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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덧글에서 개인의 투표 결과 공개 여부를 놓고 토론해 주신 분들께 사과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이 비공식 투표의 기한을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기한이 뭐 중요하겠음? 하고 싶은 사람은 늦더라도 오셔서 하셈. 우리는 누적적인(cumulative) 결과가 궁금한 것이심' 하는 마음으로,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선택을 스스로 공개하는 데 대해 1) 결과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옳지 않다는 말씀과 2) 자신의 선택을 당당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당신, 양비론(혹은 양시론) 펴는 중이지? 아닙니다. 이 두 주장은 투표의 기한을 정해두는 아주 간단한 방식을 통해 모순 없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투표가 진행중일 때 자기 선택을 공개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은 보통 다수 의견에 이끌리고, 자신이 소수 의견이면 이를 표현하기를 꺼리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식 선거에서 투표가 진행중일 때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입니다. '될 사람을 찍는다'는 의식 때문에 초반 결과가 투표 전체를 좌우할 수도 있고 막판 반전 가능성이 아예 없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투표 과정 자체를 왜곡하게 됩니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면 얼마든지 공개해도 상관없겠죠. 결과에 관계 없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이죠. 그래서, 이 투표에서도, 뭐 무슨 중대한 선거도 아니고 과학적인 조사도 아니지만 나름 기한을 정해두었어야 하며, 투표가 완료되기 전에는 개인의 투표 내용을 밝히지 말아주십사하고 제가 말씀드려야 했던 겁니다. 아래 덧글에서 토론을 통해 이 점을 생각해 볼 기회를 주신 Quency님과 다른 익명분들께 감사드리고요. 투표를 연 지 만 48시간이 지난 지금 현재, 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글루스 회원 투표 (N = 660): 1. 매우 반대: 57% 2. 대체로 반대: 25% 3. 반대도 찬성도 아님: 9% 4. 대체로 찬성: 5% 5. 매우 찬성: 3% 이글루스 비회원 투표 (N = 145): 1. 매우 반대: 63% 2. 대체로 반대: 12% 3. 반대도 찬성도 아님: 11% 4. 대체로 찬성: 3% 5. 매우 찬성: 3% 투표 결과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한계부터 지적합니다. 1) 이 투표는 이글루스 전체 회원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2)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투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한 개인이 중복 투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 18세 이상의 회원들이므로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이런 한계를 전제로 하고,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투표한 회원들의 경우 이글루스의 정책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매우 반대'가 절반을 넘었고(58%), '대체로 반대'와 합치면 10명 중 8명 이상이 반대하는 결과입니다. 반면 찬성하시는 분들은 8%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투표에 참여한 회원들 중 절대 다수가 회원 연령을 낮추려는 이글루스의 방침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문제를 다룬 글들의 댓글에서는 "연령을 낮춘다 해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므로 특별히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투표에서는 9%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은, 특별히 강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이 없는 경우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의견을 가진 대중' 의 상당수가 이번 정책 변경에 반대함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의 의견에 얼마나 가중치를 둘 것인가는 이글루스 운영진이나 회원 각자의 판단에 달린 일입니다. 비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45명이나 참여해 주셨습니다. 놀랍게도, 비회원 중에서도 4분의 3 정도가 회원 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했습니다. '매우 반대'는 63%로, 회원의 57%보다 더 높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정책 변경에 반대하는 열폭 회원이 비회원 투표장까지 찾아가서 반대표를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배제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글루스의 특성은 이글루스 밖에서 더 잘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거리를 두고 봐야 전체의 모습이 더 잘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저 같이 대개 이글루스 안에서만 사는 사람은 그냥 그런갑다 하고 살지만, 밖에서(=이글루스와 다른 환경에서) 지지고볶으며 사시는 분들은 이글루스 고유의 분위기를 더 실감나게 느끼는 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비회원의 반대는 이글루스가 이글루스답게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뜻의 표현이 아닌가 하고 짐작해 봅니다. 뭐, 이글루스를 미워하는 판에, 가입 연령을 낮추면 회원이 증가해 번창할까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름. 제가 만일 14~17세 연령대이고 이글루스에 꼭 가입하고 싶었는데 연령 제한에 걸려 가입하지 못하고 다른 데서 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정책 변경을 크게 반길 것입니다. 그러나 비회원 중에서 '대체로 찬성'이나 '매우 찬성'은 각각 3%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정책을 변경하면 어쩌다 이글루스에 가입하는 10대는 있을지 몰라도, 이글루스가 미치도록 좋아서 이글루스에 가입하는 10대는 많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뭐, 이글루스가 좋은 사람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이미 침투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름. 이 부분은 찬성측과 반대측 모두에게 일정한 논리를 제공해 줍니다. 운영진을 비롯한 찬성측은 "정책 변경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안심하시라" 할 수 있고, 반대하는 회원들은 "효과도 없는 걸 왜 하냐?"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많은 제한을 가진 널럴한 조사였으므로 의미 있는 implication을 캐낼 구석이 별로 많지 않군요. 여하튼 통계 작업을 해본 사람은 정규분포곡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 경우가 많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막힌 종형 분포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인텔렉추얼 디자인 썰이라도 믿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거꾸로,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정책은 대상자들의 의견이 정규분포곡선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문은 좀 아쉽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회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입니다만. 이 점에서 자그니님은 이글루스가 이명박식 소통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저는 이명박보다는 말기 노무현의 소통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글루스가 이명박식으로 허위과 기만, 가식과 변명을 운영과 소통의 기조로 하고 있다면 제가 이렇게 여기 살 수가 없죠. 어쨌든 이 투표는, 투표 결과를 보여주는 창의 맨 아래 주석에도 작게 쓰여 있듯이 과학적인 투표는 아니므로, 회원 일부의 간절한 심정을 보여주는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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