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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욕설쇼의 주인공인 안하 무인촌 장관은 주연이니 그렇다치고, 조연급에서도 눈여겨 볼 만한 측이 두엇 있다.
1. 여러 경찰서가 함께 진압에 나서는 큰 시위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있는 사복 경찰은 전의경보다 비교적 행동 반경이 넓고 움직임이 자유롭다. 그러다 군중하고 뒤섞이게 되면 지휘 계통이 잠시 혼란해지는 경우가 있다. 다른 서에서 나온 사복조와 만나기라도 하면, 서로 얼굴을 알지 못하므로 이런 혼란이 더해진다. 자기들끼리 봐도 인상이 더러우니까, 경찰이 경찰을 검문하러 나서거나 "당신 뭐야, 씨발(욕 아님)" 하는 실랑이가 가끔씩 벌어진다. 이럴 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점잖은 목소리로 한 마디 한다: "직원이에요, 직원." 같은 편임을 확인해 주는 이 주문 같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갈등은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지고, 경찰은 서로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제 갈 길 간다. 급한 상황에서는 같은 편임을 빨리 알려주고 교통 정리를 해야 쓸데없는 자중지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무인촌 장관의 욕설 장면 끝부분에는 "아, 이거 KBS 기자에요, 헤헤" 하는 좀 비굴한 목소리가 나온다. 성질이 뻗친 무장관을 누군가가 다독인답시고 하는 말이다. 누가 말하는지 화면에는 잡히지 않는다. 목소리의 톤이나 분위기로 보아 문화부 직원일 것이며, 장관에게 직접 말하는 것으로 보아 고위 직원일 것이다. 화면에서 무장관 오른쪽에서 달려나와 "화장실, 화장실" 하던, 그나마 위기 관리를 하려고 급히 나선 직원 목소리인 것 같지는 않다. 위치로 보면 팔짱끼던 신메기 차관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여러 기자가 있었음에도, 왜 이 목소리의 당사자는 유독 KBS 기자만 거론했을까. 무장관이 화장실에 볼일 보러 나갈 때, 잠깐 멈춰 서서 한 기자를 찍어서 손가락질을 하며 눈을 부라리는데, 그 바로 뒤에 나온 말임으로 미루어 보아, 이 손가락질 당한 기자가 KBS였나 보다. "아, 이거 KBS 기자에요, 헤헤." 장관이 성질이 뻗쳐 욕지거리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튀어나온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KBS 기자에게는 성질 부리지 말라는 것일까? KBS 기자는 사진을 찍게 해도 된다는 것일까? 이런 돌출 발언은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예컨대, 1. 아, 이거 KBS 기자에요, 메이저 언론, 헤헤. (주요 언론사임을 환기) 2. 아, 이거 KBS 기자에요, 지난 주에 밥 같이 먹은, 헤헤. (개인적 관계 환기) 3. 아, 이거 KBS 기자에요, 얄라리얄라, 헤헤. (그냥 아무 말이나 하여 뻗친 성질을 가라앉히려는 목적) 4. 아, 이거 KBS 기자에요, 우리 편이에요, 우리 편, 헤헤. (피아 진영의 환기) 4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얼결에 진심을 고백해 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해당 KBS 기자 개인과는 상관 없이, 사장을 자기네 편으로 갈아치운 KBS를 같은 편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얼결에 내비친 것은 아닌지. 문화부 당사자들이 같은 편 인사를 낙하산에 태워 보내 방송사 사장에 앉히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점을 따지는 국감장이어서 더욱 그렇다. 만일 해당 기자가 다른 언론사 기자였다고 해 보자. 저런 목소리, 저런 톤이 나올까? 아, 이거 한겨레 기자에요, 헤헤. 아, 이거 오마이뉴스 기자에요, 헤헤. 안 되지. 저런 비굴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다. 왜냐? '직원'이 아니니까.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해당 KBS 기자가 어떻든, 전체 KBS가 어떻든 상관없이, KBS가 자기네 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를 무장관에게 환기시키고 있는 듯하다. 하긴, 1+2+3+4 일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찍지 마" 하니 멈추는 플래시? 2. 무장관이 "씨발 사진 찍지마" 하니까 정말 플래시가 잠깐 멈춘다. 현장에 어떤 사진 기자들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게 무장관이 눈을 부릅뜨고 사진을 찍지 말래서 안 찍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갑자기 난데없이 화살이 자신(기자)들에게로 돌아온 상황, 귀에 들리는 아햏햏한 단어들, 국회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장면 등으로 인해 잠시 정신이 멍해지고 손가락이 굳은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도 이것은 프로페셔널 포토 저널리스트의 자세로 보기는 어렵다. 무장관의 욕설은 관찰자로서의 사진 기자를 주인공으로 갑자기 확 끌고 들어온 셈인데, 여기에 끌려가면 저널리스트로서는 좀 약하다. 기자를 위협하며 취재, 촬영을 가로막는 상황도 여전히 냉정히 취재, 촬영해야 하며,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훨씬 중요한 취재, 촬영 대상이다. 촬영 대상자가 "찍지마, 씨발" 한다고 해서 카메라를 내려 놓는다면 포토 저널리즘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대상자가 "찍어, 씨발" 하는 것만 찍는다면 사진 기자가 아니라 사진사, 홍보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전쟁 같은 일상에서는 모든 기자가 종군기자의 자세로 취재에 임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사진기자도 인간인지라, 장관이란 직책의 사람이 코 앞에서 성질 부리면서 협박하는 상황을 놓고 순간적으로 당황하긴 했을 듯 싶다. 당황해도 손은 셔터를 계속 누르면서 당황해야 한다. 온 국민이 보고 있는 국감장에서 "찍지 마" 한 것은 엠바고를 건 것도,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한 것도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진 찍지 마, 씨발" 하는 장관에게 "씨발, 뭐가 어쩌고 어째?" 하고 '격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드러내는' 사진 기자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물론 이런 포스를 아무에게나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 언론도 취재 현장에 수염 휘날리는 대기자들 좀 내보내야 할 일이다. 노인네들은 책상물림이 되어 뼉다구 소리나 내시지 말고 현장에 좀 나가시라. 물론 이렇게 맞장뜨기보다는 여전히 묵묵히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 사진 기자 본연의 자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당한 장소에서 제 할 일 하는 보도 카메라를 무슨 파파라치의 연예인 몰카쯤으로 착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작자까지 나오는 판이라, 해 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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