하여 말하면,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조선일보라는 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지금까지 조선일보를 언급하는 일은 극단적으로 꺼려 왔다. 오늘 하루 그냥 몰아서 다 했다. 앞으로도 조선일보란 말이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없는 것이 언급될 수가 없지 않은가. '조선일보 망각 운동'도 잊으시기 바란다. 없는 것을 잊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있는 것이 부정한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생명력이 사회에 존재를 각인하는 것으로부터 나옴을 고려하면, 망각에 가까운 철저한 외면은 조선일보의 생명선을 서서히 고사시키는 치명적인 저항 운동이 된다. 그 효과는 물론 하루아침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조금씩 바꿀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이유에서 조선일보를 자세히 보고 연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 글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전에 쓴 수세기에 몰린 조갑제류를 다루는 법이라는 글. 이미지: 본문하고 상관없는 인터넷 어디선가. [덧붙임]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추가 설명. 1. 보나마나 뻔하지만, 이 글은 조선일보가 한국 사회에 큰 문제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썼다. 그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다. 조선일보가 왜 나쁜 신문인가에 대해 쓴 글이 아니다. 조선일보를 좋아하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조빠를 꼬셔서 함께 안티 조선하자고 쓴 글도 아니다. 보면 모르나? 모르는갑다. 역시, 밥 해줘도 숟가락에 담아 입에 처넣어 주지 않으면 못 먹는 분들은 여전하구나. 당신이 조선일보가 좋은 신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 글과 관련이 없고, 이 글도 당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2. 이 글은 조선일보와 관련한 것이지 한겨레나 다른 신문, 혹은 한국 신문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보면 모르나? 모르는갑다. "다른 신문은 뭘 잘했어?" 혹은 "그러는 너네 편은 뭘 잘했어?" 하는 엉뚱하고도 유치한 질문을 여기서 하지 않고 자기 집에서 해 주시는 배려에는 감사드린다. 3. 세계 유수의 신문 치고 일기예보, 스포츠, 텔레비전 프로그램 안내 따위는 훌륭하면서 일부 기사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세상을 비뚤어지게 묘사하는 신문 보셨나? 기사에서는 편견이 물씬물씬 풍기는데 레이아웃 좋다고 일류된 신문 보셨나? 여론을 호도하는 연출 사진 실어놓고 담당자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신문 보셨나? 기사 단 한 쪽에 사심이 들어가도 저널리즘의 명예를 잃는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는 것이 일류 신문이다. 단순히 온갖 잡정보를 꾸역꾸역 처넣어 놨다고 일류 신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조선일보를 <벼룩시장> <서울경마>와 같은 정보지로 여기고 좋아하신다면 그건 자유다. 4. 밑에서도 드린 말씀이지만 신문 구독은 습관이다. 특정 신문에 길들면 그게 편하다. 매일 한 번씩, 몇십 분씩 눈을 마주치는데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길들고 나면, 그게 없으면 불안하고 불편하고 세상이 나 없이 돌아가는 것으로 느낄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 않다. 해 보시면 안다. 5. 이쯤에서 벌써 잊어버렸을 분들을 위해, 1번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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