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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주 전에 메모해 둔 한국블로그산업협회의 '블로그 지원 사업(블로거, 네 꿈을 펼쳐라!)'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마감이 내일(일요일)이다. 이 행사를 보고 메모를 해 둔 것은, 재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평소 생각해 온 몇 가지 괜찮은 아이디어를 바로 현실화할 수 있을 듯 해서였다.
다행히 마감이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해 나가다가 문득, 제출해야 할 서류는 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내야 할 서류는 신청서 1부와 기획서 1부다. 아주 간단하고 간명하다. 괜찮네, 하면서 Word 파일을 열어봤다. 그리고 기획안을 쓰던 종이를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제출 서류 1'인 참가 신청서와 '제출서류 2'인 블로그 정보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 이 서류에 따르면,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이름(실명), 주민등록번호, 성별, 주소, 집 전화번호, 휴대폰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블로그 주소, 블로그 제목, 블로그 필명, 블로그 소개. 마치 취업을 위한 이력서나 신원조회용 서류로 착각할 정도다. 대체 블로거가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데에 주민 번호가 왜 필요하고 성별이 왜 필요한지? 뭔 주소와 전화번호는 그렇게 많이 요구하는지? 가진 거 다 내놓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도 해당 개인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보호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 블로그 세상에서 다양한 이유로(좋든 나쁘든) 주목받고 화제가 된 익명 블로거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는 순간 블로그 업계에 커밍아웃 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이 행사 공지문이 올라 있는 한국블로그산업협회 블로그에도 비슷한 지적이 있다(아래 그림). 정보 공개 때문에 응모하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행사 관계자는,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실명과 주민 번호가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별로 설득력이 없다. 바로 밑의 분이 지적한 것처럼, 그런 이유로 개인 정보가 필요하다면, 선정된 12팀에 대해서만 추후에 제출하도록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 시시콜콜한 개인 정보를 모든 응모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나이, 성별, 거주지 따위를 지원작으로 뽑는 기준에 포함할 생각이 아니라면, 당연히 이런 정보는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무작위로 주민 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편의주의적 발상이고, 좀더 정확히 말하면 개인의 인격이나 다름없는 개인 정보를 강제로 빼앗아 가는 폭력이다. 전에 입사 이력서의 과잉 정보 요구에 대해서도 썼지만, 대체로 한국에서는 응모를 받는 사람이 응모를 하는 사람보다 우위에 선 지위를 남용하여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데 타성적으로 요구한다. 명색 블로그를 매개로 뭉친 신선한 기업들의 행동에서도 그런 타성이 나타난다. '블로거들의 참신하고 기발한 기획'을 받겠다는 행사가 어쩌면 이렇게 고리타분하고 타성적인지 모르겠다. 혼자서는 잘 하더라도 몇이 모이면 꼭 이렇게 되는 것인가? 국가 기관이나 공무원을 끼고 들어가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내 기획안이야 내 봐야 선정되지도 않을 공산이 크고, 이런 듣보잡 블로그 하는 사람이야 신상 공개하든 말든 큰 일도 아니지만, 기본적인 마인드가 문제다. 어쨌든, 좋은 기획 아이디어가 있고 실제로 수행할 수도 있으며, 더구나 자기 블로그와 신상 정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모두 노출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늦기 전에 얼른얼른 지원해 보시기 바란다. 심사에 참가하는 문화부 공무원들이 블로그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직원들이라도 내 책임은 아니다. 마감은 일요일, 링크는 위에도 달았지만,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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