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by deulpul

아래 그래프는 안경소녀교단님의 글 '환율 1500 돌파, 주가 1000 붕괴를 앞두고...' 에서 가져온 그림인데 링크가 깨졌다.


이 이미지를 어디서 인용해 오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하다. 숫자로 대충 짐작해 보면 마지막 꺾은선의 각도가 잘 맞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를 넣고 엑셀로 그래프를 만들어 봤다. 꺾은선이 원래의 그림과 비슷하게 나오도록 Y축 간격을 조절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원래의 그래프를 이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얼추 비슷하게 나가다가 마지막 데이터, 즉 이번달(10월)의 꺾은선이 조금 왜곡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환율 그래프에서 심하다. 1137원에서 1363원으로 폭등한 것은 매우 큰 변화인데, 문제의 그래프에서는 이러한 폭등이 평가 절하되어 그려졌다. 주가도 크게 떨어질 때, 낙폭을 비례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의도적이라기보다 그래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단순 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현 위기 상황을 사실보다 축소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프의 장점은 시각적이라는 점이다. 그림만 보면 쉽고 간명하게 알 수 있다. 이것은 그래프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림을 조작하기로 하면 쉽고 간편하게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위 데이터로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고 하자.


"위기는 뭔 놈의 위기. 환율이 조금 오르고 주가가 꾸준히 떨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대체로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Don't panic!"

물론 주가나 환율 같은 자료는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데이터이므로 이렇게 어이없게 왜곡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데이터로 그린 그래프는 어느 구석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을지 모른다.


[덧붙임] 개미탐험가님의 추천(?)대로, 환율 변화를 로그 스케일로 그리면 아래와 같이 된다. 세상은 태평성대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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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은혈의륜 2008/10/24 03:54 # 답글

    저는 미국 온 이래로 1300 넘는걸 너무 간만에 봐서 패닉입니다(....)
  • deulpul 2008/10/24 04:03 #

    패닉해야죠. 제 인생에서 환율 때문에 점심 메뉴를 바꿔야 할 때가 두 번이나 올지는 짐작도 못했습니다.
  • 새벽안개 2008/10/24 04:12 # 답글

    신문에서 그래프 비율조작이 의외로 많더군요.
  • deulpul 2008/10/24 04:38 #

    실수도 꽤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면 이미 신문이 아닌 것이죠.
  • capcold 2008/10/24 05:23 #

    !@#... "이미 신문이 아닌" 사례 하나 소개합니다: http://valken.net/244
  • deulpul 2008/10/24 06:19 #

    capcold: 참 어이없군요. 왜곡은 왜곡인데 너무 순진한 왜곡이라고 해야겠네요. 기사 주장이 '최근에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아니고, 본문에도 그런 말 하나도 없는데, 그래프가 지레 오바한 듯 싶습니다. "자살 바이러스가 한국을 흔"든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 해를 빼면 자살율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니 그냥 제대로 늘어 놓았어도 기사와 잘 어울렸을텐데요.
  • 은혈의륜 2008/10/24 04:19 # 답글

    전 저녁을 굶기로 했습니다(....)
  • deulpul 2008/10/24 04:39 #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밥을 건너뛰셔서야...
  • Ikarus 2008/10/24 04:49 # 삭제 답글

    사람들이 말보다 정확하다고 믿는 숫자가 만들어내는 현혹의 마술 또한 의외로 다양합니다. 보여주신 것처럼 그래프를 조작하지 않고서도 축의 스캐일을 달리해서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이도록 할 수도 있고... 신문기사의 이상한 그래프들은 실수가 아니라 99% 이런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deulpul 2008/10/24 06:29 #

    말씀대로, 숫자라면 일단 신뢰부터 하고 보는 경향을 악용한 장난들이겠죠. 거꾸로, 숫자나 그래프라면 의심부터 하고 봐야 할 모양입니다. 어디까지가 실수고 얼마만큼이 왜곡 조작이냐는 딱 부러지게 알기 어렵지만, 그래프처럼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일어납니다. 미국 신문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이 주제는 저널리즘 스쿨에서 두세 주에 걸쳐 가르치는 주요 항목이 되기도 합니다.
  • deca 2008/10/24 06:29 # 삭제 답글

    Ikarus님 말씀대로, 스케일 조작만으로도 얼마든지 현혹이 가능하죠. 그래서 그래프가 나오면 눈에 불을 켜고 봐줘야한다능...
  • deulpul 2008/10/24 06:31 #

    역시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가 정답이 되는 지경.
  • 개미탐험가 2008/10/24 08:00 # 삭제 답글

    혹시 로그스케일 아니었을까요? ^^
  • deulpul 2008/10/24 08:30 #

    하하-. 그런 필살기가 있었군요. 저 매체(?)에 개미탐험가님 같이 박식한 기자가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본문 맨 아래, 환율을 로그 스케일 그래프로 그리면 어떻게 되나 덧붙여 두었습니다.
  • 새벽안개 2008/10/24 09:30 #

    개미탐험가님, 멋집니다. 그래프의 달인 @_@
  • 2008/10/24 20:5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0/25 09:08 #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하하-.
  • 은혈의륜 2008/10/25 02:27 # 답글

    저녁은 굶어도 부담가는 녀석이 아니라서... 그냥 굶기로 했어요.
  • deulpul 2008/10/25 09:10 #

    이 참에 몸짱 만들기...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쨌든 뭐든 등 떠밀려 하면 하기 싫지 말입니다.
  • 쇼업 2008/10/25 18:13 # 답글

    헐?
    충격인데요. 진짜 '보여주고' '표현하기' 나름인 듯.
  • MCtheMad 2008/10/26 00:30 # 답글

    무려 로그 스케일로 다시 그린 그래프에서도 10월의 환율 상승은 감지된다는게 전 더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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